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한식조리장 필생의 메뉴, 시래기밥 '일미옥불고기'
강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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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홍성읍 <일미옥불고기>의 한식 조리경력 30년의 임형우 대표는 지금까지 설렁탕, 냉면, 불고기 등 한식이라면 만들어보지 않은 음식이 없다. 그러나 조리인생 후반기를 마무리할 기념비적 음식을 모색하다가 시래기밥을 메뉴화 했다.
요즘 건강 식재료로 떠오른 시래기와 자신의 조리 기법을 결합한 것이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주부를 중심으로 차츰 시래기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 어렵게 찾아낸 강원도 정선 고랭지 시래기
<일미옥불고기>의 시래기밥정식(7000원)은 강원도 정선에서 재배한 시래기를 사용한다. 물론, 시래기는 전국 웬만한 농촌지역에서 다 나온다. 식당이 위치한 홍성 인근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운송비나 시간 절약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머나먼 강원도 정선 시래기만 고집한다.
임 대표는 조리 인생 후반기를 장식할 자신만의 메뉴로 시래기밥을 염두에 두었다. 손님에겐 건강식품을 대접할 수 있고, 자신의 조리 성향과도 잘 부합하는 메뉴라고 생각했다.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가 만든다는 것을 30년 경력의 조리 베테랑인 그가 모를 리 없다.
전국 각지를 돌면서 양질의 시래기를 찾아다녔다. 조선 8도 순례 끝에 얻은 몇 군데 시래기를 후보에 올렸다. 그 가운데 고르고 고른 끝에 최종 낙점을 받은 것이 강원도 정선 시래기였다.
정선 시래기는 해발 980m의 고랭지에서 재배한다. 조직이 단단하고 아삭한 고랭지 배추처럼 고랭지 시래기도 옹골차다. 이런 시래기를 온도편차가 큰 환경에서 말린다. 시래기는 황태처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마른다.
그 과정에 시래기 고유의 맛과 향을 제 몸속으로 꼭꼭 감춘다. 이렇게 말린 정선 시래기는 삶아도 쉽게 풀어지지 않고, 구수한 맛이 다른 산지 시래기보다 훨씬 강하다.
임 대표가 구입하는 정선 시래기는 1차로 한 번 삶은 후 냉동시킨 것이다. 이것을 해동시킨 후 다시 삶아서 물에 서너 번 담가 일일이 껍질을 벗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어서 온 식구가 모두 시래기에 매달린다.
껍질을 제거한 시래기는 다시 정량으로 분할 포장,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조리한다.
◇ 압력밥솥에서 완성되는 15분의 마술
밥은 미리 해놓지 않는다. 손님이 주문하면 그때 압력밥솥에 안친다. 압력밥솥에 밥을 하기 때문에 시래기밥정식은 기본이 2인분부터다. 농협에서 구입한 질 좋은 백미에 시래기, 우엉, 무를 넣고 밥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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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기다리는 동안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전이나 부침개를 내온다. 전이나 부침개는 제철 재료로 만든다. 요즘에는 서해안에서 채취한 감태로 부쳐낸 전을 내온다. 파래나 매생이 전과 식감이 비슷하다.
시래기는 건강식품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시래기에는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포만감 때문에 다이어트에 좋고 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도 예방한다.
또 철분이 많아 빈혈을 다스리며 칼슘과 식이섬유는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 밥을 안칠 때 미리 조선간장, 들기름, 멸치액젓으로 밑간을 한다. 이때 시래기의 건강요소를 더욱 강화하고 촉진시키기 위해 밥의 간을 최대한 낮췄다.
시래기 밥이 나오면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춰 먹는다. 기호에 따라 재래식 된장과 양념장, 둘 중 어느 한 가지를 넣고 비벼먹는 것이다. 이 비빔용 양념장과 된장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들 장은 임 대표의 노모가 시골에서 직접 담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투박한 재래의 맛이 난다. 향토음식인 시래기밥과 아주 잘 어울린다.
시래기밥과 함께 먹는 찬류도 건강 콘셉트다. 김치와 나물 외에 장아찌류가 제철 재료로 만들어져 나온다.
여기에 역시 제철 재료로 끓인 국을 곁들인다. 시래기밥을 싱겁게 한 이유도 반찬을 좀 더 많이 먹게 하려는 주인장의 배려다.
한편, 이 집의 옥호에도 나와 있듯이 <일미옥불고기>는 본래 불고기가 주 메뉴다. 한우옛날불고기(150g 1만원)는 암소만을 엄선해 목심과 전지로 만들었다. 당면, 파채, 양파, 팽이를 넣고 즉석에서 양념하여 세라믹 용기에서 익혀먹는다.
식대 1만원에 불고기 양이 워낙 푸짐하고 덧거리로 나오는 찬류와 음식이 많아 잠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최근 이 같은 사실이 차츰 알려지면서 홍성과 서해안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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