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인 월세 대책
커버스토리/ 월세시대 생존법 - 세입자는 어떻게?
김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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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
#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김모씨(35)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를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기존에는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었던 것에서 보증금을 2000만원으로 낮추고 월세를 5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게 집주인의 요구.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매달 50만원씩의 월세가 부담스러웠던 김씨는 다른 집을 알아보기로 결심했지만 인근 5~6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돌아본 결과는 처참했다. 월세 40만원으로는 3살 난 아들을 키우기 힘든 환경의 반지하 주택들뿐이었고, 거실과 주차장이 마련된 지상주택은 대부분 50만원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 결국 김씨는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월세를 50만원으로 인상한 후 기존 주택에 그대로 살기로 했다.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바야흐로 월세시대다. 거리로 내몰리며 울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누구하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도 '전·월세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돌파구를 찾으려 애를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지적한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매매시장을 활성화시켜 전·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킨다는 대책의 기본방향이 잘못되지는 않았지만 공급이 받쳐주지 않는 가운데 단순히 매매활성화 만으로는 시장을 잡기엔 무리가 있다"며 "공급에 대한 부분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공급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도시형생활주택'이다. 이전 정부에서 1~2인 가구의 주거안정과 소형주택 공급을 위해 밀어붙였던 도시형생활주택. 주차장 기준까지 완화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주차공간 부족과 원룸형 주택의 공급과잉으로 주거환경 악화 등의 부작용을 양산하며 순식간에 몰락해 버렸다.
권일 팀장은 "아무리 1~2인 가구 시대라고 하더라도 자녀가 생기면 3~4인 가구가 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 부분을 너무 간과했다"고 지적한 뒤 "무턱대고 공급을 늘리려 하다 보니 낭패를 본 것인데 지금이라도 투룸, 쓰리룸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실패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깨뜨렸고, 나아가 월셋값 상승에 한몫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 강서구 까치산역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월세는 가격이 오름과 동시에 물량 자체도 많지 않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도시형생활주택의 몰락"이라며 "까치산역 주변으로 늘어서있던 다수의 모텔들이 대거 도시형생활주택으로 탈바꿈했는데 주차장 부족문제가 불거지며 규제가 강화돼 현재는 오히려 자리만 차지하는 '미운 오리' 신세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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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 일반분양을 시작한 강서구 마곡지구 모델하우스에 주택 매매을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줄을 잇고 있다(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
◆전월세상한제 "취지는 참 좋은데…"
서민들의 주거불안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전월세상한제 등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야당은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대책이 사실상 매매활성화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주택임대료를 통재하는 전월세상한제 및 임대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을 비롯한 경제당국은 가격 폭등을 우려하며 전월세상한제 시행을 꺼리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의 딱한 사정을 생각하면 전월세상한제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면서 "그러나 전월세상한제라는 극약처방은 집주인들의 단기적인 고통을 가져와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시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당위성에 급급해 인위적으로 민간부문을 통제할 경우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일 팀장은 "자칫 세입자들의 고통이 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도시형생활주택의 과오를 되풀이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월세 가격 상승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돼 전세입자들을 매매수요로 돌아서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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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개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이날 상임위에서는 부동산정책과 4대강 문제 등 중요 현안들을 다뤘다.(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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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시대, 재테크 방법은 '집 사는 것'
전세가율이 70%에 육박한 가운데 월세나 반전세는 '득'이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주택을 매매하는 게 역시 최선이라는 것.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아파트 전세가율이 70%를 웃돌고 있다.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로 전세가율이 76.8%에 달한다. 대구(74.2%), 경북(73.0%), 전북(72.8%), 울산(72.2%), 전남(71.3%) 등도 70%를 넘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대한공인중개사사무소의 오지나 실장(45)은 "월세는 그냥 버리는 돈이다.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마련한 전세도 은행이자 등을 생각하면 마찬가지"라면서 "무조건 좋은 것, 큰 것만 보며 욕심 부리지 말고 애초에 생각한 월세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훨씬 저렴하게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월세시대 재태크 방법을 꼽자면 역시 급매나 경매를 통한 매매가 아닐까 싶다"면서 "솔직히 괜찮은 가격에 급매가 나온 것은 우리가 잡는다. 1억6800만원 정도에 잡으면 300만~400만원 정도 비용으로 리모델링하고 바로 매매해도 1억8000만원에 금방 나간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권일 팀장은 "요즘 같은 시기에 집을 사려면 어느 정도의 대출은 감수해야 하지만 무리한 대출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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