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은 누가 될까. 올해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샌더스 등 유력한 후보를 제치고 지지율 1위를 거머쥔 사람이 있다. 바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티리온 라니스터다. 티리온 라니스터는 피터 딘클리지가 역할을 맡은 <왕좌의 게임> 속 등장인물로 체구는 왜소하지만 탁월한 정치적 감각과 재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서베이몽키가 미국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미국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드라마 속 인물인 티리온 라니스터와 샌더스 상원의원이 각각 24%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4위 역시 <왕좌의 게임> 등장인물인 ‘용의 여왕’ 대너리스 타르가르옌(14%)이 차지했다. 3위와 5위는 각각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20%)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7%)가 이름을 올렸다.





왕좌의 게임. /사진=뉴시스DB

◆오바마도 즐겨보는 레전드 미드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얼마나 인기가 많기에 현존 차기 대통령 후보들을 물리치고 미국인의 큰 지지를 받는 걸까. HBO가 2011년 제작한 <왕좌의 게임>은 전세계 50여개국에서 방영됐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시청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왕좌의 게임>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팬층이 더 늘어났다.

HBO는 미국 기준으로 <왕좌의 게임> 시즌1의 경우 평균 930만명이 시청했고 시즌2는 1150만명, 시즌3는 1420만명, 시즌4는 1860만명이 시청했다고 밝혔다. 시청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방송한 시즌5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4일부터 방영된 시즌6의 인기는 이미 전작들을 뛰어넘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물론 <왕좌의 게임> 외에도 미드 애호가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레전드급 드라마가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는 최고의 범죄수사물로 평가받는다. CSI시리즈의 성공으로 국내에서도 유사한 범죄수사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으며 대중들에게 생소했던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즐겨본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정치드라마의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정치 뒷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담은 스토리와 파격적인 구성은 정치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시청자에게 충격적이었다. 또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단 한편의 시리즈로 미국 드라마제작업계의 주류로 인정받았다.

액션 미드의 레전드로는 <24>가 꼽힌다. 한시간짜리 드라마에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을 담아 같은 시간에 각기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신선한 구성으로 액션드라마의 긴박감을 고조시켰다. 주로 중동계 테러집단과의 싸움을 다루기 때문에 인종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대테러 관련 레전드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전연령층의 사랑을 받는 레전드 미드도 있다. 친구 간 우정을 유쾌하게 그린 <프렌즈>는 세계적 인기를 자랑한다. 국내에선 영어공부에 적합한 미드로 꼽히고 동남아 라오스에는 모든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프렌즈>를 하루종일 틀어놓는 거리가 생겼을 정도다.

가족 간 사랑을 담은 최고의 미드로 꼽히는 <모던패밀리>는 제66회 에미상 코미디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새로운 시즌이 제작돼 전 출연진이 할리우드의 톱스타가 됐다. 여주인공 중 한명인 소피아 베르가라가 최근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이병헌과 함께 시상자로 나서 국내 팬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성에게 인기 있는 미드는 따로 있다. 여성들의 연애와 사랑, 일에 대한 바이블로 통하는 <섹스 앤 더 시티>는 영화로도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주인공 4명이 성을 솔직하게 표현해 사이다 같은 드라마로 손꼽힌다. 첫 시즌이 1998년 방영된 20년 전 드라마지만 지금 봐도 진취적인 여성상과 감각적인 패션이 눈에 띈다.

<섹스 앤 더 시티> 이후 많은 드라마가 그 아성을 넘봤지만 쉽게 꺾이지 않다가 <가십걸>이 <섹스 앤 더 시티>의 학생판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레전드 미드가 됐다. 2007년부터 방영된 <가십걸>은 뉴욕 맨해튼 최상류층의 생활을 담아 화려한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캡틴 아메리카:시빌워. /사진=뉴시스DB

◆투자자, 미드 제작회사 ‘주목’
<왕좌의 게임>은 수많은 레전드 미드를 제치고 단연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다. 지난해 열린 제67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2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최우수 드라마시리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등 총 12개 부문을 석권했다.

<왕좌의 게임>의 인기배경을 이해하려면 원작인 판타지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 태생의 조지 R.R. 마틴이 쓴 이 소설은 가상의 대륙에서 통치권과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를 담아 흡사 실제로 존재했던 시대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200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이 중세의 시대극을 닮은 판타지소설에 열광하는 것이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열혈팬이라면 투자시장에서 HBO의 모회사인 타임워너(TWX)에도 주목하자. 타임워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차례 조정을 보인 이후 최근 다시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정부가 케이블TV 2·3위 업체인 타임워너케이블과 차터커뮤니케이션의 합병을 사실상 승인했다는 이슈도 참고할 만하다.

미국드라마 대신 미국영화에 관심 있다면 최근 흥행 돌풍 중인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제작한 마블의 모회사인 월트디즈니(DIS)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 <시빌워>는 국내에서 역대 외화 사상 최단기간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앞으로 마블의 다른 시리즈도 충분히 흥행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제2의 태양의 후예’가 될 수 있는 <보보경심:려>에 미리 관심을 둘 만하다. 아이유와 이준기가 주연을 맡아 올해 하반기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된다. <보보경심:려>에 미국 NBC유니버셜과 공동제작사로 참여하는 YG엔터테인먼트가 큰 도약에 성공할지 지켜보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