경쟁률도 높다. 변리사시험 응시자 수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조금씩 줄고 있지만 지난해의 최소합격인원 대비 응시자 경쟁률은 20대 1에 달했다.
그래서일까. K씨는 시험공부를 위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생활했는데 우울증에 빠져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시험에 합격한 후 그는 거의 탈진할 정도였다고. 그러나 필자는 시험에 떨어져 포기한 사람에 비하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특허경쟁 치열… 관심 급증
첨단산업의 발전으로 기술이 경쟁력인 시대다. 특허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변리사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삼성, LG, HTC 등 주요 스마트폰·태블릿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폰을 팔 때마다 이들로부터 특허사용료를 받는다. 그 로열티 수익은 연간 20억달러(약 2조1000억원)로 추산된다.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특허 등 산업재산권 국내 출원 건수는 지난 10년 동안 2배로 늘었다. 중국에서도 특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한 제조사가 중국의 화웨이일 정도다.
글로벌시장에서는 선진국들이 기술보호주의정책을 강화하고 기업 간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면서 거액의 소송이 오가기도 한다. 특히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은 일반인도 산업재산권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변리사는 특허권·실용신안권·의장권·상표권과 같은 산업재산권의 등록·취득·보존에 관한 업무를 대행하는 일을 한다. 산업재산권 분쟁에 관한 심판 및 소송 대리업무도 수행하며 근래 들어서는 경영상담·자문 등으로 업무영역이 확장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기업들이 변리사 채용을 늘리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복제약 독점시장을 선점하려는 제약업계도 변리사 수요가 증가세다. 3월부터 제네릭의약품(복제약) 특허제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특허 관련 소송에 대비해 다국적사와 국내 제약사들이 변리사 확보에 적극적이지만 제약업계가 필요로 하는 화학분야의 변리사 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과거에는 변리사의 인기가 높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필자가 일하던 회사에서 세계 각국에 특허를 낼 때 함께 일한 변리사가 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낮았다. 특허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변리사 자격시험을 치르지 않더라도 변리사 자격을 부여받았다.
◆연수입 5억~6억… 진실은?
1990년대부터 기업체 및 국민의 산업재산권제도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변리사는 이공계 출신 고학력자나 각종 연구소의 연구원이 선호하는 유망직종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고의 소득을 올리는 직종으로 알려지면서 변리사 자격시험 열풍이 불었다.
변리사는 전문직 중에서도 소득이 가장 높은 직종으로 꼽힌다. 2013년 정성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8개 전문직 부가가치세 납부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2년 소득 1위(6억원)는 변리사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명재 의원(새누리당)도 “소득은 가장 높은데 1인당 평균 세액은 변리사(5.20%)가 가장 낮다”고 꼬집었다.
그의 자료에 따르면 9년간 평균 수입이 가장 많은 직업은 ▲변리사(5억8700만원) ▲변호사(3억8800만원) ▲관세사(3억1900만원) ▲회계사(2억6300만원) ▲세무사(2억4000) 순이었다.
변리사가 받는 실제 연봉도 그럴까. 통계청에 나타난 수입을 그대로 변리사 개인별 수입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다. 실제 개인별 수입은 통계에 나타난 수치보다 몇분의 일로 줄어든다. 통계청 자료에 나타난 소득금액은 전문직 개인별 평균소득이 아니고 등록된 개인사업자 기준이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란 변리사의 경우 변리사업자, 즉 변리사사무소에 해당한다. 변호사, 의사 등 다른 전문직들은 개인이 혼자 개업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변리사는 흔히 여러명의 변리사 및 전문가가 하나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다.
특허는 다양한 전문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업무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기술이 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변리사 한명이 모든 업무를 진행하기가 더욱 힘들다. 변리사 한명당 석·박사 이상의 학위가 있는 기술자 몇명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국적 특허를 다루려면 고급 어학능력을 가진 직원도 필요하다.
한 사무소에서 대표변리사 한명의 이름으로 국세청에 수입이 신고되므로 국세청에서 발표하는 변리사의 수입에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수입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만약 5명의 변리사가 일하는 사무소의 수입이 국세청이 밝힌 변리사 평균 수입인 5억8600만원이라면 실제 변리사 1인당 수입은 1억원이 약간 넘는다.
여기에 사무직원의 월급과 각종 경비를 제해야 변리사 개인의 순수 소득이 된다. 변리사의 고객은 대부분 기업이고 기업은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면서 변리사에게 돈을 지불한다. 따라서 거의 모든 수입이 국세청에 노출되는 것도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보다 수입이 상대적으로 높게 산출되는 요인이다.
◆돈보다 책임감… 보람 느끼길
변리사시장은 포화상태에 빠졌다. 이제는 변호사도 등록할 수 있다. 예전에는 변호사 대부분이 과학기술분야의 지식이 부족해 변리사 업무영역을 다루지 않았지만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이공계 출신의 로스쿨 졸업자가 많아지면서 변리사로 일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도 늘었다.
따라서 변리사의 수입도 크게 증가하기 힘든 구조다. 변리사법인 중 대형화된 곳이 시장을 과점하고 영세한 특허법률사무소, 개인사무소는 경영이 어려워지는 양극화도 생긴다.
변리사의 수입은 소속된 법인, 전공, 나이, 경력, 업무처리능력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크게 차이 난다. 변리사사무실을 혼자 운영한다면 고객 확보가 쉽지 않다. 통계청 발표에 나오는 변리사의 수입현황보다 실제 1인당 평균수입이 훨씬 적다는 사실을 안다면 최고의 소득이라는 포장만 보고 변리사를 꿈꿀 것은 아니다. 돈보다는 우수한 특허를 창출하는 전문가로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