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서울=뉴스1) 이준성 정수영 기자
"이런 명예로운 영예를 받는 것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뛰어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상을 받았어도 저는 오늘 정점에 도달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63)가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열린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수훈식에서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를 받았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1957년 프랑스 문화부가 제정한 상으로, 프랑스를 포함한 전 세계 예술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슈발리에(Chevalier), 오피시에(Officier), 코망되르 등 세 등급으로 나뉜다. 이 중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를 받은 한국인은 2011년 지휘자 정명훈에 이어 조수미가 두 번째다.
조수미는 이날 "프랑스는 제 마음속에서 특별한 곳을 차지해 왔다"며 "일요일 아침 온 가족이 보는 엄청 유명한 TV쇼에 초대돼 엄청나게 힘든 프랑스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 기립박수를 받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년에 저는 국제무대 데뷔 40주년을 맞는다,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며 "이런 영예는 영광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앞으로 저는 더욱더 젊은 세대에게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한국 팬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저를 40년 동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대한민국 팬들에게 다시 한번 사랑을 보낸다"고 했다.
이날 시상을 맡은 한국계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전 문화 장관은 연설문을 통해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아시아 출신 예술가가 서양 오페라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며 "조수미 님은 탁월한 실력과 끊임없는 용기로 의심과 심지어는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고, 잘츠부르크, 빈, 밀라노, 뉴욕, 그리고 파리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이어 "프랑스와 프랑스 음악에 대한 조수미 님의 사랑은 깊고도 진실하다"며 "프랑스 음악의 세계적 확산에 대한 공헌은 말로 다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견이 지배하던 곳에 예술의 목소리를 울리고, 경계를 넘어 아름다움을 전파함으로써, 조수미 님은 프랑스가 소중히 여기는 이상인 '문화의 보편성, 예술을 통한 인류의 우애'를 몸소 실천했다"고 전했다.
한편 조수미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게 발탁돼 '가면무도회'의 오스카 역을 맡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라 스칼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활약하며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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