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대행이 전날(26일) 경기에서 나온 '13구 견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두산 입장이) 이해가 간다"면서도 "승부처에서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26일 LG와 홈경기에서 3-4로 졌다. 25일(5-6 패)에 이어 이틀 연속 1점 차 석패를 당한 두산은 스윕당할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경기 도중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나와 화제가 됐다.
3-4로 뒤진 8회말, 두산은 선두 타자 김인태가 볼넷을 골라 나가자 대주자 조수행을 내보냈다. 발 빠른 조수행이 도루로 2루를 훔쳐 동점을 만들기 위한 찬스로 이어가려는 선택이었다.
이를 알고 있는 LG는 견제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진성이 양석환 타석에서만 총 8개의 견제구를 던졌고, 다음 이유찬 타석에서도 견제구 5개를 추가로 던졌다.
LG의 거센 방해에도 조수행은 결국 2루로 뛰었고, 도루에 성공했다.
그러나 27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조 대행은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견제구를 많이 던져도 되나 싶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중간에 한 번 나갈까 고민했다. 바뀌는 건 없겠지만 흐름을 끊고 싶었다. 하지만 어필할 명분이 없었고, 경기 도중 일어난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대행은 "물론 우리에게도 소중한 한 베이스인 만큼, 상대도 그렇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말 한 베이스를 막기 위해 견제한 건지 모르겠다"면서 "당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조수행 선수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결국 도루에 성공했고, 수비에서도 좋은 타구를 잡아준 것에 대해 칭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 대행 인터뷰 이후 취재진을 만난 염 감독은 이에 대해 "충분히 (상대 입장이) 이해는 간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 점이 중요한 상황이었고, 1루 주자를 2루에 안 보내는 게 우리 목표였다"며 "조수행이 나오면 다른 주자보다 도루 확률이 높기에 배터리 코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묶어야 했다"며 견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산 입장에서는 짜증 날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두산이 잘한 플레이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압박을 줬기에 13개의 견제구가 간 것이다. 투수가 타자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주자에게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도루에 성공하지 않았나"라고 두산의 대주자 투입이 성공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우리도 많은 견제를 받는 팀이다.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경험상 '우리가 상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견제구 개수 제한' 도입에 찬성한다는 뜻도 나타냈다. KBO리그에는 아직 견제구 제한 규정이 없다.
그는 "내년부터 견제구 개수를 3개로 제한했으면 한다. 이젠 거의 모든 팀이 뛰는 야구를 하지 않나. 어차피 다 같이 하는 거고 스피드업을 위해 3개로 제한해야 한다. 다음 감독자 회의에서 얘기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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