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로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뜨거울 것이라는 예상에도 유통가는 차분한 분위기다. /사진=뉴시스


지난주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와 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7·폴드7의 출시로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통가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일각에선 바뀐 시장 환경 변화에 이동통신 3사가 아직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KT, LG유플러스가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유인이 적고 SK텔레콤 역시 당장 반격에 나서기엔 다소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28일 뉴시스에 따르면 단통법이 폐지된 지난 22일부터 24일 누적 번호이동 건수(알뜰폰 제외)는 6만8015건으로 집계됐다. 갤럭시Z 폴드·플립7의 사전개통이 이뤄진 시기다.


첫날인 22일에는 3만5131건으로 비교적 활발한 흐름을 보였지만, 23일에는 1만9388건, 24일에는 1만3496건으로 이틀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 4일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 조치를 발표한 직후, 번호이동이 하루 평균 3만~4만 건에 달했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번호이동 건수는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 여부를 측정하는 지표로 통한다. 지원금을 더 많이 주거나 경품을 끼워주는 등 이통사들의 가입자 유치경쟁이 뜨거울수록 번호이동 건수는 늘어난다.


새 단말기 출시와 단통법 폐지에 따른 지원금 확대 기대감이 맞물리며 번호이동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에도 현장은 그다지 과열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 상태로 알뜰폰을 제외한 전체 가입자 수는 정체기에 들어섰다. 이통3사는 과거와 달리 기존 통신사업보다 인공지능(AI), 기업간거래(B2B) 등 신성장 분야에 무게를 두고 있어, 가입자 유치에 과도한 마케팅비를 투입하지 않으려는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통3사의 사흘간 번호이동 순증·순감 추이를 보면, KT는 527명, LG유플러스는 420명 순증을 기록한 반면, SK텔레콤은 총 937명 순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점유율 회복을 위한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40%가 무너졌고, 이후에도 가입자 순감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조금 확대나 마케팅 강화 등 대응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는 단통법 폐지 효과가 점차 시장에 반영되면서 가입자 확보 경쟁이 다시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는 9월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 아이폰17 시리즈가 보조금 경쟁의 촉매제가 될 수 있어서다.

아이폰은 플래그십 단말기 중에서도 교체 수요가 가장 높은 제품군으로 이통3사가 실적 만회와 점유율 방어를 위해 전략적 보조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