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출구전략 발언에 20일 국내 증시와 채권, 환율이 모두 약세를 보였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이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경제가 전망과 일치한다면 올해 말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고 내년 중반에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코스피가 2%나 빠지는 등 국내 증시에 타격이 컸다. 이날 하루 동안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 가운데 22조6597억원이 허공으로 증발했다. 전날 1097조2845억원이었던 시총은 1074조6248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장 초반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급락하던 코스피는 이후 낙폭을 소폭이나마 줄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의 경제지표마저도 나쁘게 나오면서 오후 들어 증시는 더욱 큰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8.3으로 시장 전망치 49.1을 밑돌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외국인이 국채선물에서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며 국고채 금리는 줄줄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환율도 급등하며 마찬가지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 코스피, 1850선 턱걸이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대비 37.82포인트(2.00%) 떨어진 1850.49를 기록했다. 장중 1844.41을 기록하며 한때 2.32%나 빠졌었지만 1850선에 턱걸이하는데는 성공했다.

전체 거래량은 3억5576만주였고, 거래대금은 4조4031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주체별로 개인과 기관이 각각 2259억원, 2327억원 순매수한 가운데 외국인이 10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가며 이날도 4562억원 순매도했다.

프로그램은 차익과 비차익이 각각 1356억원, 1744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 합계 3100억원 순매도했다.

전업종이 하락세를 보였다.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은 건설업종으로 3.53% 하락했다.

이어 기계(-2.93%), 화학(-2.83%), 전기전자(-2.72%), 종이목재(-2.69%), 음식료품(-2.60%), 유통업(-2.58%), 서비스업(-2.32%), 비금속광물(-2.26%), 증권(-2.22%), 철강금속(-2.18%), 제조업(-2.15%), 의약품(-2.10%), 전기가스업(-1.88%), 섬유의복(-1.69%), 은행(-1.54%), 금융업(-1.20%), 의료정밀(-1.06%), 운송장비(-0.72%), 통신업(-0.47%), 운수창고(-0.40%), 보험(-0.17%) 순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장에서 보험업종이 그나마 견조한 모습을 보인 것은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한 영향으로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업종 또한 판매대수와 환율 여건등이 예상을 상회하며 수입차 시장점유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이었다.

반면 카지노업종은 최근 통상임금 피소 등의 악재로 인해 약세를 보였고, 은행업종은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중단 발언에 따른 여파를 직격으로 맞았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7종목(3종목 상승, 4종목 보합)을 제외한 43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현대제철이 8.05% 떨어지며 낙폭이 컸고, 롯데케미칼이 5.76% 빠졌다. 두산중공업과 LG디스플레이가 4%대의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현대건설, S-Oil, 삼성물산, LG화학, SK이노베이션, NHN, SK C&C 등이 3%대 하락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날 2.92% 빠지며 132만9000원을 기록했다.

50위권 내 기업들 가운데 방어주로서의 성격을 지닌 KT&G는 1.72% 올랐고, 삼성화재가 1.54%, 현대글로비스가 0.81% 상승했다.

종목별로 시장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대한해운과 금호종금이 각각 M&A 기대감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대한해운은 이날 폴라리스쉬핑이 현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급등했다.

금호종금은 우리금융지주로의 피인수 기대감에 7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STX팬오션은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인해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전체 상승 종목수는 상한가 6개를 포함해 131개, 하락 종목수는 하한가 2개를 포함해 693개다. 보합은 62개를 기록했다.

◆ 한숨돌린 코스닥, 525선 지켜내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대비 5.82포인트(1.10%) 떨어진 525.59로 마감했다.

거래량은 4억4511만주로 오히려 코스피보다 많았으며 거래대금은 1조543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주체별로 개인이 488억원 순매도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5억원, 278억원 순매수했다.

업종별로 오락문화(0.84%), 통신서비스(0.70%), 통신방송서비스(0.26%), 소프트웨어(0.25%), 방송서비스(0.08%)를 제외한 전업종이 하락했다.

섬유의류가 3.73% 떨어지는 등 낙폭이 컸으며 음식료담배, 종이목재, 출판매체복제, 정보기기, 화학, 인터넷, 기계장비가 2%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50위권 종목 가운데 21개 종목이 상승, 1개 종목이 보합세였으며, 28개 종목이 하락했다.

KG이니시스(3.30%), 셀트리온(3.03%), 평화정공(2.57%), 안랩(2.34%), 골프존(2.04%) 등이 2~3%대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반면 메디포스트가 8.05% 급락했고 씨젠이 5.24% 떨어졌다. 액토즈소프트(-3.94%), 매일유업(-3.88%), 바이로메드(3.03%) 등이 3%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종목별로 JYP Ent.가 비상장사인 JYP와의 합병 소식에 힘입어 상한가로 치솟았으며, 코오롱관광에 회사의 경영권을 양수하는 계약을 진행 중인 태창파로스가 가격제한폭으로 급등했다.

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용현BM이 이틀째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영업손실이 139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다는 소식에 SBI글로벌이 10.9% 하락했다.

전체 상승 종목은 상한가 8개를 포함해 193개였으며, 하락 종목은 하한가 2개를 포함해 747개였다. 39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 채권, 외인 매도에 금리 급등

이날 채권시장은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을 대량으로 순매도한 영향으로 금리가 급등(채권값 약세)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는 전거래일대비 0.13%포인트 급등한 2.94%로 마감했다.

국고채 5년물은 0.14%포인트 오른 3.16%, 10년물은 0.17%포인트 뛴 3.41%, 20년물은 0.15%포인트 상승한 3.56%, 30년물은 3.65%로 전일대비 0.16%포인트 올랐다.

통안증권 91일물, 1년물, 2년물은 각각 2.60%, 2.68%, 2.88%로 전거래일대비 0.05%포인트, 0.07%포인트, 0.09%포인트 상승했다.

3년 만기 회사채 AA-, BBB-는 각각 0.14%포인트씩 오른 3.32%, 8.95%였다.

3년 만기 국채선물 9월물은 0.43포인트 떨어진 105.47로 마감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59계약, 1만1076계약 순매도했고 외국인이 1만1307계약 순매수했다.

10년 만기 국채선물 9월물은 전거래일대비 1.65포인트 내린 113.00으로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56계약, 1792계약 순매도했고 기관이 1991계약 순매수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은 전날과 같은 2.69%였고 기업어음(CP) 91일물은 0.01%포인트 뛴 2.73%였다.

◆ 원/달러 환율, 출구전략 영향으로 급등

이날 원/달러 환율은 출구전략 발언으로 급등했다. 미국의 극채금리가 급등하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시장 전망치를 밑돈 것도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를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9분에 달러당 1146.6원까지 치솟아 연중 최고치인 지난 4월9일의 달러당 1145.3원을 넘어섰다.

종가 기준으로는 전거래일대비 14.90원(1.32%) 오른 1145.7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7월26일의 달러당 1146.9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