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면 상대를 움직일 수 있을까
[청계광장]
조장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소장
5,461
2013.11.25 | 11:13:00
공유하기
![]() |
얼마 전 필자에게 코칭을 받는 대기업 임원은 자신이 직원들에게 화를 자주 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래도 화를 너무 자주 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아니, 그럼 일을 그렇게 나태하게 하는데 화를 참으라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화를 내야만 상대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상사가 매번 화를 내서 직원의 행동을 바꾸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직원들로부터 원하는 행동을 단기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감정이 섞이면 상대방 역시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화를 냄으로써 억지로 행동을 끌어내는 방식이 반복되다 보면 직원들은 상사를 잔소리꾼이나 다혈질로 인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어느새 반복되는 상황에 익숙해져서 상사가 화를 내야만 움직이게 된다.
조직심리학자 루이스 헤이는 상사가 직장에서 화를 낼 때 직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연구결과 상사가 화를 낼 경우 부하 직원들의 상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유사한 연구에서는 평소 화를 자주 내는 직장인이 그렇지 않은 직장인에 비해 성과가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화를 내서 행동을 끌어내는 것은 하수의 방법이다. 고수는 화를 내지 않고도 사람을 움직인다. 합의된 규칙을 통해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컨대 게임에 빠져있는 아들에게 게임을 그만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이는 아빠의 말보다 눈앞의 게임에 마음을 더 빼앗길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아들과 함께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우선 아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아빠의 의견도 이야기해준 후 게임하는 시간을 함께 정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을 넘겼을 때 어떤 벌칙을 받을 것인지도 함께 의논해서 정한다. 이렇게 하면 아들은 자신이 규칙을 어기면 벌칙을 받게 되므로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잔소리가 필요 없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부드럽게 이야기하면 된다. 아빠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합의한 규칙 때문에 자발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일처리가 늦어지는 직원도 마찬가지다. "일이 도대체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거야?"라며 화를 낼 필요가 없다. 먼저 직원과 업무가 언제까지 끝나야 되는지 합의를 한다. 그 후에는 "만약 오늘 7시까지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으면 야근을 해야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마무리해야 하니까요"라고 하면 된다. 오늘 업무 마감을 지키지 못하면 야근을 해서라도 마쳐야 한다는 규칙을 정한 것이다. 왜 일을 제때 끝내지 못하냐고 직원을 닦달할 필요가 없다. 제시간에 마무리하지 못하면 야근을 하는 것으로 못 박으면 된다.
감정은 분명 내 것이다. 그러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감정에 휘둘릴 수 있다. 화가 난다고 해서 바로 소리를 지르면 사람은 잃고 후회만 남는다. 화가 나면 일단 멈추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내가 지금 화를 내서 지금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 만일 아니라면 화를 내지 않는 게 좋다.
화내지 않고 상대를 움직이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과 약속을 함께 정하라.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상대로부터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