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가 어디 '알바'와 비교가 됩니까?"
시간제 일자리가 온다/ 이진아 스타벅스 까치산역점 부점장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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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과연 가능할까. 정부주도로 시간제일자리가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이런 의구심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염려하듯 '양질'이 아닌 '저질'의 계약직을 양산할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유통·서비스직에서 먼저 시작한 시간제일자리는 회사와 고용된 직원 모두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스타벅스에 채용된 이진아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1월19일 스타벅스 까치산역점에서 이진아 부점장을 만났다. 3시반을 조금 넘긴 시각임에도 이 부점장은 근무시간을 마쳤다며 퇴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 "알바생이라구요? 정규직이에요"
바리스타 이진아(34)씨에게 스타벅스는 청춘을 바친 곳이다. 임신·출산으로 7년간 동고동락한 직장을 떠날 때만 해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씨가 다시 바리스타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벅스의 '리턴맘 프로젝트' 덕분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10월1일 결혼·출산·육아·가사 등의 이유로 퇴직해 경력이 단절된 점장과 부점장급 직원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마련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매장이 한창 바쁜 11시부터 3시반까지 휴식시간을 포함한 4시간 동안 근무하는 형태의 일자리를 만든 것.
이씨는 공고를 보자마자 다시 스타벅스에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초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던 이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자 조금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종각점에서 부점장까지 일한 경력을 그대로 썩히기 아까웠던 그는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리턴맘 프로젝트'에 최종 선발됐다.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습니다.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라 집에 있는 게 갑갑하더라고요. 아이 때문에 재취업이 쉽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가정과 일, 어느 것에도 소홀하지 않을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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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아르바이트직이 아니냐며 걱정하던 남편도 예전의 경력을 그대로 인정한 정규직일 뿐만 아니라 부점장으로 발탁됐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든든한 응원자가 됐다. 기본급여 외에 상여금, 성과급, 의료비, 학자금 지원 등 복리후생 혜택이 다른 정규직과 동일하다.
"물론 시간에 비례해 급여를 받기 때문에 예전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복리후생 등의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아르바이트와 비교할 수가 없죠. 가계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구요."
이 부점장은 회사 측의 배려로 집 근처에 위치한 까치산역점에 배정받았다. 그는 오전 10시에 집을 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업무가 끝나는 3시반, 아이를 다시 데려온다. '리턴맘'들에게는 주말근무도 제외된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지난 10월1일 재입사한 후 두달여를 보낸 이 부점장은 처음엔 달라진 시스템과 업무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공백기간 동안 커피를 제조하는 방법과 매출을 입력하는 POS시스템, 매장관리 등 모든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점장의 역할은 음료를 제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의 요구와 불만사항에 응대하거나 전반적인 매장을 관리하는 겁니다. 처음엔 적응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어요. 아무래도 기존 직원보다는 현재 시스템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는 못하죠. 하지만 직원관리나 매장관리 노하우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일하는데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이씨의 모습을 보면서 동료직원들이 시샘하지는 않을까. 이씨는 오히려 자신이 다른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스타벅스 내에는 아르바이트 직원도 있고, 계약직 직원도 있어요. 육아로 그만뒀다가 잊지 않고 불러준 회사를 보면서 오히려 직원들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성인력이 특히 많은 매장직에서는 '내 직장은 이렇게 쉽게 직원을 버리지 않는구나'라며 흐뭇해할 겁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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