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새 사령탑에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내정됐다. 위 행장 내정자는 지난 7일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 추천으로 신한은행장 단독후보에 올랐다. 다음날인 8일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검증을 통과해 사실상 신한 2인자로 우뚝섰다. 그는 이르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새 행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임기는 2년이다.
위 내정자는 신한은행 임추위 검증 통과 직후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장 내정 소감과 은행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신한카드 CEO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한 점이 행장 선임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 같다”며 “(신한은행 발전을 위해) 글로벌, 디지털, 리스크매니지먼트를 경영의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내정자. /사진제공=신한은행
◆예견된 선택, 새 신한은행호 닻 올리다
위성호 사장의 신한은행장 내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금융권에선 그를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대응할 적임자라고 평가한다.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금융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해 디지털, 글로벌 등 핵심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자경위는 “위 내정자는 은행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과 조직관리 역량을 고루 갖췄다”며 “(신한)카드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빅데이터경영 선도를 통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등 경영능력이 입증됐다”고 평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3년6개월간 신한카드 사장을 역임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한번도 내준 적이 없다. 특히 매출과 자산, 회원수 등 모든 면에서 경쟁 카드사를 압도했다. 신한카드 회원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200만명(체크카드 포함 2110만명)을 돌파했다. 카드회원 1200만 시대를 연 곳은 전업계카드사 중 신한카드가 유일하다.
디지털부문 경영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빅데이터를 기반 한 ‘코드나인 시리즈’를 성공시켰고 지난해엔 그가 주도한 신한카드 모바일플랫폼 ‘신한FAN(판)’을 선보였다. 신한FAN은 국내 간편결제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해 신한카드의 대표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신한카드는 최근 3년간 가맹점수수료율과 대출금리 인하 등 수익악화 요인에도 불구하고 외형성장과 질적성장을 이뤄냈다. 순수익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신한카드는 2015년 69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지난해 3분기 말 누적순익도 전년 같은 기간대비 2.1% 성장했다. 또 신한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중반대를 꾸준히 기록해 비은행부문 수익을 견인했다.
해외시장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최대 숙원과제는 해외진출이다. 저금리 기조로 금융환경이 악화되고 은행계 카드의 잇단 분사로 카드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위 내정자는 해외시장에 답이 있다고 보고 동남아시장 개척을 모색했다. 그 결과 2015년 7월 카자흐스탄에서 자사 최초의 해외법인 신한파이낸스를 설립하는 데 성공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자동차 판매기업인 인도모빌과 신한인도파이낸스를 설립, 오토바이·자동차 등 할부·리스사업을 순조롭게 펼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신한카드를 통해 2020년까지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부문 당기순이익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불협화음 우려 씻고 리딩뱅크 지켜야
지주와 은행, 카드를 두루 경험한 ‘정통 신한맨’ 위성호 내정자. 그가 사령탑에 오르면서 신한은행의 전망은 밝아 보이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현재 금융권에서 우려하는 점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위 행장 내정자의 불협화음이다. 두사람은 2015년 신한은행장에 이어 지난달 신한금융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구도를 펼쳤다. 경쟁자로 대립한 만큼 묘한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위 내정자는 “전혀 문제없다. 마찰이 있다는 얘기를 안 들을 자신이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업무는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런 목소리가 나면 내 책임”이라고 불협화음 가능성을 일축했다.
조 회장 내정자 역시 위 행장 내정자에 지지를 보냈다. 금융권에선 CEO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지만 두사람이 고려대 동문이고 신한은행 입행 선후배 사이여서 갈등의 소지가 없을 것으로 해석했다.
2010년 불거진 ‘신한사태’도 위 내정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의 ‘권력암투’는 지금까지도 신한에 상처로 남았다. 그는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돼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최근엔 한 사회단체로부터 위증교사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이 처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신한은행은 최근 9년간 은행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리딩뱅크 탈환을 진두지휘하면서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가계부채 옥죄기와 금융환경 악화, 글로벌 국가의 불확실성까지 금융환경에 잇단 악재가 터져 위 내정자는 적잖은 부담을 안고 출발해야 한다.
“카드 DNA를 버릴 각오로 스마트(smart)를 지향할 때다.” 위 내정자가 2014년 10월 ‘하반기 전사 대토론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 한마디로 신한카드는 신한FAN을 세상에 선보였고 이는 핀테크시장을 선도하는 발판이 됐다.
이제 관심은 3월 이후로 쏠린다. 여러 부담을 안고 신한은행호를 이끌어야 하는 그는 앞으로 어떤 어록을 탄생시킬까. 또 그 어록은 신한은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금융권의 이목이 위 내정자에 집중되는 이유다.
☞프로필
▲1958년 출생 ▲서울고 졸업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5년 신한은행 입행 ▲1999년 신한은행 반포터미널지점장 ▲2004년 신한은행 PB사업부장 ▲2004년 신한금융지주회사 통합기획팀장 ▲2008년 신한금융지주회사 부사장 ▲2011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3년 신한카드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 ▲2013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