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 중 부동산 관련 세금 개편내용은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단기에 주택을 사고 팔더라도 세율이 낮아지게 된다. 또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도 폐지될 예정이다.
 
따라서 달라진 세법에 맞는 투자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9월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확인해보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올해 말부터 다시 적용할 예정이었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된다. 2005년부터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적용됐다가 한시적 유예기간을 가졌던 양도세 중과제도는 이번 조치가 없었다면 내년부터 적용될 방침이었다.
 
만약 중과세가 폐지되지 않았다면 3주택자는 양도차익의 60%, 2주택자는 50%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때문에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려면 올해 내 주택을 처분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다주택자는 기존과 같이 일반과세를 적용받게 된다. 일반세율은 6~38%까지 누진세가 적용된다. 투기지역 내 3주택자 이상은 10%포인트의 추가과세가 적용되지만 지난 5월 강남 3구를 끝으로 모든 투기지역이 해제돼 추가과세가 적용되는 지역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번 세법개정으로 인해 주택 처분이 다급했던 다주택자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택 매도시기를 늦춰도 양도차익에 대한 손실이 줄어들게 된다.
 
부동산 보유자 '시간' 벌었다

 
◆주택 단기매매 세부담 완화
 
양도소득에 대한 이익환수를 완화해주는 것은 다주택자 뿐만 아니다. 단기간에 주택을 매매해 얻은 차익에 대한 중과세도 완화 대상이다.
 
기존에는 주택 보유기간이 1년 이하면 양도세 50%를, 1~2년이면 40%를 적용하고 2년 이상 보유했을 때 일반과세(1주택자 비과세)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세제 개편으로 2014년까지는 1년 이하더라도 일반과세율인 6~38%를 적용받게 된다. 또 2015년에는 주택보유기간이 1년 이하면 양도세 40%를 적용받는다.

예컨대 1년 이내에 양도 차익 1억원을 올린 부동산 투자자의 경우 과거에는 50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했지만 세제 개편 후에는 3500만원만 내면 된다. 1000만원의 양도차익을 거뒀다면 양도세는 500만원에서 60만원까지 낮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택 단기매매로 양도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자가 유리해진다. 싸게 주택을 구입한 뒤 약간의 이윤을 붙여 곧바로 파는 경매 투자자나 급매물 단기투자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폐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세도 사라진다. 정부안에 따르면 농지나 임야, 나대지 등 비사업용 토지를 매각하는 경우 일반과세를 적용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액을 연 3%, 최대 30%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지난 참여정부 때는 비사업용 토지를 보유한 이를 투기자로 보고 높은 세율을 부과해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한시적 면제 방침을 이어왔으며 올해 말 면제기간이 끝날 예정이었다.
 
만약 이번 세법개정안이 나오지 않았다면 비사업용 토지를 보유한 이들은 올해 말까지 해당 토지를 매각하는 것이 유리했지만 달라지는 세법에 따라 내년까지 보유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양도세 중과 적용 시 6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반면 중과제 폐지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게 되면 양도차익의 30%가 비과세 적용되며 세율도 6~38%로 하향조정된다.
 
정부안이 최종결정되면 혜택을 입는 것은 비사업용 토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개인이다. 과거 토지에 투자했다가 매도 타이밍을 놓친 이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말로 예정된 중과세 폭탄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토지 소유자들은 '급매' 대신 '보유' 형태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 1년 연장
 
8일 발표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감면 조치가 주를 이룬다면 10일 입법예고된 지방세 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주택 매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 정책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취득세 감면 조치는 올해 말에서 1년 더 연장된다. 내년부터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이 2%에서 4%로 환원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조치를 통해 현행 2%가 내년 말까지 유지된다. 9억원 이상 주택은 4% 적용을 그대로 받게 된다.
 
취득세 감면혜택을 보는 일시적 2주택자 역시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또 1억원 미만 40㎡ 이하 주택을 취득할 때 적용되는 취득세 면제혜택도 2015년 말까지로 늦춰졌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취득세 감면 연장으로 주택 매수자의 조건은 나빠지지 않았지만 추가 조치가 없다는 점에서 혜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 특례세율 추가감면으로 적용된 1%와 비교하면 오히려 높아진 셈이기 때문이다.


관전포인트/
특정계층만 혜택…국회통과 여부 미지수
 
정부의 이번 부동산 세법개정안을 들여다보면 몇가지를 관통하는 내용이 있다. 부동산 소유자에 국한된 혜택이라는 점, 기존 혜택의 범위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 주택거래 활성화와는 무관하다는 점 등이다. 올해 말로 큰 손실을 봐야 하는 부동산 보유자들의 '시간 벌어주기용'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양도세 중과세 폐지는 '깡통 정책'이라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선심성 정책을 내놓았지만 당장 수익을 보는 사람은 없어서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세금을 내고 싶어도 20~30%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양도세를 줄여주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매수자 유인정책을 위해 취득세 감면에 더 힘을 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통과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한계다. 민주통합당이 '부자 감세안'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고 새누리당도 대선을 의식해 쉽사리 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추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 시장에 불안감만 조성할 공산이 크다.
 
때문에 부동산업계는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정책에 의구심을 품는 의견이 많다. 이미 예고됐던 정책이 되풀이되고 말뿐인 정책이 많은 점이 한계라는 지적이다. '약발'이 통하려면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