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제한 해제, 금융株엔 득일까 실일까
"시장에 활력" VS "영향은 미미"
정혜선 기자
10,591
2013.11.29 | 08:41:00
공유하기
![]() |
한때 금융시장 안정을 이유로 상장종목 전체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된 적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의 일이다. 이후 2009년 6월 비금융주는 공매도 금지조치가 풀렸으나 금융주는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그동안 공매도 금지조치는 금융주의 거래량 감소원인으로 지목돼 해제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됐다. 실제로 2008년 9352억원이었던 금융주 거래량은 2009년 9214억원에서 2012년 3773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헤지거래가 필요한 ELS(주가연계증권) 등의 기초자산으로 활용하거나 투자신탁 등에 편입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공매도 금지해제를 무조건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는 상장 시가총액의 12%에 달하는 금융주의 공매도 제한이 해제되면 자본시장이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 역시 이번 조치로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크지 않아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업종별로도 전망이 엇갈린다. 은행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증권주는 관찰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거래량 증가 기대 vs 뚜렷한 영향 없을 듯
이번 금융주 공매도 제한해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거래대금 증가를 이유로 든다.
이태경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매도로 인해 금융주의 거래량이 시장 평균수준이 된다면 증시 전체에서 금융주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보다 4.8%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1년간 금융업의 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주식시장 전체의 8.1%에 불과했다.
실제로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국가들은 지난해 2월 금융주 공매도 금지를 철회한 이후 금융주의 주가가 상승하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반면 이번 조치가 금융주나 자본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12%인 금융주 시가총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주는 시가총액이 작은 데다 공매도 비중도 크지 않아 비금융주의 공매도 금지조치가 풀렸을 때보다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공매도를 금지하기 전 금융주의 일평균 공매도 금액이 53억원으로 코스피시장 전체 공매도 금액의 3% 불과했던 만큼 그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오히려 수급이나 심리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이슈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구경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공매도 금지로 매도세가 없었다는 점이 오히려 금융주에 긍정적이었다"면서 "이번 공매도 허용으로 이러한 장점이 사라져 금융주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급측면에서도 앞으로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늘어날 경우 악재가 발생했을 때 하락폭이 더 커지는 등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구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다만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예상이 어려운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 |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
◆은행주, 시가총액에 따라 영향 달라
금융업종별로도 전망이 갈린다. 보험의 경우 영향이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며, 은행은 중장기적으로는 주가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은행업종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주 공매도 금지해제는 거래량 증가 등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은행업종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장기적으로 거래량 증가로 인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상승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은행주 전체가 동일하게 움직이기보다는 시가총액에 따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가총액이 큰 KB금융이나 신한지주, 우리금융 위주로 공매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매도 급증하는 증권주, 관찰 필요
증권주 역시 당분간은 공매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지조치가 해제된 첫날인 지난 11월14일 은행, 보험과 달리 증권주에 공매도 거래가 몰려 공매도 비중 상위 10개 종목 중 6개를 증권주가 차지했다.
이날 하루만 증권업종에서 347만4000주, 342억1000만원 규모의 공매도가 이뤄졌다. 반면 은행·보험주의 공매도 거래량은 32만주에 그쳤다. 다음날인 11월15일에도 공매도 상위종목 10위 중 5종목이 증권주였다.
하지만 증권주에 대한 공매도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에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금융업종 중에서도 특히 더 관찰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태경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허용으로 모든 증권주의 주가가 부진하지는 않겠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사의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업황부진이나 실적하락 등으로 당분간 증권주에 공매도가 몰리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증권주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일부 증권사의 경우 동양증권 사태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영향으로 공매도가 집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히려 업황이 안좋은 상황에서 공매도로 인한 거래량 증가가 회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태경 애널리스트는 "과거 금융업은 업황이 바닥인 경우 '더 팔 것이 없다'는 논리로 하방경직성을 보였다면 앞으로는 업황이 최악인 한계상황에서 공매도가 극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매도가 증권업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섣불리 전망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용어설명 =공매도란?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나중에 갚는 투자방법이다. 이렇게 빌린 주식은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다시 매수해 매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예컨대 A종목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공매도를 이용해 미리 A종목을 매도할 수 있다. 이때 현재가가 4만원이라고 가정하고 3일 후 결제일 주가가 3만원으로 하락한다면 투자자는 3만원에 주식을 매수해 갚은 후 1만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되는 구조다. 만약 예상과 달리 A종목이 5만원으로 오른다면 차익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나중에 갚는 투자방법이다. 이렇게 빌린 주식은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다시 매수해 매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예컨대 A종목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공매도를 이용해 미리 A종목을 매도할 수 있다. 이때 현재가가 4만원이라고 가정하고 3일 후 결제일 주가가 3만원으로 하락한다면 투자자는 3만원에 주식을 매수해 갚은 후 1만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되는 구조다. 만약 예상과 달리 A종목이 5만원으로 오른다면 차익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