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 리뉴얼 오픈 현장에서 만난 채정원 신세계디에프 MD담당 상무의 목소리에는 1년 가까이 준비한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달콤한 디저트 향이 코끝을 스치고, 세련된 패키지의 K푸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옆에서는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키는 '스페이스 오브 BTS'가 손짓한다.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이날 새롭게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의 모습이다. 디저트, 식품, 패션, 기프트, K팝 등 100여 개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이곳은 여느 면세점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K컬처를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면 시내 이곳저곳 돌아다닐 필요 없이 이곳에서 원스톱으로 주요 K아이템 쇼핑이 가능하다.
이번 11층 리뉴얼의 키워드는 '체험'이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발맞춘 전략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신세계면세점의 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하며 K푸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마케팅담당 곽종우 이사는 "성수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주시고, 하반기 중국인 무비자 단체관광이 재개될 경우를 대비해 사전 준비 작업을 한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중국인 방한객이 최소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그 시점에 맞춰 경쟁력을 갖추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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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지하 샅샅이 뒤져 발굴"… 바이어가 직접 찾은 '힙한 K푸드'━
이 브랜드들은 어떻게 발굴됐을까. 리뉴얼에 참여한 주류담배식품팀 현정훈 바이어는 발로 뛴 과정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연초부터 리빙페어, 백화점 지하 식품관을 샅샅이 뒤지고 SNS를 통해 트렌드를 분석하며 직접 브랜드를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선정 기준은 명확했다. 내국인에게 먼저 인기를 얻어 바이럴 될 것, 전통을 담으면서도 세련된 패키징을 갖출 것, 식품의 본질인 '맛'이 있을 것. 현 바이어는 "단순히 면세점에 흔히 있던 브랜드가 아니라 저희가 직접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를 만나 입점을 제안했다"며 "보세구역 통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신세계만의 경쟁력을 가져가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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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부터 K팝까지… 'K컬처 시너지'로 승부수━
현 바이어는 "여기서 저희와 합을 맞추며 함께 성장한 브랜드들이 단독 매장으로 확장하고 나아가 공항 채널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포부를 밝혔다.
옆에 마련된 '신세계 푸드 마켓' 역시 비비고 간편식부터 지역 특산품까지 폭넓게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출국 직전의 여행객들을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김, 라면 등을 모아놓은 코너에는 장바구니가 비치돼 있었다. "출국 전 마지막으로 장 한번 보시고 가시라는 의미에서 마트처럼 공간을 구성했다"는 현 바이어의 설명이다.
이번 리뉴얼의 또 다른 핵심은 '시너지'다. 기존 8층에 있던 '스페이스 오브 BTS' 매장을 11층으로 이전, K푸드·패션·주류·캐릭터 상품과 한 공간에 배치했다. 멤버별 활동 시기에 맞춘 앨범과 신상 굿즈를 추가해 팬심을 공략했다. K팝 팬들이 굿즈를 사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K디저트를 접하고, K푸드를 맛보러 온 관광객이 K팝에 관심을 갖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노린 것이다.
고연산 위스키 등 희귀 주류와 시가존(하바노스, 다비도프)을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패션존에는 게스(GUESS), 엠엠엘지(Mmlg) 같은 단독 숍을 추가해 쇼핑의 즐거움을 더했다.
채 상무는 "MD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속도와 트렌드 대응 역량"이라며 "성수동과 홍대 등 서울 주요 상권의 최신 트렌드와 감성을 면밀히 분석해 명동점에 집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K콘텐츠 중심의 상품 개발과 매장 운영을 강화해 면세 쇼핑의 매력을 알리고, 브랜드와 상생할 수 있는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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