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읽고 가슴으로 느끼는 삶의 지혜
[머니위크 Book]찡한 이야기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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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썰렁하다. 어찌 보면 각박하다. 한 꼬마가 아빠에게 시간당 얼마 버느냐고 묻는다. 20달러라고 대답하니 당돌하게도 10달러만 빌려달라고 요청한다. 살짝 당황한 아빠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10달러를 지갑에서 꺼내자 꼬마가 말한다. "아빠, 제 용돈 10달러 보태 20달러 드릴테니, 저랑 1시간만 놀아주세요." 촌음을 다투는 현대사회에서 '부자유친(父子有親) 실천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대로 살 만하다. 서울의 성형외과 의사 한성익 씨는 안면 장애자들에게 만원에 성형수술을 해준다. 안구암 치료 때문에 오른쪽 눈이 없는 처녀, 귀가 하나 뿐인 어린이, 입천장이 뚫려 물 마실 때마다 한 쪽 눈으로 물이 새는 남자는 거의 공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대신 누군가에게 선행을 하겠다는 약속만 하면 된다. 어디 한국 뿐이랴. 미국에서도 "남을 돕자"는 신년 각오 톱10 리스트에 해마다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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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편의 칼럼과 가슴뭉클한 메모글을 통해 "누가 나를 괴롭힐 땐 그 일을 모래 위에 새기되 도움을 받았을 땐 반석 위에 새겨 두라"고 권고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새순이 돋고,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이 900만명이나 되는 세상에서 이보다 나은 처세술은 없다.
이 책의 바탕은 머니투데이 온라인 사이트에 연재되는 영어 칼럼 'Hank's Mail'이다. 한국투자공사(KIC)의 감사로 봉직하는 저자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정부 관료로 잔뼈가 굵었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미국에서 세계은행, 현지 IT업체 등을 거치며 폭넓은 글로벌 체험을 했다. 그런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연재 칼럼이 독자와 네티즌의 큰 박수를 받아 이번에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추천사에서 밝혔듯이 날카로운 시사 분석과 코멘트, 빛나는 편지글에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길까지 담겨 삶의 지혜가 더욱 풍성하다.
한국인을 왠지 주눅들게 하는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저자의 글은 모두 리더스 다이제스트 형식을 띤다. 10여년의 미국 생활을 통해 영어식 사고방식을 완벽히 갖춘 저자는 모든 글을 영어로 적어놨다.
각 챕터마다 영어 표현을 친절히 설명하는 주석을 달았고 원문의 맛을 충분히 살린 번역문도 덧붙여 놨다. 맘에 드는 영어표현의 해석을 번역문과 비교해 볼 수 있고 반대로 한글로 읽다 맘에 드는 표현을 영어로 확인할 수도 있다.
영어와 관련해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생뚱맞음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점이 특히 도드라진다. 외국에서 발간된 영한대역 문고를 읽다 보면 유머라고 하는데 웃기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영어가 필요하대도 억지 웃음까지 지어가며 책을 읽을 이유는 없다.
저자가 소개하는 유머 글은 토종 영어 베테랑의 철저한 검증을 거쳤기에 한국인들도 마음놓고 배꼽을 잡을 수 있다. 영어로 읽고 우리말로 느끼며 어디 한번 꿩 먹고 알 먹어 보자.
찡한 이야기/안홍철 지음/머니투데이 펴냄/279쪽/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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