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받은 은행들, 재무비율시스템 변경 요청…비난여론 거셀 듯

우리은행과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와 수협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재무비율시스템을 가중평균치방식에서 회계추정치방식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최근 저금리와 금융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들어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목표치도 일부 완화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개 은행은 지난 1월31일 지난해 실적과 재무비율시스템 방식 변경 및 MOU 목표치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문건을 예보에 전달했다. 이중 우리은행과 경남은행, 광주은행은 우리금융이 일괄적으로 취합해 예보에 보냈다.
 
4개 은행이 재무비율시스템 변경을 요청한 것은 2010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들 은행은 예전에는 회계추정방식 시스템을 통해 MOU 목표치를 부여받았는데, 2010년 우리은행과의 협의로 가중평균치 방식으로 변경한 바 있다. 예보는 은행들의 요구를 수용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 간 가중평균치 방식에 맞춰 MOU 목표치를 부여했다.
 
문제는 예보가 은행들이 이번에 요청한 시스템 변경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이다. 은행이 요청한 재무비율시스템을 너무 빨리 변경할 경우 여론의 비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개 은행들은 오는 3월말 열리는 예금보험위원회에 예보가 재무비율방식 안건을 올릴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보 고위 관계자는 "은행에서 보낸 문건을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며 "3월초까지 관련 안건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년 만에 말 바꾼 은행에 뿔난 예보
 
4개 은행이 재무비율시스템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최근 금융환경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또 현재 금융환경에서는 올해 예보가 제시한 MOU 목표치를 맞추기도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깔려있다.
 
실제로 우리은행과 경남은행, 광주은행, 수협은행 등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은 지난해 실적 중 MOU 목표치 5가지 항목 중 각각 한개 항목씩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경남은행은 총자산순이익률(ROA), 광주은행과 수협은행은 판매관리비용(판관비)율이 각각 미달됐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우 작년 실적 중 MOU 목표치에 미달하는 불상사는 피했지만, 경영환경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MOU 재무비율 가운데 판관비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다행히 대손충당금을 통해 판관비율 목표치를 간신히 맞추기는 했지만 문제는 올해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시장 침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악재 등이 지속적으로 터지면서 수익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올해 충당금을 작년보다 더 많이 쌓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예보는 공적자금을 수혈 받은 은행들이 2년 만에 과거 시스템을 다시 요구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2001년부터 적용한 MOU 재무비율시스템을 은행의 요청으로 10여년 만에 변경했는데, 불과 2년 만에 과거 시스템의 재도입을 요청한 것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예보의 관리능력을 문제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의 비판도 일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MOU 목표치 인하 역시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별로 ROA와 판관비, 1인당 영업이익 등 ROA를 제외한 대부분의 목표치를 전년보다 큰 폭으로 완화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예보도 정부로부터 감사를 받고,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들에 대한 관리능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현재 상황으로는 (4개 은행이 요구한 사항이) 무리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보 고위 관계자 역시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MOU 재무비율 책정방식과 목표치 수정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결정된다"면서 "은행이 요구했다고 수용되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4개 은행이 재무비율시스템 방식 변경 요청에 대한 합리성이 있는지, 실질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 등이 중요하다"면서 "현재 실무자들이 각 은행이 제출한 재무현황과 5개 재무비율 목표치 등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혈세 받아쓴 은행들, 채 2년 만에…


◆광주·수협은행 예보 제재 촉각… 우리은행은 임단협 난항
 
4개 은행 가운데 올해 가장 노심초사 하는 은행은 광주은행과 수협은행이다. 오는 3월 예보위에서 두 은행에 대해 제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예보가 MOU 목표치 중 가장 중요시 여기는 항목은 자기자본비율(BIS)과 판관비, 1인당 영업이익 등이다. 특히 판관비의 경우 인건비와 광고선전비, 해외시장 개척비, 복리후생비, 판매촉진비 등으로 이 항목이 미달되면 임직원 연봉 동결 및 삭감, 임원 경고 등 제재를 가해왔다. 그만큼 영업실적이 부실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은행에 대한 제재도 사실상 불가피하는 것이 금융권 내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광주와 수협은행은 내부적으로 예보로부터 제재를 받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도 임금동결이나 임원 경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우리은행과 경남은행도 ROA 미달 등으로 임금동결 등의 제재를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은행과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 중인데 좀처럼 협상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은행이 예보의 관리를 받는 상황에서 쉽게 임금인상에 합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남은행은 사실상 임단협이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을 인상하되 예보의 제재조치가 있을 경우 임금인상을 철회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