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후의 하루일과표를 작성해보자
필자는 기업체 또는 기관에서 강의를 할 때 가끔 은퇴 이후의 하루 일과표를 작성하게 한다. 은퇴 준비에는 재무적인 준비와 비재무적인 준비가 있다. 재무적인 준비는 은퇴 이후의 부부 생활비와 자녀 교육자금 및 결혼자금, 긴급 예비자금 등을 준비하는 것을 말하고, 비재무적인 준비는 시간관리 및 건강 등에 대한 준비를 이른다.

어떻게 보면 재무적인 준비보다 비재무적인 준비가 더 중요한데, 교육생들에게 은퇴 이후의 삶을 기획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난감해하고 심지어는 백지상태로 제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은퇴 이전에 미리 비재무적인 준비도 철저히 해놓아야 한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공통의 취미를 만드는 것이다. 여행이나 사진, 스포츠, 등산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은퇴 이후에 부부가 낮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와 취미를 만들도록 하자.

둘째, 30여년 간의 사회생활의 경험을 다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평생 한 분야에서 일을 했다면 더더욱 이러한 재능기부가 필요한데 교육이나 집필 및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베풀 수 있는 주민자치센터나 도서관 및 각종 정부기관의 교육프로그램을 눈여겨보도록 하자.

셋째, 반대로 평생 회사일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여유가 없어서 배우지 못했던 자신만의 배움의 테마를 정해 은퇴 이후라도 시작해보는 걸 권한다. 특정한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할 준비를 하거나 관련 도서를 많이 읽거나 직접 가서 배워도 좋다.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도록 하자.

넷째, 비재무적인 준비로 온라인 네트워킹에 대한 마인드를 새롭게 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최근에는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상태다. 연세가 많은 이들도 핸드폰을 통해 문자나 동영상 및 음악 등을 전송하거나 받고 있고 각종 모임도 모두 온라인에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하루종일 전화가 한 통화도 오지 않는다며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버리는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는데, 시대의 변화에 순응해 적응하는 것도 노후에 대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지리산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홀로 노후를 보낼 계획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다양한 SNS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비재무적인 준비사항의 공통적인 밑바탕에는 '건강유지'가 깔려있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 거주자의 평균수명은 3년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통계를 보면 그 늘어난 평균수명의 3년 중 2년을 병상에 누워서 보낸다고 하니 평균수명의 연장이 정말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왕 장수할 거라면 '무병장수'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40대 이후부터는 조금씩 기초운동과 체력관리를 하고 술·담배를 줄이거나 끊는 등 건강관리 및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풍자한 표현이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하는데 재무적인 준비와 비재무적인 위험을 동시에 준비함으로써 남들보다 더 풍요롭고 여유 있는 노후를 준비하도록 하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