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거둔 첫 성공은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였다. 특히 1984년에 선보인 운영체제 맥킨토시는 애플 PC의 화룡점정이었다. 당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컴퓨터의 작동 방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대로 작동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는 애플 PC의 우수성과 신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지만 잡스는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애플 PC는 전성기에도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지 못했다. 지금도 5% 안팎에 그치고 있다. 애플의 PC는 혁신적인 기술이자 획기적인 제품이고 PC시장을 새롭게 개척했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혁신은 천 개의 가닥으로 이어져 있다>의 저자 론 애드너 교수는 그 결정적인 이유로 혁신을 개별 기업차원에서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애드너는 성공적인 혁신을 기대한다면 관점을 넓혀 ‘생태계(ecosystem)’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정글'의 생존법칙은 '연결'


애플은 혁신적인 PC를 만들었지만, 정작 PC 생태계 내에 사람들이 애플 PC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응용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타 회사의 프로그램이나 주변기기와의 호환성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즉,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아 실패한 혁신 사례인 것이다.

하지만 이후 등장한 음원을 공급하는 아이튠즈 스토어와 앱을 공급하는 앱스토어, 그리고 스마트 기기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아이클라우드의 등장은 스마트 혁명을 불러왔다. 이는 단순히 아이팟·아이폰이라는 애플사의 기기만으로 이룬 성과가 아니다. 각각의 플랫폼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사람들, 기업들이 생태계를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생태계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까? 전기 자동차의 사례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전기차는 동급의 휘발유차와 비교할 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가격이 비싸다. 둘째,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짧다. 셋째, 충전소의 가용성 및 충전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배터리 충전을 위한 인프라가 열악하다.


이러한 전기차의 한계에 도전한 기업이 바로 2007년 설립된 베터 플레이스다. 베터 플레이스는 자동차와 배터리를 분리해서 제공한다. 운전자는 배터리가 포함된 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차만 사서 보유하고 베터 플레이스가 배터리를 보유한다. 또한 주행거리 기반 월 요금을 받는 대신, 베터 플레이스가 직접 구축한 충전 인프라에 운전자가 무료로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운전자의 집과 직장에 충전소를 설치해 배터리를 사용하게 한다. 월 요금에는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모든 전기가 포함되며, 배터리 교환 횟수도 제한이 없다.

베터 플레이스의 도전은 단순히 기술의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방식처럼 정부의 큰 자본을 토대로 전기차가 지닌 단점들을 개선해서는 혁신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베터 플레이스가 거둔 성공의 비결은 바로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한 데 있다. 전기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문제점을 개별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애플이 PC사업에서 실패를 했지만 스마트 혁명을 불러올 수 있었던 계기가 아이튠즈나 앱스토어 같은 콘텐츠 생태계를 형성했듯, 기존의 전기차가 매번 실패를 겪었던 이유는 바로 생태계를 이루지 못한 것에 있다. 베터 플레이스의 도전 역시 단순히 비즈니스의 성공을 떠나 진정한 혁신의 사례라 할 만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 천 개의 가닥으로 이어진 ‘혁신의 생태계’를 엮어냈기 때문이다.

론 애드너 지음 / 생각연구소 펴냄 / 1만 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