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월남쌈 가맹점, 계속 할 것인가 아니면 접을 것인가?
김현수
11,189
2013.07.08 | 16:03:00
공유하기
지인이 식당을 두 곳 운영한다. 한 곳은 최근 매출이 줄었지만 한 장소에서 10여년을 운영했다. 전에는 대박 음식점이었지만 지금은 예전에 비해 주춤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지인이 월남쌈에 필이 꽂혀 시장 조사를 통해 경기도 모처에 월남쌈 전문점을 프랜차이즈 가맹점 형태로 오픈했다. 이것이 두 번째 가게다.
지인은 나름대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했다고 한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첫 번째 가게와 두 번째 가게인 월남쌈 전문점은 상당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그 월남쌈 체인점이 예상 외로 영업이 안 되어서 상당히 고심 중이다. 과연 이 아이템을 계속 끌고 갈지 목하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업그레이드를 해서 영업할지 업종을 전환할지 아니면 폐업할지 좀 의견을 달라고 해서 우선 같은 월남쌈 가맹점의 기본 상품력을 판단해주기로 했다.
‘시식을 통한 의견 개진’. 임의대로 선택한 곳은 지인이 가맹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기도 안양점이다. 우리 회사 직원에게는 같은 날 서울 반포점에서 시식을 해보라고 했다. 지인은 다른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 다소 미약한 월남쌈 소스
남자 직원, 월남쌈의 주요 고객인 여성 한 사람과 동행해 점심시간에 방문했다. 월남쌈의 주요 고객인 여성 소비자 관점에서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위해서다. 약간 이른 시간이라 한산했지만 곧 손님이 차기 시작한다. 역시 대부분 여성 고객이고 30대 주부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9900원짜리 점심 특선 3인분을 주문했다. 또 다른 직원들이 간 서울 반포점은 점심 특선 가격이 1만1900원이라고 한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의 차이는 2000원. 반포점은 샐러드 바가 있고 안양점은 샐러드 바가 없다.
채소와 고기가 제법 풍성해 보인다. 고기는 역시 수입산 냉동육을 사용한다. 채소는 좀 신선함이 부족한 느낌이다. 필자같이 무던한 남성 고객은 별다른 불만 없이 먹는다. 그러나 까다로운 여성 고객은 다르다는 점을 업주는 꼭 인식할 필요가 있다.
월남쌈은 채소를 풍성하게 먹는다는 것이 강점이다. 최근 화두인 웰빙적 요소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칠리소스 등 소스는 총 3가지. 이 소스가 월남쌈의 핵심이다. 소스에 따라 월남쌈의 상품력이 상당히 좌우된다. 우선 고기를 살짝 담가서 먹어본다.
요즘 소비자는 냉장육을 선호하지만 샤브샤브는 냉동육이라도 별 문제가 없다. 남자들이 먹기에는 육류 양이 모자라서 고기를 별도로 더 주문했다.
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때 온천 맥주집에서 주문한 작은 사이즈의 돼지고기 샤브샤브가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소스의 힘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돼지고기 샤브샤브는 참으로 어려운 아이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돼지고기는 바싹 가열해서 먹어야 한다는 관념이 강하다.
솔직히 이 월남쌈 전문점의 소스는 풍미가 다소 약하다는 느낌이다. 데쳐서 먹는 음식이다 보니 소스가 좀 진해야 하는데 감아 도는 맛이 약한 느낌. 상품력이 많이 떨어지는 소스는 아니다.
그렇다고 딱 다가서는 맛도 아니다. 오사카 온천 맥주집에서 먹었던 샤브샤브 소스는 원재료 맛을 충분히 살려주는 강점이 있었다. 온천 맥주집은 샤브샤브 전문점이 아니다. 당연히 기성 소스를 구매했을 것이다. 아직도 한국은 소스 개발력이 다소 미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샤브샤브는 다소 사양 아이템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 중독성 있는 아이템, 월남쌈
그러나 월남쌈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면 아직 기회 시장이다. 생 채소, 데친 채소 등과 고기를 넣어서 라이스페이퍼에 싸먹는 월남쌈은 한 끼 식사로 나름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싸서 먹는 것을 분명히 좋아한다. 그러나 남성 고객이 가서 식사하기에는 좀 어색함이 있다. 가족들과 몇 번 월남쌈으로 외식을 한 기억이 있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중독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 아이템이 오피스 상권이면 먹는 속도가 빠르지 못해 적합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같이 빨리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도 최소 약 40~50분 이상 식사시간이 소요된다.
별도로 딤섬도 주문했다. 만두 냉동 제품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쌀국수도 넣어서 먹고 마지막으로 죽도 끓여준다. 역시 여성 고객이 메인 타깃이다. 월남쌈의 강점 중 하나는 푸짐하게 먹지만 소화는 비교적 잘 된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방문한 반포점은 웨이팅이 걸릴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회사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여성 고객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인이 운영하는 매장은 지금 아주 힘든 상황이다.
◇ 월남쌈 아이템의 장․단점
-장점
1. 원재료가 양호하다.
2. 의외로 중독성 있는 아이템이다.
3. 최근 트렌드인 웰빙적인 요소가 강하다.
4. 입소문의 근원지인 여성 고객, 특히 주부 고객이 선호한다.
5. 역시 한국 사람들은 뭔가 싸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단점
1. 특정한 고객층으로 한정되어 있다(전형적인 여성 메뉴).
2. 오피스 상권에는 부적합하다.
3. 직화구이에 비해 역시 임팩트는 약하다.
4. 유행성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5. 먹는 시간이 소요돼 생각보다 회전율이 완만하다.
◇ 상권, 타깃 고객 고려한 매장 업그레이드 필요해
인테리어와 가맹비 등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에 당장 접으면 상당한 손실을 본다. 채소 구매와 새로운 소소의 발굴 등으로 한 번 다시 업그레이드 해보라고 조언했다.
지인이 운영하는 곳은 대로변이지만 2층에 위치하고 있다.
몇 달 전 소셜커머스 행사를 해서 단기간 손님이 증가한 적은 있다고 하지만 소셜커머스 고객은 진짜 손님이 아니다.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좀 더 강력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13시 이후에 방문한 고객에게는 후식으로 진한 월남 커피를 제공하라고 조언했다.
점심시간에는 회전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1만900원인 점심코스를 9900원으로 책정해서 저녁에도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지인이 운영하는 상권은 전형적인 서민 상권이다. 1만원이 넘어가면 주 고객인 여성 주부들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점주의 개인 노력만으로는 매출 활성화를 이루는데 한계가 있다.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견실한 본사라면 한 달에 2~3회 매장에 방문해 운영 상황을 점검한다. 매출이 떨어진 가맹 점주에게는 프로모션 전략도 세워준다.
마케팅 비용의 일부를 본사가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초기 가맹비용에는 이와 같은 본사의 역할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재 지인이 운영하는 이 매장에는 본사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라고 한다.
올해 들어 딱 한 번 그것도 본사 식재료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감시 차 방문한 게 전부라고. 이게 한국 프랜차이즈의 현주소다. 가맹 전에는 프랜차이즈 담당자가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수시로 만났다고 한다.
수억 원을 투자한 가맹 점주는 지금 속만 태우고 있다. 지인이 사람 자체가 좋은지라 본사보다는 결국 자기가 선택한 거라며 원망도 안한다. 그러나 이 업장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심지어 공황 상태까지 왔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