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포괄적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는 수준에 그친 옥시의 뒷북 사과는 알맹이도 없었다. 검찰 수사와 불매운동 확산으로 인한 회사의 피해를 우려한 ‘영혼없는 사과’라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가습기 살균제 살인사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옥시에 쏠린 사이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제조·판매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SK케미칼 ▲애경 등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사과를 했지만 책임의 정도 등을 놓고 이중적 행보를 보여 진정성에 의문을 남겼다.
특히 세계 최초 가습기 살균제(가습기메이트) 제조사이자 죽음을 부른 독성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등을 만든 SK케미칼은 아직까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옥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애경은 “SK케미칼에서 제조한 가습기메이트를 가져와 판매만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는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기업이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의를 저버린 행태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네가지 독성성분(PHMG·PGH·CMIT·MIT) 중 PHMG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으로 제품을 제조한 기업만 수사선상에 올려 원료공급자인 SK케미칼은 법적으로 자유롭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 221명 중 177명(사망 70명 포함)은 SK케미칼이 공급한 PHMG 성분의 제품을 썼다. 나아가 애경이 판매한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는 SK케미칼이 직접 만들기도 했다. SK케미칼이 모르쇠로 버티기에는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얘기다.
뒤늦은 사과와 함께 수십억원의 기금을 출연하겠다더니 뒤로는 소송을 걸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시간을 끄는 기업이나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이나 파렴치하기는 오십보백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최대한의 보상을 즉각 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비통함이 달래질지는 의문이다. 대기업의 탐욕에 피해자의 곪은 상처가 터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갉아먹는 기업의 탐욕에는 국가가 나서 강력한 철퇴를 내려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