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원 강사인 전미영(30) 씨는 월급을 받으면 일단 마이너스 통장에 넣는다. 이자율이 연 7%이기 때문에 적금을 드는 것보다 마이너스 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마이너스 대출을 다 갚고 적금을 들려고 했지만 대출금은 줄지 않고, 최근 시아버님 칠순잔치를 치르면서 마이너스 한도만 더 늘리게 됐다.
 
#2. 새내기 주부 고민정(28) 씨는 올 가을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가슴이 답답하다. 며칠 전 집주인이 전세값 3000만원 인상 조건으로 재계약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목돈을 구하기 힘들다면 매월 30만원씩 월세를 살라는 조건도 제안했다. 고씨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모아둔 목돈도 없고 곧 아기도 태어나서 생활비도 더 들어갈 텐데, 매월 30만원씩 월세를 내야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정글자본주의' 살아남는 재테크 필살기

사진/ 류승희 기자
 
전씨, 고씨와 같이 '마이너스 인생' 때문에 한숨을 짓는 이들이 2011년 대한민국에는 허다하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서민들에게 '마이너스' 꼬리표를 떼어줄 대책은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돈 때문에 울고 한숨짓는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살아나는 재테크 필살기는 어떻게 익혀야 할까?
 
재무설계 전문업체 희망재무설계의 전문가 5인은 최근 공저<내 월급은 정년이 없다>(예스위캔 펴냄)를 내고 이 같은 난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돈을 못 모으는 이유
 
간단한 금융 퀴즈로 시작해보자.
 
1년 동안 매월 10만원씩(5%) 적금을 불입하면, 1년 뒤 받을 이자는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마시라. 약 3만2000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15.4%의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고작 2만7000원 정도만 손에 쥐게 된다.
 
월 불입액이 얼마든 간에 1년 동안 꼬박꼬박 정해진 날 적금을 만기까지 불입하는 데는 적지 않은 노력이 따른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힘들게 받은 이자를 써버리는 데는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할까? 답은 간단하다. 대개 아무 노력 없이 바로 쓸 수 있다.
 
돈 모으는 것은 어렵지만, 쓰는 것은 그만큼 쉽다는 것.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합리적인 소비지출 습관이 재테크 수익률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돈을 못 모으는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수백번 재테크 '열공'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당신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월급은 정년이 없다>를 통해 그 이유와 원인별 탈출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돈에 대한 이중적 사고방식'을 버리도록 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돈으로부터 모든 고통이 시작된다. 전셋값이 너무 올라 결혼을 하기도 힘든 세상이며, 부모는 부족한 노후준비로 하루하루가 벼랑 끝이다. 자녀들은 자신들 살기도 빠듯하기 때문에 부모님을 부양한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그럼에도 '돈은 하찮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천 대표는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며 "돈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를 버리고 제대로 바라보아야 돈을 하인으로, 꿈을 실현시키는 도구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글자본주의' 살아남는 재테크 필살기

 사진/ 류승희 기자

◆내 통장에 평생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게 하려면
 
"재테크 고수(高手)를 따라하면 현재 소득이 적어도 노후대비가 가능하다?"
 
고물가, 실업 등 생존경쟁이 치열한 경제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 소득이 많지 않아도 은퇴 후 매월 꼬박꼬박 통장에 돈이 들어오도록 준비하는 비법이 있을까?

이 책의 저자들은 재테크의 기본원칙을 알고, 현재 재무상황을 진단해 작은 것부터 돈 모으는 습관을 실천한다면 미래를 위한 알찬 준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실천 지침을 소개한다.
 
① 재무설계는 인생설계라는 말이 있다.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생설계가 필수요소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과 꿈 그리고 목표를 점검하라. 이명진 본부장은 "재무설계는 틀에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며 "돈을 벌고 모으는 목적부터 점검해보고 재테크의 전략을 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② 금융상품의 종류와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투자성향과 목적에 맞춰 선택하자.
 
적금처럼 원금 손실의 위험이 없는 저축상품은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수익성은 낮은 편이다. 적립식펀드처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되는 투자상품은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안전성이 낮다. 장우승 팀장은 "금융상품마다 제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누군가에는 장점이 또 다른 이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③ 마이너스통장은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혹시 있다면 없애라. 당장 마이너스통장을 없앨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많이 써버린 상태라면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상환해야 한다. 이자를 내고 쓰는 비상금 통장이 아니라, 내 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상금 통장을 만들어라. 평소에 자신도 모르게 빚이 늘어나게 하는 가장 무서운 장치가 바로 신용카드와 마이너스통장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④ 원금이 아까워 불필요한 보장성 보험에 돈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이미 잘못된 곳에 계속 투자하는 비용은 '매몰 비용'이다. 원금이 아까워 지속적으로 많은 돈을 보장성 보험료에 투자하기보다는 절감한 돈을 통해 보장의 효율을 획득하고, 대체투자를 통해 그 손실을 만회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의사결정이다.
 
⑤ 노후준비의 우등생과 낙제생은 수입의 많고 적음보다 돈을 모으는 습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돈 모으는 습관도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듯이 노후 준비도 갑자기 할 수 없다. 지금 여건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돈을 모으는 습관을 하나씩 길들여보자. 강성갑 컨설팅팀장은 "노후준비는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급하다고 무리한 투자를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