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성공기업, 그들에겐 혁신전략이 있다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21세기. 바야흐로 '혁신의 시대'다. 혁신이 없는 기업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특히 '혁신적 연구개발(R&D)'은 성공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혁신적 R&D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무조건 자금을 투자한다고 해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실제로 혁신과 R&D 투자비용은 연계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 부즈앤컴퍼니(Booz&Company)는 '10대 혁신기업'으로 애플과 구글이 4년 연속 1·2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간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토대로 선정하는 '20대 R&D 투자기업'에서는 두 기업 모두 상위권에 링크되지 못했다. 연구개발비로 34억달러를 지출한 애플은 아예 순위에도 들지 못했고 구글은 68억달러로 12위에 그쳤다.

그렇다면 혁신적 R&D를 위한 성공 키워드는 무엇일까. 아이폰 하나로 세계 최고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애플 등 성공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츄어코리아 김정욱 전자·미디어·통신산업 대표는 "글로벌 생존경쟁 속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R&D 혁신전략을 세워야만 한다"며 "애플과 필립스 등 다양한 해외 성공사례를 짚어보고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성공기업, 그들에겐 혁신전략이 있다

 
해외 성공기업, 그들에겐 혁신전략이 있다

애플, 아이디어 발굴 단계부터 혁신적 프로세스

혁신을 말할 때 애플을 빼놓을 수 없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론 웨인이 1976년 설립한 애플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이자 최초로 키보드와 모니터를 가지고 있는 '애플Ⅰ'을 출시했고, 공전의 히트작 '애플Ⅱ'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후 잇따라 매킨토시 컴퓨터와 아이팟(MP3 플레이어), 아이폰(스마트폰), 아이패드(태블릿 PC) 등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한 애플의 신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애플은 혁신을 위해 신제품 아이디어 단계부터 CEO가 직접 상위 1%의 직원을 참여시켜 아이디어 회의를 주관하고, 토론을 통해 최종 아이디어를 결정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아이디어를 개념화하는 단계에서는 최고디자인책임자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외부 디자인 전담조직을 직접 채용해 생산 단계까지 디자인의 개념이 일관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아이디어 발굴 단계부터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반영하는 애플은 결과에 있어서도 성공에 대한 보상과 실패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다. 혁신은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혁신을 통해 성과를 창출한 직원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것. 이를 통해 혁신 마인드를 형성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된 곳이 바로 애플이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필립스,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전과정에서 '협업'

세계 최대 전자제품 메이커 중 하나인 필립스는 단축된 제품개발 리드타임 내에서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방형 혁신'을 도입했다. 기존의 R&D 역량이 거의 내부에 집중돼 혁신을 위한 비용도 많이 들고 제품 출시기간도 경쟁사와 비교해 길다는 점을 깨달은 것.

필립스는 최고의 인력과 아이디어가 반드시 회사 안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회사 외부에 있는 혁신조직의 지식을 가져오기 위해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또 연구에서부터 사업화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협업하기 위한 혁신체계인 '개방형 혁신 핫스팟'을 구성했다. 이후 개방형 혁신 핫스팟에 참여하는 회사들을 지역 클러스터로 구성하고, 핫스팟을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혁신을 수행하게 됐다.

개방형 혁신 핫스팟 도입 효과를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필립스는 전략적으로 선정된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개방형 혁신을 위한 선순환시스템을 확보함으로써 R&D 경쟁력이 강화됐다. 또 핫스팟 협력사들의 지속적인 발굴과 공동개발로 혁신 프로그램의 실행력이 향상됐다. 또한 외부 리소스 활용을 통해 기존과 비교해 개발비용이 절감됐으며, 신기술 획득에 따른 지적 자산 특허와 기술 자회사 분사에 따른 새로운 매출이 발생했다.

세일즈포스닷컴, 혁신 핵심은 '아이디어익스체인지'

세일즈포스닷컴은 기업의 판매원들이 더 쉽게 고객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업이다. IT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가히 독보적으로 지난 8월 포브스지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에 3년 연속 선정됐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신제품 출시과정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개발자와 마케팅 직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들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아이디어익스체인지'(Idea Exchange)라는 웹사이트를 개방했다. 기존 고객들을 초대해 그들이 원하는 개선사항 중 먼저 개발돼야 할 항목에 대해 우선순위를 선정하도록 한 것.

2006년 오픈한 이 사이트는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한해 500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올라오고 있으며, 이 중 좋은 아이디어는 고객들에 의해 우선순위가 매겨져 개발자에게 전달된다.

아이디어익스체인지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서 세일즈포스닷컴은 연간 세차례 출시하던 신제품을 네차례 출시할 수 있게 됐고,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의 절반 이상이 아이디어익스체인지를 통해 나오게 됐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이 같은 클라우드서비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업종의 회사에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공룡회사로 성장했다.

김정욱 액센츄어코리아 전자·미디어·통신산업 대표는 "세일즈포스닷컴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이디어익스체인지를 통해 고객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이 가운데 중요한 요소를 우선적으로 적용해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컸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