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것인가 빼앗길 것인가’. 오는 10월부터 시행하는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금융권의 소리없는 ‘눈치전쟁’이 시작됐다. 시중은행들은 기존고객을 지키는 동시에 신규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계좌이동제 전용상품을 내놓고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 역시 계좌이동제로 고객 이탈을 불러올 상황에 대비해 계열은행과의 연계영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은행, 계좌이동제 대비상품 ‘봇물’
지금은 자동이체통합관리서비스 사이트(www.payinfo.or.kr)를 통해 자동이체내역을 확인하고 해지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는 이 사이트를 통해 주거래은행을 옮길 경우 그 계좌에 연결된 자동이체정보를 동시에 변경할 수 있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은행으로 옮기기가 훨씬 용이해진 셈.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금융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결제성예금시장이 20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계좌이동제에 따라 결제성예금의 향방이 바뀌면 은행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주거래은행을 바꾸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5~59세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주거래은행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3년간 주거래은행을 변경했거나 변경하고 싶었다’는 응답자가 과반수를 넘었다. 주거래은행을 실제 변경했다는 답변은 17.8%, 변경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다는 답변은 33.4%였다. 바꾸고 싶지 않았다는 답변은 48.8%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51.2%가 주거래은행을 바꾸고 싶어 한 것이다.
이에 시중은행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은행들은 주거래고객에 대한 우대상품을 만들고 고객서비스 차별화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각 은행이 출시한 계좌이동제 대비상품은 수수료 면제, 우대금리 등의 혜택을 위주로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은행별로 구체적인 혜택이 달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하나은행의 ‘난 할 수 있어 적금2’는 현재 시중은행이 출시한 계좌이동제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적금은 기본금리가 연 1.8%이고 급여입금, 인터넷뱅킹 가입, ‘자신과의 약속’ 등 몇몇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2.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고 4.3%까지 적용해준다.
신한은행의 ‘신한 주거래 우대통장·적금’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적금 우대금리를 자랑한다. 기본금리 연 1.5%에 ▲급여 및 연금 또는 생활비 입출금을 거래할 경우 0.5%포인트 ▲휴대폰용 앱인 ‘S뱅크’ 가입이나 펀드 등 적립식 상품 자동이체 시 연 0.8%포인트 우대금리 제공 등 총 1.3%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챙길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평생 한가족 통장’은 ▲급여이체 또는 연금수급 ▲입출금통장 월평잔 100만원 이상 유지 ▲아파트관리비 또는 지로·공과금 3회 이체 등 주거래고객 조건 중 2개를 충족할 경우 적립식 예금에는 0.3%포인트, 거치식 예금에는 0.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각각 적용한다.
평소 계좌이체 거래가 많은 고객이라면 수수료 우대가 제공되는 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주거래 통장’은 주거래 요건을 충족하면 타행 수수료를 월 최대 15회까지 면제받을 수 있는 입출식 상품이다. 특히 무제한 이월제가 적용돼 미사용한 면제 횟수는 다음달로 이월, 유효기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KB국민 ONE통장’은 매월 해당 통장에서 공과금 이체 또는 KB카드 결제실적이 한건만 있어도 전자금융 타행이체, 자동화기기 시간외출금, 타행 자동이체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준다. 또 급여이체, 연금수령, 가맹점 결제 중 한건 이상 실적이 있으면 타행 자동화기기 출금수수료(월 5회), 입출금내역 문자통지 수수료, 타행이체 수수료(월 10회)가 추가 면제된다.
◆카드사도 동참한 ‘계좌이동’ 전쟁
최근에는 카드사도 계좌이동제 전쟁에 동참했다. 만약 주거래은행을 바꿀 경우 카드사 역시 비슷한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계열사를 둔 카드사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KB국민카드는 카드 및 은행 주거래고객에게 다양한 특화혜택을 제공하는 ‘KB국민 ONE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전월 이용실적과 적립한도 제한 없이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금액의 0.7%가 포인트로 적립되고 주말 및 공휴일에는 0.5%가 추가 적립된다.
특히 결제계좌를 ‘KB국민 ONE통장’으로 지정하면 포인트 우대 적립혜택을 통해 5대 생활밀착영역 이용 시 0.3%포인트가 추가 적립된다. 또 ‘포인트리 자동입금’ 서비스 신청 시 적립된 포인트를 매월 100원 단위로 자동환급해준다. 이밖에도 KB국민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상품인 ‘KB국민 ONE대출’ 이용 시 연 0.3%포인트의 금리 인하혜택도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는 가나다 시리즈 중 ‘다모아포인트카드’에 기반한 ‘우리 주거래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금액의 0.5%를 모아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또 해외직구를 포함한 해외가맹점, 이동통신, 학원, 주유소 등 특별적립업종에서는 일반업종의 3배인 1.5%의 파격적인 특별적립을 해준다.
또 다른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역시 조만간 계좌이동제 특화상품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카드사 역시 고객 이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은행과의 연계상품 출시를 통해 기존고객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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