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후 폭염…빙과류 ‘울상’ 제습기는 ‘방긋’
희비 갈리는 폭염 수혜株
정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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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낮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올여름 절정의 폭염이 예보된 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황학시장 인근 한 가전제품 매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
참기 힘든 더위가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냉방기를 더 찾게 된다. 그리고 거리에서는 아이스크림과 차가운 음료를 손에 든 행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계절 특수를 누리는 제품을 판매하는 업종을 증시에서는 테마주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폭염' 수혜업종으로는 음료와 빙과류가 있다. 국내 편의점업체인 CU가 지난 5월 발표한 매출 분석자료에 따르면 아이스크림과 음료는 일정온도를 넘어서면 매출이 증가한다.
아이스크림은 21도, 음료는 18도, 맥주는 24도다. 특히 음료는 18도를 넘어 19도에서 35도에 도달할 때까지 4도당 평균 26%씩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제습기와 전력난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그리도업종도 폭염 수혜업종으로 거론된다. 이들 업종은 연일 오르는 기온에 몸을 실어 서머랠리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지만 업종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 빙과류 실적 부진, 지난해만 못한 더위 탓
여름하면 떠오르는 빙과류업종의 판매실적과 기온은 상관관계가 깊다. 음료 역시 마찬가지다. 통상 기온이 오르면 판매량이 늘어나 여름특수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본격적인 여름철로 들어선 6월 이후 다른 계절대비 판매량은 늘었지만 전년 동기대비로는 오히려 판매량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빙과류업체의 실적 부진을 지난해보다 못한 기온 탓으로 돌린다.
실제로 올해보다 지난해가 더 더웠다. 지난해 2분기(4~6월) 평균기온은 18.7도로 2011년 같은 기간대비 1.8도가 높았다. 평년대비로도 1.2도나 높은 수준이다. 이에 지난해 빙그레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0.5% 증가했으며, 롯데칠성 또한 음료부문의 매출액이 11.3% 올랐다.
반면 올 2분기 평균기온은 17.5도로 평년 수준이다. 특히 4월과 5월의 기온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하락해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폭염은 올해 빙과류 및 음료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해당업체의 2분기 매출과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2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한 24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아이스크림 판매 부진으로 2.6%로 줄어든 290억원을 기록했다.
주가 또한 부진하다. 2분기 실적과 더위 특수가 반영되는 6월부터 8월14일까지 빙그레의 주가는 11.3%가 빠졌다. 같은 기간 '돼지바', '보석바' 등을 생산하는 빙과업체 롯데푸드도 14.62% 하락했으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도 각각 12.92%, 6.33% 하락하며 '폭염 수혜주'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맥주업체 하이트진로 주가 역시 맥을 못췄다. 6월3일 3만1200원이던 주가는 8월14일 2만6000원으로 16.67%나 빠졌다. 2분기 맥주와 소주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맥주시장 점유율 하락에 따른 판매량 감소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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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제습기.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
◆제습기 장마철에 이어 더위에도 인기
폭염 대표주인 음료와 빙과류가 부진한 반면 제습기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제습기는 실내습도를 적정습도로 조절해줘 '장마철 수혜주'에 이어 '폭염 수혜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기업은 현재 국내 제습기 1위 업체인 위닉스다. 최근 제습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판매량이 증가해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위닉스는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전년 동기대비 74% 증가한 1122억54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72%, 896% 늘어났다.
주가수익률 역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월3일부터 8월14일까지 3.86%의 주가수익률을 기록한 것.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제습기 보급률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제습기를 주력으로 하는 위닉스의 실적개선은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웨이도 제습기 성장에 힘입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회사 설립 이후 최대실적을 올렸다. 코웨이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1.3%, 21.9% 오른 4969억원, 794억원이다. 렌털계정 증가가 실적개선을 이끌었다. 코웨이의 상반기 렌털계정 순증은 제습청정기와 냉정수기 등 신제품 판매호조 덕분에 10만9000계정을 달성했다.
선풍기 제조업체인 신일산업도 폭염 수혜주다. 더위에 대비한 선풍기 구매가 늘면서 올해 초부터 6월까지 선풍기 누적판매량은 전년대비 50% 증가한 140만대를 기록했다. 덕분에 실적도 좋다. 2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41.7% 늘어난 4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 영업이익도 53억원으로 같은 기간 98.5% 증가했다.
2011년 캐리어에어컨을 인수하면서 냉방기기 대표업종으로 자리 잡은 오텍 또한 더위로 인한 에어컨 판매증가로 2분기에 실적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된다. 오텍은 지난 1분기에 매출액 937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했다.
오두균 이트레이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2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력난 타고 뜨는 수혜주
무더위로 인한 냉방기기 사용량 증가가 전력난으로 이어지면서 스마트그리드 관련업종도 폭염 수혜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스마트그리드업체로는 LS산전, 누리텔레콤, 삼화콘덴서, 옴니시스템 피에스텍, 포스코ICT 등이 있다. 블랙아웃 우려가 쏟아질 때마다 스마트그리드 대표업종은 대체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전력예비력이 500만㎾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로 20분간 유지돼 전력수급경보 '준비'단계가 발령됐을 당시 관련업종은 대거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누리텔레콤이 전일보다 3.10% 오른 5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상승세지만 장기적인 주가수익률은 대체로 부진하다. 누리텔레콤의 경우 6월3일 6370원에 거래됐으나 8월14일 5300원까지 떨어지며 -16.6%의 주가수익률을 보였다.
다른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옴니시스템은 같은 기간 -31.26%, 피에스텍 -24.22%의 등락률을 기록했다. 테마주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특정이슈로 인해 단기간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김형민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특정테마주는 이슈에 기댄 부분이 많아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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