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점' 앞둔 공차코리아, 성공 비결은?
People/ 김여진 공차코리아 대표
문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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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진 본부장(좌) 김여진 대표 |
"인기 아이템 한국화했더니…"
대기업 제치고 판권… '주부의 힘'
"차는 얼그레이로 주시고요, 라지 사이즈에 토핑은 펄로 넣어주세요. 당도는 30%로만 해주시고요."
서울 도심의 공차 매장에서 차를 주문하는 흔한 풍경이다. 뭘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고객도 있지만 이내 가이드라인과 직원의 설명으로 주문을 마치고 음료를 받아간다.
대만에서 상륙한 공차가 국내에도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중국,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인도네시아, 호주를 비롯해 최근 미국 진출까지 전세계 12개국에 공차가 진출해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서울 홍대 앞에 첫 매장을 연 이후 직영점으로만 운영하다가 올해 2월 프랜차이즈 승인을 받고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올 10월 현재 오픈한 매장 수는 직영점을 포함해 88개. 가맹점 계약을 마친 건까지 합하면 100개를 이미 돌파했다.
김두진 공차코리아 본부장은 공차의 핵심이 버블티가 아닌 최상의 차잎이라고 말한다.
"대만에서 공수한 최상급의 차잎을 매장에서 직접 4시간마다 우려내 제공합니다. 그냥 차에 타피오카를 넣은 일반 버블티와는 차원이 다르죠."
지난 2일 종로의 공차코리아 사무실에서 김여진 대표(31)와 김두진 본부장(35)을 만났다. 세계적인 음료를 국내에 들여온 경영자치곤 젊은 나이다. 최상 등급이라는 공차의 차잎과 두 경영자의 젊은 감각이 어우러져 공차는 한국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 젊은 주부의 사업 도전기
"워낙 잘 돼있는 아이템을 제가 들여온 것뿐이에요."
김여진 대표는 공차코리아의 성공적인 진출 배경을 겸손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주변으로부터 "내가 먼저 공차를 들여올 걸"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공차의 맛을 보고 아이템을 접한 이들에게서 쉽게 나오는 반응이었다.
김 대표가 공차를 한국에 들여온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결혼과 동시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업무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중 공차를 접하게 됐다. 자신보다 6살짜리 딸아이가 공차를 더 좋아했다. 아이가 공차를 마시겠다고 매장 앞에 드러누워서 울 정도였다고.
"사실 자기 카페를 가지고 싶다는 건 여자들의 로망이잖아요. 저도 공차가 워낙 잘 되고 맛있으니 한국에서 작은 가맹점 하나 낼 생각이었죠."
공차 본사에 한국 가맹점을 내겠다고 요청을 하려던 게 아예 한국 판권을 사게 됐다. 처음 시작하는 사업에 싱가포르 전역의 40여개 매장을 모두 찾아 고객 반응을 체크하는 등의 노력이 본사의 마음을 움직였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남편의 도움도 컸다.
"남편의 협상력과 함께 한국인 주부인 저를 좋게 봐준 것 같아요. 공차의 대만 본사에서도 사업을 크게 키우려는 욕심보다는 공차의 품질을 잘 유지시켜줄 사업 동반자를 찾고 있었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여러 대기업과 사업가가 공차의 한국 판권을 사겠다고 노크한 상태였다. 그렇게 공차 본사를 설득한지 1년 만인 지난해 4월, 서울 홍대입구에 처음 공차코리아 매장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 주부의 아이디어, 공차의 성공포인트 되다
공차가 워낙 성공한 아이템이긴 했지만 대만의 공차를 한국에 들여오기까지는 주부만의 세심함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본사로부터 공차를 들여올 때 단서를 달았다. 방부제와 색소를 빼달라고 요구한 것. 대만으로부터 모든 원료를 수입해오는 만큼 방부제 사용은 필수적이었고, 일부 음료에는 색소가 첨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에서 방부제와 색소 사용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보관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방부제가 없는 건강한 음료를 만들고자 했다.
결국 공차의 대만 본사는 김 대표의 요구를 들어줬다. 여러 나라로 수출되는 공장에 한국에서 오는 주문만을 위한 공장을 별도로 운영하게 한 것.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에서 판매하는 공차는 다른 나라와 달리 무방부제·무색소 음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인만을 위한 맞춤 건강음료도 출시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인삼(진생)·생타로를 이용한 제품을 출시해 '건강음료'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테이크아웃 점포가 아닌 카페형 점포도 대만 본사와의 차별점이다. 대만을 비롯해 싱가포르,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공차가 진출한 나라 대부분은 고온다습한 지역이다. 따라서 쇼핑몰을 중심으로 테이크아웃점이 발달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료를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것보다는 앉아서 마시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카페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적절한 조치였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잖아요. 겨울철에는 따뜻한 매장에 앉아서 마시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죠. 작은 탁자와 의자만 놓았을 뿐이지만 손님들은 카페형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같은 김 대표의 말에 김 본부장은 "명동에 3층짜리 카페형 매장을 냈을 때 매장 월세 때문에 잠이 안 올 정도였다"며 "결과적으로 카페형 매장이 주효했음을 명동 매장이 입증했다"고 거들었다.
공차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소비자 맞춤이 가능한 점. 당도를 조절하고 어떤 우유를 넣을 것인지, 얼음은 얼마나 넣을 것인지, 어떤 차에 어떤 토핑을 넣을 것인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줬다.
"특히 당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부각시켰어요. 대만 본사만 해도 소비자의 요구가 없으면 당도를 100%로 만들어 주거든요. 저희는 얼마만큼 당도를 조절할 것인지 꼭 고객에게 물어보죠."
이러한 노력 덕에 공차는 어느덧 100호점 오픈을 눈앞에 두게 됐다. 출발이 좋았기에 앞으로의 포부도 남다를 터.
"차 문화가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달콤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다가 쓴 아메리카노를 마시기까지 10년이 걸린 만큼 이제 시작하는 차문화는 커피 못지않게 성장할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차 맛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고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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