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46)는 현재 주거래은행 이동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오는 10월부터 계좌이동제가 실시될 경우 은행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각종 자동이체도 손쉽게 이전할 수 있게 돼서다. 그간 A씨는 수시입출식통장의 금리가 연 0.1% 수준임에도 휴대폰·각종 공과금 등 통장에 추가한 자동이체가 10개를 넘어 차마 은행을 옮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계좌이동제 시행시기에 맞춰 주거래은행 변경을 계획 중인 A씨는 “대다수의 은행이 수수료 면제 등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연이어 출시해 꼼꼼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킬 것인가 빼앗길 것인가’. 오는 10월부터 시행하는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금융권의 소리없는 ‘눈치전쟁’이 시작됐다. 시중은행들은 기존고객을 지키는 동시에 신규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계좌이동제 전용상품을 내놓고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 역시 계좌이동제로 고객 이탈을 불러올 상황에 대비해 계열은행과의 연계영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은행, 계좌이동제 대비상품 ‘봇물’
지금은 자동이체통합관리서비스 사이트(www.payinfo.or.kr)를 통해 자동이체내역을 확인하고 해지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는 이 사이트를 통해 주거래은행을 옮길 경우 그 계좌에 연결된 자동이체정보를 동시에 변경할 수 있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은행으로 옮기기가 훨씬 용이해진 셈.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금융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결제성예금시장이 20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계좌이동제에 따라 결제성예금의 향방이 바뀌면 은행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주거래은행을 바꾸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5~59세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주거래은행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3년간 주거래은행을 변경했거나 변경하고 싶었다’는 응답자가 과반수를 넘었다. 주거래은행을 실제 변경했다는 답변은 17.8%, 변경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다는 답변은 33.4%였다. 바꾸고 싶지 않았다는 답변은 48.8%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51.2%가 주거래은행을 바꾸고 싶어 한 것이다.

이에 시중은행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은행들은 주거래고객에 대한 우대상품을 만들고 고객서비스 차별화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각 은행이 출시한 계좌이동제 대비상품은 수수료 면제, 우대금리 등의 혜택을 위주로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은행별로 구체적인 혜택이 달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하나은행의 ‘난 할 수 있어 적금2’는 현재 시중은행이 출시한 계좌이동제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적금은 기본금리가 연 1.8%이고 급여입금, 인터넷뱅킹 가입, ‘자신과의 약속’ 등 몇몇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2.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고 4.3%까지 적용해준다.

신한은행의 ‘신한 주거래 우대통장·적금’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적금 우대금리를 자랑한다. 기본금리 연 1.5%에 ▲급여 및 연금 또는 생활비 입출금을 거래할 경우 0.5%포인트 ▲휴대폰용 앱인 ‘S뱅크’ 가입이나 펀드 등 적립식 상품 자동이체 시 연 0.8%포인트 우대금리 제공 등 총 1.3%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챙길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평생 한가족 통장’은 ▲급여이체 또는 연금수급 ▲입출금통장 월평잔 100만원 이상 유지 ▲아파트관리비 또는 지로·공과금 3회 이체 등 주거래고객 조건 중 2개를 충족할 경우 적립식 예금에는 0.3%포인트, 거치식 예금에는 0.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각각 적용한다.

평소 계좌이체 거래가 많은 고객이라면 수수료 우대가 제공되는 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주거래 통장’은 주거래 요건을 충족하면 타행 수수료를 월 최대 15회까지 면제받을 수 있는 입출식 상품이다. 특히 무제한 이월제가 적용돼 미사용한 면제 횟수는 다음달로 이월, 유효기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KB국민 ONE통장’은 매월 해당 통장에서 공과금 이체 또는 KB카드 결제실적이 한건만 있어도 전자금융 타행이체, 자동화기기 시간외출금, 타행 자동이체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준다. 또 급여이체, 연금수령, 가맹점 결제 중 한건 이상 실적이 있으면 타행 자동화기기 출금수수료(월 5회), 입출금내역 문자통지 수수료, 타행이체 수수료(월 10회)가 추가 면제된다.

◆카드사도 동참한 ‘계좌이동’ 전쟁

최근에는 카드사도 계좌이동제 전쟁에 동참했다. 만약 주거래은행을 바꿀 경우 카드사 역시 비슷한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계열사를 둔 카드사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KB국민카드는 카드 및 은행 주거래고객에게 다양한 특화혜택을 제공하는 ‘KB국민 ONE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전월 이용실적과 적립한도 제한 없이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금액의 0.7%가 포인트로 적립되고 주말 및 공휴일에는 0.5%가 추가 적립된다.

특히 결제계좌를 ‘KB국민 ONE통장’으로 지정하면 포인트 우대 적립혜택을 통해 5대 생활밀착영역 이용 시 0.3%포인트가 추가 적립된다. 또 ‘포인트리 자동입금’ 서비스 신청 시 적립된 포인트를 매월 100원 단위로 자동환급해준다. 이밖에도 KB국민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상품인 ‘KB국민 ONE대출’ 이용 시 연 0.3%포인트의 금리 인하혜택도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는 가나다 시리즈 중 ‘다모아포인트카드’에 기반한 ‘우리 주거래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금액의 0.5%를 모아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또 해외직구를 포함한 해외가맹점, 이동통신, 학원, 주유소 등 특별적립업종에서는 일반업종의 3배인 1.5%의 파격적인 특별적립을 해준다.

또 다른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역시 조만간 계좌이동제 특화상품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카드사 역시 고객 이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은행과의 연계상품 출시를 통해 기존고객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