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른다
新고물가시대 탈출법/서민 물가, 줄줄이 상승 예고
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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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는데 주부들은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한다. 주요 포털의 물가 관련 뉴스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살펴보면 "매일 가격 인상 뉴스만 나오는데 무슨 안정 타령이냐", "물가상승률이 낮다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냐"며 콧방귀다.
실제로 국민들은 물가안정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인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012년 하반기 경제전망과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수립의 일환으로 지난 6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반기 정부의 중점과제로 32%가 '물가 안정'을 선택했다. '민생안정과 복지확충'이나 '일자리 창출'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수가 물가를 잡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런데 1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는 다소 충격적이다. 7월 들어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1.5% 상승하며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1%대 물가상승률은 2009년 7월 1.6% 이후 3년 만이고, 2000년 5월 1.1%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실제로 물가는 안정되고 있는 걸까.
◆물가상승 품목 줄이어
정부 발표나 국민의 염원과는 달리 현재 신문지면은 가격인상 소식만 있을 뿐이다. 최근 가격인상 품목을 보면 주로 서민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대다수다. 술·라면·식음료 등 생활밀착형 제품이다.
우선 이달 들어 하이트진로의 맥주 출고가격이 5.93% 올랐다. 이유는 원자재가격 인상이다. 지난 3년간 맥아값이 20%, 보리값이 100% 이상 상승했다. 이외에도 캔 생산원료인 알루미늄 가격과 운송료도 오르면서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와 치열한 시장점유율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오비맥주도 가격인상을 고심 중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두차례 가격인상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오비맥주는 아직까지 가격인상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 가격을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지, 수익성 향상을 꾀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원료인 주정가격이 5.6% 오르면서 소주업체들의 가격상승 압박도 커지고 있다. "당장 올해 인상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정의 원료인 타피오카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소주업체가 변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면업계는 이미 가격인상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서민물가 안정을 바라는 정부정책에 따라 가격인하를 단행한 뒤 지난해 11월 농심이 '신라면'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6.2%가량 슬그머니 올렸다. 이어 삼양라면과 팔도가 이달 1일부터 비슷한 수준의 가격인상을 결정했다. 라면업계 4대 업체 중 나머지 하나인 오뚜기는 아직까지 가격인상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원가부담 압박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탁에 올라오는 가공식품업계도 가격인상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동원 F&B는 동원참치 등 9개 품목에 대해 평균 7.6% 인상안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 안심따개를 도입한 사조참치 역시 8.4% 인상을 확정했다.
올해 두차례 가격인상을 추진했다가 정부와 여론에 밀려 실현하지 못했던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또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올리려 했던 풀무원 역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인상 방침을 결정했다가 여론악화로 인해 철회한 후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며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치솟은 밥상물가, 하반기엔 공공요금 인상 예고
밥상 물가도 위태롭기만 하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닭볶음탕, 소불고기, 시금치무침 등을 포함한 식단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이 6월 1만4108원에서 7월 1만9796원으로 40% 이상 올랐다. 시금치 가격이 2배 가량 뛰었고 무 가격도 50% 넘게 올랐다. 미국산 소고기와 닭고기도 15% 내외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앞으로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견돼 있다. 지난 6월 말 도시가스요금이 평균 4.9% 인상된데 이어 난항을 겪고 있는 전기요금 가격 협상이 5%선 인상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인상률 두자릿수(한전)와 5% 이내(정부)를 놓고 협의 중이다. 최근 한전이 4.9%로 인상폭을 낮추면서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또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11개 공공요금 중 우편요금과 철도요금, 도로통행료 등 지방공공요금의 10% 인상안이 제기되고 있다. 적자 누적으로 공기업의 출혈이 크다는 점에서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사진_머니투데이
◆곡물가 상승, 국제시장 변화에 취약 한계
문제는 앞으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대비 1.5% 상승에 그쳤지만 이 수치 역시 하반기에는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걱정은 대외적 변수가 힘겨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다. 두바이유 기준 7월 말 현재 10% 이상 급등했다. 국내 휘발유가격이 싱가포르 휘발유가격에 연동하고 있어 당장 변화는 없지만 어렵사리 안정된 유가가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7월 기준 미국 국제곡물가격은 2010년에 비해 많게는 두배 이상 뛰었다. 전년 대비 곡물생산량이 5600만톤 줄어든 탓이다. 콩·옥수수·밀 등의 가격 오름세는 2008년 애그플레이션 때를 능가할 정도로 강력하다. 때문에 2008년 사료비 급등으로 축산농가가 어려움에 직면했던 상황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정부도 곡물비축을 확대하는 한편 가공식품과 사료업계의 제품가격 담합을 관리하겠다며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세계시장가격에 쉽게 흔들리는 취약한 곡물자급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10년 기준 26.7%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식량안보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실제로 국민들은 물가안정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인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012년 하반기 경제전망과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수립의 일환으로 지난 6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반기 정부의 중점과제로 32%가 '물가 안정'을 선택했다. '민생안정과 복지확충'이나 '일자리 창출'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수가 물가를 잡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런데 1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는 다소 충격적이다. 7월 들어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1.5% 상승하며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1%대 물가상승률은 2009년 7월 1.6% 이후 3년 만이고, 2000년 5월 1.1%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실제로 물가는 안정되고 있는 걸까.
◆물가상승 품목 줄이어
정부 발표나 국민의 염원과는 달리 현재 신문지면은 가격인상 소식만 있을 뿐이다. 최근 가격인상 품목을 보면 주로 서민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대다수다. 술·라면·식음료 등 생활밀착형 제품이다.
우선 이달 들어 하이트진로의 맥주 출고가격이 5.93% 올랐다. 이유는 원자재가격 인상이다. 지난 3년간 맥아값이 20%, 보리값이 100% 이상 상승했다. 이외에도 캔 생산원료인 알루미늄 가격과 운송료도 오르면서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와 치열한 시장점유율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오비맥주도 가격인상을 고심 중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두차례 가격인상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오비맥주는 아직까지 가격인상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 가격을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지, 수익성 향상을 꾀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원료인 주정가격이 5.6% 오르면서 소주업체들의 가격상승 압박도 커지고 있다. "당장 올해 인상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정의 원료인 타피오카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소주업체가 변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면업계는 이미 가격인상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서민물가 안정을 바라는 정부정책에 따라 가격인하를 단행한 뒤 지난해 11월 농심이 '신라면'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6.2%가량 슬그머니 올렸다. 이어 삼양라면과 팔도가 이달 1일부터 비슷한 수준의 가격인상을 결정했다. 라면업계 4대 업체 중 나머지 하나인 오뚜기는 아직까지 가격인상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원가부담 압박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탁에 올라오는 가공식품업계도 가격인상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동원 F&B는 동원참치 등 9개 품목에 대해 평균 7.6% 인상안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 안심따개를 도입한 사조참치 역시 8.4% 인상을 확정했다.
올해 두차례 가격인상을 추진했다가 정부와 여론에 밀려 실현하지 못했던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또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올리려 했던 풀무원 역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인상 방침을 결정했다가 여론악화로 인해 철회한 후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며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치솟은 밥상물가, 하반기엔 공공요금 인상 예고
밥상 물가도 위태롭기만 하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닭볶음탕, 소불고기, 시금치무침 등을 포함한 식단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이 6월 1만4108원에서 7월 1만9796원으로 40% 이상 올랐다. 시금치 가격이 2배 가량 뛰었고 무 가격도 50% 넘게 올랐다. 미국산 소고기와 닭고기도 15% 내외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앞으로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견돼 있다. 지난 6월 말 도시가스요금이 평균 4.9% 인상된데 이어 난항을 겪고 있는 전기요금 가격 협상이 5%선 인상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인상률 두자릿수(한전)와 5% 이내(정부)를 놓고 협의 중이다. 최근 한전이 4.9%로 인상폭을 낮추면서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또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11개 공공요금 중 우편요금과 철도요금, 도로통행료 등 지방공공요금의 10% 인상안이 제기되고 있다. 적자 누적으로 공기업의 출혈이 크다는 점에서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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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머니투데이
◆곡물가 상승, 국제시장 변화에 취약 한계
문제는 앞으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대비 1.5% 상승에 그쳤지만 이 수치 역시 하반기에는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걱정은 대외적 변수가 힘겨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다. 두바이유 기준 7월 말 현재 10% 이상 급등했다. 국내 휘발유가격이 싱가포르 휘발유가격에 연동하고 있어 당장 변화는 없지만 어렵사리 안정된 유가가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7월 기준 미국 국제곡물가격은 2010년에 비해 많게는 두배 이상 뛰었다. 전년 대비 곡물생산량이 5600만톤 줄어든 탓이다. 콩·옥수수·밀 등의 가격 오름세는 2008년 애그플레이션 때를 능가할 정도로 강력하다. 때문에 2008년 사료비 급등으로 축산농가가 어려움에 직면했던 상황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정부도 곡물비축을 확대하는 한편 가공식품과 사료업계의 제품가격 담합을 관리하겠다며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세계시장가격에 쉽게 흔들리는 취약한 곡물자급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10년 기준 26.7%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식량안보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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