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뉴타운 1구역 텐즈힐 조감도.
왕십리 뉴타운 1구역 텐즈힐 조감도.

"그렇게 좋다고 광고하던데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특히 1구역은 3구역에 비해 입지여건도 안 좋고, 분양가도 높아 크게 기대하지 않거든요. 문의가 거의 없어요." (왕십리뉴타운 인근 A부동산중개소 관계자)

하반기 분양물량 중 최대 기대주로 꼽혔던 왕십리뉴타운 1구역 텐즈힐이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현장분위기는 '썰렁'하다. 규모가 커 일단 관심은 끌고 있지만, 성공적인 분양으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에 분양하는 텐즈힐은 지상 최고 25층 21개동에 전용면적 59~148㎡, 총 1702가구로 구성됐다. 이 중 일반분양분은 ▲59㎡ 170가구 ▲72㎡ 37가구 ▲84㎡ 226가구 ▲129㎡ 92가구 ▲148㎡ 82가구 등 607가구다.

현대산업개발·GS건설·대림산업·삼성물산 등 4개사가 공동으로 참여했고 주관사는 현대산업개발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건설사들이 뭉쳐 그야말로 드림팀을 구성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왕십리뉴타운 인근 A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초호화 멤버로만 본다면 당연히 분양에 성공해야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이 꽤 있어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전했다.

◆ 저렴한 분양가 1700만원? "글쎄…"

분양 성패의 첫번째 가늠자는 역시 분양가다. 왕십리뉴타운 1구역 텐즈힐은 3.3㎡당 1700만원대의 분양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11년 분양한 2구역(3.3㎡ 평균 1910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저렴한 합리적인 분양가라는 게 시공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지금처럼 부동산거래가 안 되는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싼 가격을 찾고 있는 매수자들에게 3.3㎡당 1700만원은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다"면서 "30평 기준으로 6억선인데 그 가격이라면 강남에 은마아파트를 사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현재 은마아파트 31평 하한가가 6억9000만원선이다"라고 지적했다.

인근 아파트들과의 가격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전후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4억원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부동산리서치팀장은 "기존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조금만 높아도 여지없이 미분양되는 것이 요즘 추세"라면서 "다소 높아 보이는 텐즈힐의 분양가는 입주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싸고 좋은 조합원 물량 쏟아져…

조합원 물량이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지어지는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조합원들이 소위 '로열층'을 배정받고 저층이나 좋지 않은 물량은 일반분양으로 돌린다.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의 조합원 물량이 프리미엄도 붙지 않고 매물로 나온다면 분양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심지어 텐즈힐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조차 일반분양보다 오히려 조합원 물량을 추천한다. 텐즈힐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텐즈힐의 일반분양 가격이 20평형 4억~4억5000만원, 30평형 6억원대로 예상되는데, 조합원 물량은 20평형 3억5000만원, 30평형 5억~5억5000만원대"라면서 "이처럼 가격이 비슷하다면 솔직히 조합원 물량을 택해서 좋은 층, 좋은 향(向), 좋은 동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모델하우스 오픈 전, 텐즈힐 분양팀이 부동산중개업자 200여명을 모아놓고 부동산을 통해 일반분양 계약을 하게 되면 150만원씩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의도 했지만 반응이 시원찮았다"면서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분은 '150만원 가지고 누가 그런 일을 하겠냐'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한편 변선보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감정평가사)는 조합원 물량과 관련해 "보통은 조합원 물량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일반분양으로 사지만, 뉴타운사업을 아는 사람들은 조합원 물량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조합원 물량은 사업장 상황에 따라 추가 분담금의 액수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입지여건도 딱히 좋다고는…

"사실 왕십리뉴타운이 아니라 상왕십리뉴타운이라고 해야 맞죠. 왕십리역도 아니고 2호선 하나뿐인 상왕십리역에서 가깝다는 건 크게 내세울 만한 장점도 아닙니다." (C부동산중개소 관계자)

사실 편리한 교통여건은 텐즈힐이 강조하는 장점 중 하나다.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1·2호선 신설동역, 2·6호선 신당역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2·5호선·중앙선·분당선이 교차하는 왕십리역도 가깝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는 "어정쩡하게 가깝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그나마 가까운 것이 상왕십리역인데 뉴타운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어느 동에 입주하느냐에 따라 가까울 수도 있고 굉장히 멀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느 동이냐에 따라 추후 가격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일반분양은 동·호수를 추첨으로 결정하는 만큼 '복불복'으로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밖에 입지여건에 대한 평도 그리 좋지 못하다. 김미선 연구원은 "뉴타운 중심으로 큰 도로가 가로지르고 있어 서로 간 커뮤니티 형성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은 3구역 상황도 좋지 않아 언제 사업이 완료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주변에 쾌적한 생활을 위한 각종 기반시설이 조성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텐즈힐의 입주는 2015년 4월 예정이다. 하반기 다수의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인 가운데 서울지역의 첫번째 시범뉴타운 텐즈힐의 분양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