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 '빅3' 뛰어넘기 위한 당면과제는…
CEO In&Out/나동민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심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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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5 | 0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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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액보험시장 진출 무산에도 보험사 기틀 마련 평가
"올해 안으로 변액보험 시장에 진출할 것입니다."
나동민 NH농협생명 대표이사가 언론과의 접촉이 있을 때마다 공언했던 말이다. 그러나 NH농협생명은 끝내 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생보업계의 강한 반발과 이를 교통정리해 줄 금융당국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신사협정 위반'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꿈은 무산됐다.
NH농협생명의 변액보험시장 진출이 무산되면서 나동민 NH농협생명 대표의 약속도 허언이 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업계 반대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업계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을 금융당국이 수수방관하면서 NH농협생명이 피해를 봤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핵심 빠진 '신보험시스템' 구축
NH농협생명은 지난 10월21일 고객 만족 극대화와 영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보험시스템'을 오픈했다.
이 시스템은 농협생명이 지난 2012년 7월부터 총 15개월간 진행한 프로젝트로 최고의 선진 IT시스템을 목표로 추진됐다. NH농협생명은 이 시스템을 통해 상품 및 고객, 보험처리 등 기간계 전반과 채널계, 정보계, 경영관리, 인프라 등 보험시스템 핵심영역을 개편했다. NH농협생명은 신보험시스템을 통해 고객 중심의 통합체계 구현으로 최상의 보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문제는 변액보험이 제외되면서 신보험시스템의 '핵심'이 빠져버렸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 특성상 보험사는 새로운 보험상품을 출시하거나 상품군에 진입하면 이와 관련한 전산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전산망이 구축돼야만 고객으로부터 상품가입을 받고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책정하는 등 제반업무가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NH농협생명의 '신보험시스템'에는 변액보험과 관련된 전산망이 구축되지 못했다.
아울러 변액보험시장 진출시기도 안갯 속이다. 다만 생보업계는 이른바 '신사협정' 기간인 오는 2016년까지는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NH농협생명의 변액보험시장 진출을 두고 업계에서 큰 반발이 있었는데 내년이라고 달라지겠나"면서 "올해 무산된 것이 오히려 내년에 다시 진출하겠다는 논리를 더욱 약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20년 ‘보험통’…보험사 기반을 닦다
'변액보험시장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나 대표는 업계 안팎으로부터 NH농협생명이 '보험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보험통'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09년 11월, 농협보험 분사장으로 취임한 나 대표는 NH농협생명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금융팀장 선임연구위원을 거친 나 대표는 대통령자문 금융개혁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한국보증보험 합병추진위원회 부위원장, 금융감독위원회 보험사구조조정위원장,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생명보험회사 상장자문위원장, 재경부 금감위 합동 구문계리위원장, 보험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나 대표가 NH농협생명을 이끌면서 이룬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NH실버암보험'의 성공이다. 지난 9월 출시된 이 상품은 암보험 상품에 대한 가입자의 수요가 증가하고 고령자 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출시됐다. NH농협생명은 이 상품을 통해 해당 연령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따라서 61세부터 75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암전용 상품이면서 대표적 고령층 질환인 당뇨병·고혈압 환자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별도의 특약을 배제하고 주계약만으로 상품구조를 단순화해 고령층의 상품 이해도를 높였다.
이러한 전략은 폭발적인 반응을 가져왔다. 판매 보름만에 가입건수 3만건을 돌파한 것. 이는 NH농협생명이 전업 생보사로 출범한 이후 출시된 신상품 중 최단기간 판매기록이다.
이 상품은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고령층이 선호하는 데다 전국 각 지역단위의 지점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맞아 떨어져 성공할 수 있었다. 고령 인구가 높은 전남(19.8%)과 경북(10.5%)지역에서 판매율이 높고 농촌지역 고령자가 가입 비중의 91.9%를 차지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이 상품이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농촌지역 고령자의 건강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NH농협생명을 더 큰 생보사로 키우려면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려야 한다. NH농협생명은 총자산 기준으로 국내 생보사 '빅3'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생명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의 8월말 기준 총자산은 45조7040억원으로 삼성·한화·교보생명의 뒤를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5위인 ING생명(23조2554억원)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반면 NH농협생명의 순이익은 우울하다. NH농협생명의 올 4∼8월 누적 당기순이익은 445억8900만원이다. 같은 기간 ING생명은 729억500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ING생명이 자산은 적지만 더 많은 순익을 기록한 것이다. 6위인 동양생명 역시 NH농협생명보다 많은 523억91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와 관련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률과 운용자산이익률이 업계 전반에 비해 떨어진다"며 "방카슈랑스에 집중된 영업채널을 대면영업으로 확대하고 운용자산이익률 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동민 NH농협생명 대표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1일까지다.
▲1959년 5월5일 부산 출생 ▲1977년 경기고 졸업 ▲1982년 한국외국어대 법학 학사 ▲2002년 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팀장 ▲2002~2010년 재경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03년 생명보험사 상장자문위원장 ▲2005년 대한투자증권 사외이사 ▲2008~2009년 보험연구원장 ▲2009~2012년 NH보험 분사장 ▲2013년 NH농협생명 대표이사(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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