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엉뚱한 천재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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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의 세계/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富 따르고 福 터지는
엉뚱한 천재가 되라
'웃기는 노벨상'...하버드대 잡지가 제정,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시상
창의적 아이디어가 곧 돈이 되는 세상이다. 세계적인 부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남과 다름'이다. 남들과 똑같은 생각과 방식으로는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한눈 팔지 않고 꾸준하고 알뜰하게 돈을 모아 부를 축적한 부자도 많다. 하지만 남이 가지 않는 투자의 길을 개척자 정신으로 일구고 가꿔, 자신만의 '부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부자의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학의 세계는 어떨까. 부자들의 세계 만큼 엉뚱한 사람이 득세하는 분야가 과학이다. 혹자는 '천재는 99%의 엉뚱함과 1%의 머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창의력은 엉뚱함에서 나오는 빛나는 결과물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웃기는'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 있다. 이그노벨(Ig Nobel)상이다. '노블(noble)'의 반대어로 기발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매년 시상한다. 하버드대의 유머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AIR)>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상이다.
노벨상을 풍자해 만든 상으로 가공인물인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cius Nobel)에서 이름을 따 매년 10월경 노벨상 발표에 앞서 수여된다.
웃게 하고 생각하게 해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 그림이 이그노벨상의 공식 포스터다. 고정관념이나 일상적인 사고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 또는 획기적이고 이색적인 업적을 뜻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포스터다.
시상은 평화·사회학·물리학·문학·생물학·의학·수학·환경보호·위생, 그리고 여러 학문 분야와 관계가 있는 연구 등 총 10개 분야로 나누어진다.
이 상은 '사람들을 웃을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Make people laugh, and then make them think)'에 주어진다. 전 세계에서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연구 성과들을 찾아내 시상하는데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상을 수여한다.
시상식 분위기도 색다르다. 연미복이나 나비넥타이를 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엄숙함 따위도 없다. 참가자들의 의상도 각양각색이다. 수상자에게는 은박지로 만든 메달과 '생각하다 떨어진 사람'이 그려진 상장이 주어진다. 항공료와 체제비와 같은 시상식 참가비 또한 수상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가 약 14억원의 상금을 받는 것에 비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상금도 없다.
또 수상 소감에서 관중을 웃기지 않으면 안 된다. 안전기술 부문 이그노벨상 수상자 허투비즈는 거금을 들여 회색 곰 방어복을 만들어놓고는 기껏 한다는 소리가 “그러나 회색 곰을 만나면 캔 콜라를 꺼내 흔들다 뚜껑을 따세요. 그러면 겁내며 도망가거든요. 비용도 60센트밖에 안 들고 남은 콜라는 마실 수도 있으니 좋잖아요?”라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시상식은 과학계의 작은 파티와도 같은 행사다.
우리나라에도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있다. 1999년 환경 보호부문의 상을 받은 권혁호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향기 나는 신사복을 발명하여 한국 최초의 수상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문선명 씨가 1960년 36쌍을 시작으로 1997년까지 3600만쌍을 합동결혼 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그 노벨상이 주는 의미
현대 사회는 창의력이 넘치는 사람을 원한다. 창의력이란 비범한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우리 상식 수준에서는 비논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회, 조직, 개인의 발전은 바로 그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입체파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피카소를 생각해보자. 그의 그림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정말 이상한 그림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는 사물의 정면이나 옆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본 모습을 한번에 그려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발상이 그를 세계적인 거장으로 만들었고 미술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게 했다. 고정관념을 깨고, 기발한 호기심으로 남들이 생각지 못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그노벨상이 주는 의미다.
공상이나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두뇌가 발달된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굉장히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보고, 엉뚱한 상상도 해보자.
서혜림 대학생 기자 [email protected]
***콜라가 피임에 효과 있다? 없다?
2008년엔 '다이어트 콜라가 피임 효과가 있다'와 '콜라는 피임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또 '듣기 좋은 과자 씹는 소리가 과자를 더 맛있다고 믿게 하는 심리학 연구'가 영양학상을 받았고, '식물의 존엄성 인정 법안 통과'란 연구가 평화상을 받았다. 문학상은 '조직 안에서 내뱉는 모욕적인 화술에 대한 탐구'가 수상했다.
2007년엔 '칼을 삼켰을 때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의학상을 받았고, 생물학상은 우리가 매일 밤 자는 침대에서의 진드기, 박테리아와 같은 각종 균들의 수를 일일이 조사한 연구가 받았다. 화학상은 소똥에서 바닐라 향료를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한 일본의 여성 연구원이 받았는데, 시상식에서 직접 소똥 바닐라향의 아이스크림을 시식하기도 했다. 화학상은 '게이 폭탄'이라는 무기를 창안한 연구팀이 수상했다. 이 연구팀은 폭탄이 적군 진지에 떨어져 화학 물질을 발산하면 적군의 병사들이 서로 '참을 수 없는 성적 흥분감'을 느껴 전투력을 크게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바보들은 정말 예외 없이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 한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증명한 코넬대학의 심리학자들, 술을 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최고 50퍼센트까지 소득이 떨어진다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실'을 입증한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올드, 발이 작다고 눈치 주는 장모에게 스트레스 받아 발 크기와 페니스 크기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토론토대학의 과학자 제럴드 베인 등이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서혜림 대학생 기자 [email protected]
富 따르고 福 터지는
엉뚱한 천재가 되라
'웃기는 노벨상'...하버드대 잡지가 제정,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시상
창의적 아이디어가 곧 돈이 되는 세상이다. 세계적인 부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남과 다름'이다. 남들과 똑같은 생각과 방식으로는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한눈 팔지 않고 꾸준하고 알뜰하게 돈을 모아 부를 축적한 부자도 많다. 하지만 남이 가지 않는 투자의 길을 개척자 정신으로 일구고 가꿔, 자신만의 '부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부자의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학의 세계는 어떨까. 부자들의 세계 만큼 엉뚱한 사람이 득세하는 분야가 과학이다. 혹자는 '천재는 99%의 엉뚱함과 1%의 머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창의력은 엉뚱함에서 나오는 빛나는 결과물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웃기는'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 있다. 이그노벨(Ig Nobel)상이다. '노블(noble)'의 반대어로 기발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매년 시상한다. 하버드대의 유머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AIR)>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상이다.
노벨상을 풍자해 만든 상으로 가공인물인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cius Nobel)에서 이름을 따 매년 10월경 노벨상 발표에 앞서 수여된다.
웃게 하고 생각하게 해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 그림이 이그노벨상의 공식 포스터다. 고정관념이나 일상적인 사고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 또는 획기적이고 이색적인 업적을 뜻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포스터다.
시상은 평화·사회학·물리학·문학·생물학·의학·수학·환경보호·위생, 그리고 여러 학문 분야와 관계가 있는 연구 등 총 10개 분야로 나누어진다.
이 상은 '사람들을 웃을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Make people laugh, and then make them think)'에 주어진다. 전 세계에서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연구 성과들을 찾아내 시상하는데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상을 수여한다.
시상식 분위기도 색다르다. 연미복이나 나비넥타이를 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엄숙함 따위도 없다. 참가자들의 의상도 각양각색이다. 수상자에게는 은박지로 만든 메달과 '생각하다 떨어진 사람'이 그려진 상장이 주어진다. 항공료와 체제비와 같은 시상식 참가비 또한 수상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가 약 14억원의 상금을 받는 것에 비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상금도 없다.
또 수상 소감에서 관중을 웃기지 않으면 안 된다. 안전기술 부문 이그노벨상 수상자 허투비즈는 거금을 들여 회색 곰 방어복을 만들어놓고는 기껏 한다는 소리가 “그러나 회색 곰을 만나면 캔 콜라를 꺼내 흔들다 뚜껑을 따세요. 그러면 겁내며 도망가거든요. 비용도 60센트밖에 안 들고 남은 콜라는 마실 수도 있으니 좋잖아요?”라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시상식은 과학계의 작은 파티와도 같은 행사다.
우리나라에도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있다. 1999년 환경 보호부문의 상을 받은 권혁호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향기 나는 신사복을 발명하여 한국 최초의 수상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문선명 씨가 1960년 36쌍을 시작으로 1997년까지 3600만쌍을 합동결혼 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그 노벨상이 주는 의미
현대 사회는 창의력이 넘치는 사람을 원한다. 창의력이란 비범한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우리 상식 수준에서는 비논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회, 조직, 개인의 발전은 바로 그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입체파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피카소를 생각해보자. 그의 그림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정말 이상한 그림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는 사물의 정면이나 옆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본 모습을 한번에 그려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발상이 그를 세계적인 거장으로 만들었고 미술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게 했다. 고정관념을 깨고, 기발한 호기심으로 남들이 생각지 못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그노벨상이 주는 의미다.
공상이나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두뇌가 발달된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굉장히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보고, 엉뚱한 상상도 해보자.
서혜림 대학생 기자 [email protected]
***콜라가 피임에 효과 있다? 없다?
2008년엔 '다이어트 콜라가 피임 효과가 있다'와 '콜라는 피임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또 '듣기 좋은 과자 씹는 소리가 과자를 더 맛있다고 믿게 하는 심리학 연구'가 영양학상을 받았고, '식물의 존엄성 인정 법안 통과'란 연구가 평화상을 받았다. 문학상은 '조직 안에서 내뱉는 모욕적인 화술에 대한 탐구'가 수상했다.
2007년엔 '칼을 삼켰을 때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의학상을 받았고, 생물학상은 우리가 매일 밤 자는 침대에서의 진드기, 박테리아와 같은 각종 균들의 수를 일일이 조사한 연구가 받았다. 화학상은 소똥에서 바닐라 향료를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한 일본의 여성 연구원이 받았는데, 시상식에서 직접 소똥 바닐라향의 아이스크림을 시식하기도 했다. 화학상은 '게이 폭탄'이라는 무기를 창안한 연구팀이 수상했다. 이 연구팀은 폭탄이 적군 진지에 떨어져 화학 물질을 발산하면 적군의 병사들이 서로 '참을 수 없는 성적 흥분감'을 느껴 전투력을 크게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바보들은 정말 예외 없이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 한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증명한 코넬대학의 심리학자들, 술을 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최고 50퍼센트까지 소득이 떨어진다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실'을 입증한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올드, 발이 작다고 눈치 주는 장모에게 스트레스 받아 발 크기와 페니스 크기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토론토대학의 과학자 제럴드 베인 등이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서혜림 대학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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