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和는 '득' 獨엔 '독'
시간제 일자리가 온다/ 네덜란드·독일에서 배운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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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 윌러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사회학부 교수가 ‘시간선택제와 일-생활 균형’ 국제세미나에 참석해 네덜란드의 시간제일자리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DB |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입이 낮고, 전일제 근로자들과의 차별 탓에 부정적 인식이 많았던 기존 시간제일자리와는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논의의 장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부분이다.
특히 시간제 일자리 선도국인 네덜란드와 독일의 시행착오를 살펴보고 흡수할 것과 걸러내야 할 것을 똑바로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네덜란드노총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독일의 전체 고용에서 시간제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7.18%, 22.13%(2011년 기준)다. 이는 한국(13.50%)은 물론, OECD 평균(16.55%)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높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것이 얼마나 질 좋은 일자리인지, 또한 이것이 전체 노동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왔는지가 중요하다.
시간제 일자리는 네덜란드에서는 안정된 일자리로 자리잡았으나 독일에서는 고용불안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네덜란드, 민간주도·정부지원으로 '안정된 일자리' 창출
네덜란드는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로 고용률 74.9%(2011년 기준)를 기록한 국가다. 일자리의 질을 보장하는 장치로 시간제일자리를 안정된 일자리로 자리매김시킨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가 처음부터 네덜란드 노동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1980년대까지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는 노동법, 사회보장 등에서 전일제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질 낮은 일자리였다.
1980년대 8.5%의 높은 실업률에 빠져있던 네덜란드 정부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전일제 근로시간 단축·임금인상 자제 정책을 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비스산업과 여성근로자, 특히 노동시장에 늦게 진입한 기혼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지지했고, 정부 정책 등 인위적인 수단이 아닌 이들의 필요해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했다.
오히려 정부는 초기에 시간제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다 1980년대 이후 단체협약, 노동법, 사회보장 등에서 시간제일자리 촉진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3년 노사정 협약에 따라 시간제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의 동일임금(주당 노동시간당 동일한 노동비용)·동일대우를 보장하고, 사회보장과 수당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한 것이 네덜란드 정부의 대표적인 시간제일자리 지원책이다.
특히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로 자리잡기까지 노동조합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조합이 노동시장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감과 동시에 시간제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조합원을 늘려 해당 일자리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한 것.
이러한 복합적인 노력으로 시간제일자리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네덜란드의 고용률 또한 1994년 63.9%에서 1995년 65.1%, 1999년 70.8%로 상승했다. 또한 미취학 자녀가 있는 여성 중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비중이 1973년 10%에서 1998년 50% 이상으로 늘었다.
고용노동부와 OECD 등에 따르면 현재 네덜란드의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전일제 근로자(주 35시간 이상)와 비슷한 주 24~35시간이며, 민간부문에서의 이들의 임금 격차는 7%에 불과하다. 공공부문에서는 임금이 거의 비슷하다.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도 전체 시간제 일자리의 65%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공공부문에 비해 민간부문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활성화돼 있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2010년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는 수적인 면에서 민간부문(247만3000개)이 공공부문(47만8000개)을 압도한다.
근로자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발생한 형태의 일자리가 이제는 민간의 주도와 정부의 뒷받침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려는 현 정부가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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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니잡', 임금·정규직전환율도 '미니'…반면교사 삼아야
고용률 72.6%(2011년 기준)를 자랑하는 독일 역시 시간제 일자리 덕을 톡톡히 보긴 했지만 네덜란드와 상황이 다르다.
독일의 시간제 일자리, 일명 '미니잡'의 탄생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64.6%의 고용률을 기록한 독일 정부가 '고용서비스 현대화를 위한 4단계 노동시장 개혁'(Hartz Reform)을 단행했고, 그 일환으로 월 급여 400유로짜리 시간제 일자리에 소득세 면제혜택을 부과하면서 미니잡이 생겨났다.
이 미니잡은 최근 들어 독일의 골칫거리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미니잡이 가진 저임금·고용불안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월급이 450유로 수준을 넘으면 소득의 절반가량을 소득세로 내야 하고,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미니잡은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로 전락했다. 임금만 낮을 뿐 아니라 정규직전환율도 낮다. 미니잡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는 14%에 불과하다.
문제는 기업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미니잡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독일의 전체적인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니잡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전체 취업자 가운데 20%에 달하지만 정규직 비율은 70%(2011년 기준)에 그친다.
독일노총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미니잡 직원의 비율은 ▲종업원수 1~9명 규모의 사업장이 20% ▲10~99명의 사업장이 15% ▲100명 이상 사업장이 5%다. 소규모 업체의 경우 미니잡이 정규직을 대체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독일노총은 미니잡과 같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아닌 개인의 생활을 보장하는 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할 것을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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