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이 '질주'…작지만 강한 '미니 DNA'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자동차 경주로 꼽히는 다카르 랠리. 8600km라는 어마어마한 대장정을 치르다보니 경기 중 참가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종종 벌어져 '죽음의 자동차 경주'라 불리기도 한다.
 
미니 컨트리맨은 레이싱 차량으로 이 대회에 참가해 '2013 다카르 랠리' 우승을 차지했다. 전 대회 우승까지 포함하면 2연패다. 외형으로 보자면 작고 귀엽게만 느껴지는 컨트리맨이 지옥의 랠리에서 2연패를 했다는 사실은 디자인과 더불어 성능 면에서도 높은 수준의 차량임을 확인시켜주는 결과다.
 
미니 컨트리맨은 2010년 9월 판매를 시작해 지난 3월12일 전세계 25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만 10만2250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디자인을 선호하는 일부 마니아층에만 인기있는 차가 아닌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차라는 의미다.
 
깜찍한 외모와 달리 남성다운 힘과 성능을 자랑하는 미니 컨트리맨 올4를 3일간 시승해봤다.
 
◆동승자에 친절한 속도계, 원형 디자인 인상적
 
BMW 그룹 계열사인 미니는 색다른 라인업을 갖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다. 다른 차량과 섞여 있어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개성 강한 디자인이 최대 강점이다.
 
헤드라이트 주변으로 돌출된 보닛은 근육질의 남성을 연상케 한다. 그 외에 뚜렷하게 남성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곳은 없지만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분명 작지만 강하고 단단한 인상을 준다.
 
컨트리맨의 내부는 원 또는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어링휠은 말할 것도 없고 계기판부터 환풍구까지 곳곳이 원형 모양이다. 심지어 좌석의 문양에서도 타원형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여성 탑승자는 '귀엽다'는 반응이지만 남성 탑승자는 '어색하다'며 평가가 갈렸다.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속도계는 동승자에게 친절하게 설계됐다. 차량 중앙부에 위치해 있어 동승자와 현재 속도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운전자에게는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속도를 컨트롤해야 하는 운전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배치다.
 
성인 한뼘 정도의 지름을 가진 원의 테두리에 속도 눈금이 마치 시계처럼 에둘러 있는 형태다. 스티어링휠과 일체형으로 움직이는 전방 정보창에 속도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제공되지만 역시 크기가 작아 시인성이 낮았다.
 
센터페시아 중앙부의 속도계 안에는 정보창이 있다. 차량 운행정보나 오디오 정보는 있지만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컨트리맨에 국한된 사항이 아닌 만큼 도로 이정표에 충실한 시승을 하기로 했다.
 
◆강한 동력성능 '굿', 조향감은 불만족
 
미니 쿠퍼 SD 컨트리맨은 4라는 숫자와 연관이 깊다. 미니 패밀리의 4번째 모델이면서 미니의 첫 4도어 모델이다. 4m 이상의 전장을 가진 빅 미니(big MINI)이면서 미니의 독자적인 4륜구동 기술을 장착했다. 때문에 컨트리맨에 '올4'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이름에서 풍기듯 미니는 작다는 의미를 품고 있지만 컨트리맨은 미니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차는 아니다. 쿠페형 모델과 달리 뒷좌석의 실용성을 끌어올린 모델이다. 뒷좌석에 앉아도 세단에 버금가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주행 중 느꼈던 컨트리맨의 매력은 강한 동력성능이다. 묵직한 엔진음과 더불어 힘차게 질주하는 기분은 다른 차량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다. 다른 차량이 '출발'을 진행할 때, 이미 '질주' 단계에 들어선다.
 
아쉬운 점도 있다. 저속 주행을 할 때면 때때로 조향감을 잃을 때가 많았다. 스티어링휠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 정체 시에도 운전대를 바짝 틀어쥐어야 할 정도였다. 거친 노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엔 손이 버터야 할 힘이 너무 컸다.
 
차량의 노면 상태도 스티어링 휠로 그대로 전달됐다. 딱딱한 서스펜션이 운전자에게 도로 사정을 일러바치는 꼴이다. 이 같은 현상은 속도가 올라가면 점차 희석된다. 고속주행에서까지 휠이 이동하거나 작은 충격에도 크게 반응했다면 주행 자체가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체성 상실? 여전히 '미니멀리즘'
 
평범한 국산 세단에 길들여진 운전자들의 시각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미니 마니아들에게 큰 문제가 안된다. 이미 이전 모델에서 대부분 알려진 내용들이다. 팬심은 '이것이 미니'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마니아들 사이에서 미니 고유의 정체성을 저버리지 않았나 하는 시선이 있다. '올4'로 대표되는 변화들이 특히 그렇다.
 
마니아층의 우려에 대해 당부하자면 컨트리맨은 현재 미니 전체 매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차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개성을 강조하다가 대중성을 잃어 문을 닫거나 피인수된 글로벌 브랜드가 적지 않다. 개성 강한 차가 대중화되면 개성을 잃은 꼴이 돼버리지만 그렇다고 고유의 DNA를 잃는 것은 아니다.
 
미니 브랜드 가치 지향점인 '미니멀리즘'이 더 즐겁고 편안한 차를 지향하는 컨트리맨에 잘 녹아든 차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