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가운데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로 주목받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오는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의 합병안 등을 의결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80억달러(약 9조1376억원)에 하만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 온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해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선두 기업으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가결된다. 하지만 이미 일부 주주들이 ‘낮은 인수가’를 이유로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M&A를 주도한 이 부회장이 뇌물 혐의 등으로 다시 한 번 구속될 위기에 처하며 다른 주주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새벽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재계 한 관계자는 “M&A에 반대하는 하만 주주들은 이익 관련 불만이 크지만 일부 임직원들은 최순실 사태에 깊숙이 연관된 삼성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사안인 만큼 주요 주주들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병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관문이 남아 있다. 미국, EU, 중국 등 주요 정부기관의 반독점규제 관련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장부품은 삼성전자가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라 독점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측불허 행보를 보이고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향후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등이 확정되면 삼성이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과 영국 뇌물수수법 등의 적용대상으로 지목돼 해외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다수 국가에서 도입 중인 FCPA 적용 사례가 될 경우 대규모의 과징금을 물게 되거나 해외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FCPA는 기본적으로 미국 회사가 해외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지만 미국에 현지법인을 둔 외국 회사를 처벌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FCPA 처벌을 받은 기업은 천문학적 과징금 외에도 미국 조달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며 미국 내 기업과의 M&A도 불가능해진다. M&A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던 이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으로 발목이 잡히며 삼성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