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상추, 金시금치, 金미나리, 金오이…. 품종이 개량된 것도 아닌데 농산물들이 '금빛' 채소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온 탓이다. 한달 전보다 많게는 100% 넘게 값이 껑충 뛰기도 했다.
 
이는 비단 국내 상황 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곡물수출국인 미국에 올해 55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해 곡물가격을 천정부지로 밀어 올렸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 인플레이션) 우려로 농산물은 투자시장에서도 주가가 급등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대부분의 농산물펀드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0~20%에 이를 정도로 대박이 났다. 그러나 농산물은 가격 급등락이 워낙 심해 섣부른 추종투자는 경계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상추' 지금 사면 상투?

 
◆ '잘 나가던 농산물펀드' 주춤…정점 찍었나
 
제로인에 따르면 8월21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농산물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평균 16.6.86%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7.57%), 해외채권형펀드(4.01%) 등을 가볍게 제쳤다.
 
그중에서도 농산물 가격의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하는 파생형펀드들의 강세가 뚜렷하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을 보면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가 26.76%로 가장 높고, '우리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특별자산[농산물-파생]C-I'( 22.89%)과 삼성KODEX콩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22.28%)가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주식형펀드에서는 최근 3개월간 11.34%를 기록한 '도이치DWS에그리비즈니스자[주식]Cls A'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블랙록월드애그리컬쳐(주식-재간접)(H)(A) 수익도 6.57%로 양호하다.
 
이윤교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가뭄도 여전하고 유럽 폭염 등으로 옥수수가격 등이 급등한 추세"라며 "한창 수확기에 날씨로 인한 피해가 커서 곡물가격이 연내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7월 말을 고비로 농산물 가격이 주춤하고 있어 뒷북투자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8월 들어 미국에 단발적으로 비가 오면서 곡물 가격의 상승세가 꺾인 측면이 있다"며 "급등 이후의 피로감으로 당분간 방향성을 고민하는 흐름(횡보장세)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미국 농무부에서 옥수수 대두 밀 등의 연간생산량 전망을 소폭 하향조정해 기상악화 영향은 조정될 수 있으나 7월 같은 급등현상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농산물은 기상 이슈가 터지면 짧은 기간 가파르게 솟아오르다 순식간에 주저앉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알고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농산물은 과거 2007~2008년과 2010년 중반에도 짧은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와 같이 주목받는 시기가 2~3년을 주기로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곧바로 급등 이슈가 터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수익 실현에 나서고 있어 8월 들어 상당수 농산물 펀드에서 자금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농산물펀드에서 8월 들어 21일까지 1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출됐다.
 
그러나 장기 분산투자의 대상으로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갈수록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균형은 악화될 수 있고, 농산물시장은 주식시장의 흐름과 달리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 자산의 일부를 편입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단 신규투자 시기는 당분간 시장을 주시하며 결정할 필요가 있다.
 
김대열 연구원은 "국제 곡물가격이 당분간 조정 양상을 보일 것이어서 당장 진입을 하기보다는 조정 후 신규로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상추' 지금 사면 상투?

 
◆ 농산물 지고, '금의 시대' 오나
 
최근 몇년간 원자재(commodity) 상품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금 상품은 올해는 깊은 마이너스의 늪에 빠지며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최근 '금 바닥론'이 솔솔 흘러나오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금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온스당 1642.90달러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개월 여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러한 금값 상승에 힘입어 금 펀드의 수익률도 살아나고 있는 추세다.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TIGER금속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의 6개월 수익률은 -12.18%였으나, 21일 기준 1주일 수익률은 0.07%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도 6개월 수익률 -5.73%에서 1주일 -0.25%, 1개월 2.29%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서서히 회복 추세를 보이는 금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동안 미 달러화에 밀려 안전자산으로써 매력이 떨어졌던 금이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경기부양 움직임과 유로존 위기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금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손재현 연구원은 "9월에 3차 양적완화(QE3) 등이 이뤄지면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금으로 몰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인플레이션 확대와 재정절벽 등의 우려에 맞서 리스크 방어 수단으로의 가치 상승도 점쳐진다. 김대열 연구원은 "4분기 대선 불확실성 속에서 재정 절벽(Fiscal Cliff·집행하던 예산이 삭감되거나 중단되는 상황)의 불안감이 부각되면 금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