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속 달랜 완탕면의 진가
열정의 도가니, 해피밸리의 짜릿한 승부
#. 박찬일 셰프가 홍콩에 갔다. 최고의 광둥 요리부터 길가의 포장마차까지 홍콩의 맛과 향을 만끽했다. 박 셰프는 홍콩의 수많은 음식 중 어떤 것에 마음을 빼앗겼을까. 식재료는 셰프의 비장의 무기다. 박 셰프가 꼽은 잇아이템도 궁금했다.
박찬일 셰프가 추천한 완탕면.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홍콩인들의 소울푸드 ‘완탕면’
홍콩은 국수 천국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탄탄면부터 광둥 요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생선국수까지 온갖 종류의 국수 요리를 찾아볼 수 있다. 홍콩을 찾은 박찬일 셰프의 선택은 완탕면이었다. 구불구불한 면과 건어물을 듬뿍 우려낸 수프, 하늘하늘한 완탕의 조화가 일품이어서다.
“완탕면은 노동자들이 아침식사나 간식으로 후루룩 빨리 먹는 요리였어요. 서민 요리지만 홍콩의 어느 국수 가게에 가나 완탕면의 맛은 일정 수준 이상을 자랑해요. 식당을 채운 복잡한 냄새들 중에서도 간수면과 건어물을 듬뿍 넣은 수프의 독특한 향은 바로 코를 사로잡지요. 국수의 단단한 식감에 비해 완탕의 얇은 피는 어린 새의 날개처럼 부드럽고요.”
해피밸리 경마 경기 장면.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열정·욕망, 스릴 넘치는 해피밸리 경마장
완탕면으로 배를 채운 뒤 홍콩인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경마를 경험해보자. 1841년 도시 엘리트들의 오락거리로 시작한 경마는 홍콩인들의 80%가 즐기는 스포츠이자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했다. 코즈웨이베이에서 도보로 15분 떨어진 해피밸리에서 경기가 열리는 수요일 밤, 경마장 안은 거대한 축제처럼 흥겨운 분위기로 변한다. 박 셰프는 해피밸리에서 사람들의 열정과 욕망을 봤다고 했다.
“제가 경마장에서 보고 싶은 것은 관객들의 얼굴이에요. 경기도 흥미롭겠지만, 경마라는 게임이 끌어내는 사람의 열정과 욕망이 대단하잖아요. 경기가 끝난 후 벌어진다는 맥주 파티도 즐겁겠고요.
박찬일 셰프가 고른 홍콩산 식초.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중화요리 비장의 무기 ‘홍콩산 식초’
홍콩은 명불허전 쇼핑천국이다. 그렇다면 셰프인 그는 어떤 물건을 골랐을까. 박찬일 셰프의 장바구니에는 흑식초 한병이 들어 있었다. 광둥요리의 고급스러운 맛을 돋우는 데 식초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다. 고기 요리의 누린내를 없애는 한편 국물에 몇 방울 뿌리면 풍미가 한층 풍성해진다는 거다.
“국내에서는 식초를 즐겨 사용하지 않는 편이고 질 좋은 식초를 찾기도 어렵죠. 하지만 음식에서 식초의 역할은 다양하고 중요해요. 저는 자장면이나 짬뽕에도 식초를 뿌려 먹어요. 흑식초로 군만두 소스를 만들어봐도 좋겠고요. 흑식초와 중국 간장, 다진 마늘이나 파를 함께 푼 후 찍어먹으면 평범한 군만두도 맛의 수준이 달라져요.”
몽콕의 굿호프누들(Good Hope Noodle).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홍콩관광청 추천팁
맛있는 완탕면을 즐기고 싶다면 몽콕의 굿호프누들(Good Hope Noodle)을 찾자.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수집은 8년째 미쉐린 빕 구르망 리스트에도 올랐다. 홍콩식 자장면 자장로미엔을 함께 주문한다면 금상첨화.
퀄리티 높은 홍콩 식초를 구하고 싶다면 프리미엄 식재료 상점인 몽콕의 팟천(Pat chun)이 적격이다. 1930년대 개업한 중국식 소스 전문점으로 식초, 굴소스, 간장, XO 소스 등 80종의 방대한 라인업을 갖췄다. 다만 HK$300 이하로는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
몽콕의 굿호프누들의 완탕면과 다양한 국수요리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해피밸리 경마장의 기본 입장료는 HK$10이며 옥토퍼스 카드로도 계산할 수 있다. 온라인 예약을 한다면 내부 레스토랑에서 뷔페 식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야간 경기는 수요일마다 열리지만 비정기 휴무일이 있으므로 미리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게 좋다.<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