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생명보험협회 회장으로 거론되며 관피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스1
보험업계가 ‘관치의 덫’에 걸려들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출신인 정지원씨가 손해보험협회장에 선임된데 이어 생명보험협회장도 고위 관료 출신이 꿰찰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장 선출 과정에는 정치인까지 가세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인+마피아)’의 ‘나눠먹기’식 인사가 선을 한참 넘었다는 게 보험업계의 판단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유력 인사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후보였던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은 관피아 논란을 의식해 회장직에 나설 의사가 없다는 뜻을 협회 측에 전했다.
생명보험협회는 정 보험연수원장이 선임될 경우 정피아, 최 전 금융위원장이 될 경우 관피아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 보험연수원장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3선을 지낸 인물로 엄밀히 따지면 순수 민간 출신이 아니다.
최 전 금융위원장은 재정경제부 산업경제과장과 외화자금 과장, 국제금융과장,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친 대표적 관 출신이다. 앞서 최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직을 고사한다고 밝혔다. 관피아 논란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생명보험협회 한 관계자는 “특정 후보군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 전 금융위원장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안다”며 “협회 입장에서는 정치권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후보가 회장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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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협, 民 출신 명맥 끊기나? ━
생명보험협회장은 세월호 참사로 고위 관료 퇴직자 출신 즉 '관피아' 협회장에 대한 비판이 컸던 2014년 이후 줄곧 민간 출신이 맡았다. 다만 생보업계의 반응과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신용길 현 생명보험협회장 선임 당시에도 손해보험협회가 고위 관료 출신인 김용덕 회장 영입에 성공했던 것과 달리 생명보험협회는 뒷말이 무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협회가 회장 인선 과정을 끌며 내심 ‘고위직’ 인사를 영입하고자 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임기가 남아있는 회원사 KB생명 신용길 대표이사를 협회장에 선출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업계가 관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건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규제 자율화 바람을 타고 완화됐던 보험 규제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강화’로 방향을 틀면서 가속화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관 협조 능력 및 업계의 이익 대변이라는 협회의 성립 목적을 위해선 업계 출신의 전문성이 아닌 정부, 금융당국 그리고 정치권에 강력한 ‘인맥’이 필요하다는 여론 또한 보험업계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신임 회장 하마평에 고위직 인사만 즐비한 것도 관료 출신을 선임하기 위한 회원사들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생명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6일 2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후보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선임되며 관피아 논란에 또 다시 빠져들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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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협, 이미 관 출신이 장악”━
손해보험협회는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며 관피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인 '부금회' 멤버다. 1962년생인 정 이사장은 부산 대동고를 졸업하고 1981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로욜라대 법학 석사 등을 취득했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부금회 멤버로는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등이 있다.
정 이사장은 현 정부의 ‘경제권력’으로 통하는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이다. 대표적인 ‘서경 81학번’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고승범 금융통화위원 등이 있다.
정 이사장은 또 행정고시 27회로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뒤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상임위원을 지낸 금융관료 출신이기도하다.
핵심 부처 공무원 출신이라는 자부심과 강한 유대, 정관계 영향력 등을 바탕으로 서로의 이익을 도모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정 신임 회장 경우 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이어 손보협회까지 소위 `알짜`로 불리는 금융 기관장을 세 차례나 연거푸 해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정 이사장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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