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동전을 5번 던졌더니 5번 모두 앞면이 나왔다. 그렇다면 6번째에 뒷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

정답은 50%다. ‘동전에 어떠한 조작이 가해지지 않았다’는 가정 아래 100번 던져서 100번 다 앞면이 나왔더라도 101번째에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다.

하지만 카드게임의 경우는 다르다. 에이스는 모두 4장이며, 카드가 한정된 이상 다섯번째의 에이스 카드가 등장할 리는 없다. 1개씩만 존재하는 각각의 패가 가진 숫자와 '힘'이 다르며, 이들이 조합됨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도박, 못해서 잃는다?…

예부터 수많은 수학자들은 도박의 확률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사기’가 아닌 바에는 일정한 확률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100% 돈을 버는 방법을 찾으려 한 것이다.

허영만의 <타짜> 2부의 주인공인 '함대길'은 어린 시절부터 화투패의 족보를 외우며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한다. 실제로 게임 중에는 텍사스 홀덤처럼 카드 패마다 '확률'의 족보가 있는 것도 있다.

그렇다면 도박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는 것만으로 게임에서 언제나 승리할 수 있을까.
 
◆ 의외로 낮은 카지노의 홀드율

카지노에는 홀드율(Hold rate)이라는 개념이 있다. 고객이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칩을 구매한 총액(드롭액)에서 실제 게임의 결과로 카지노가 얻은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카지노 도박이 가능한 강원랜드의 지난 3분기 홀드율은 22.6%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의 합산 홀드율은 11.4%, GKL은 16%를 기록했다.

강원랜드의 홀드율이 22.6%라는 것은 1만원을 가지고 게임했을 경우 2260원을 카지노가 가져갔다는 소리다.

강원랜드의 지난 3분기 드롭액은 1조6000억원이다. 뒤집어 말하면 전체 드롭액 가운데 77.4%인 1조2384억원은 게임 승률에 따라 고객들의 주머니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3616억원은 도박장을 연 카지노 측 수입으로 고스란히 들어간 것이다.
 
도박, 못해서 잃는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승률 90%, 슬롯머신의 비밀

슬롯머신을 비롯해 카지노에 있는 각종 비디오 게임들의 환급률(승률, 기댓값)은 법적으로 75%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세계 대부분의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의 환급률은 90% 내외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스템의 조합과 설정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겠지만 90%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카지노가 슬롯머신을 통해 가져가는 금액은 10% 내외뿐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10번, 100번 한다면 그중 1등상인 잭팟(Jackpot)이 걸릴 수 있을까.

영화 등에서 자주 나오는 숫자 7, 종, 수박 그림 등이 그려져 돌아가는 릴(그림이 그려진 원통)이 세로로 3개 있는 머신의 경우 계산해보면 릴 하나당 경우의 수는 72개가 나온다. 릴이 3개이므로 72×72×72의 결과인 총 37만3248개의 서로 다른 수가 나올 수 있다. 보통 이중 하나의 수에만 잭팟을 준다. 즉 잭팟이 터질 확률은 37만3248번에 한번 꼴이다.

환급률을 90%에 맞춰놓은 슬롯머신이라면 총 수입의 90%를 돌려준다는 의미일 뿐, 열번 당기면 아홉번 돈을 준다는 개념은 아니다.
 
◆ 블랙잭, 카드 카운팅으로 이길 수 있나

기본적으로 도박, 특히 카지노의 경우 고객보다는 카지노에 유리하게 게임이 설계돼 있다.

가장 먼저 카드의 합을 21로 만드는 사람이 승리하는 ‘블랙잭’ 게임의 경우 카지노와 고객의 승률은 53대 47정도다. 50대 50이 아닌 것은 고객이 먼저 카드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참가자가 21을 초과(버스트)하면 딜러가 버스트 되더라도 게임에서 진다.

블랙잭은 확률을 이용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여러 방법이 제기됐다.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소프는 1962년 <딜러를 이겨라>라는 책을 통해 ‘카드 카운팅’ 기법을 소개하고 실제로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줬다.

벤 메즈리치의 <MIT 수학 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에는 졸업과 동시에 하버드 의대 입학을 앞둔 수학천재인 ‘벤’이 교수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의 승률을 예측하는 ‘카드 카운팅’ 기술을 익혀 신분을 위장하고 주말마다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는 장면이 나온다.

카드 카운팅은 이미 나온 카드와 남아 있는 카드를 가지고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해서 돈을 잃거나 딸 타이밍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특이한 경우이며, 딜러를 둘러싼 모든 참가자들이 같은 편으로 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의 정보를 공유한, 사실상의 사기도박이다.

일반인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지금은 그 방법조차 통하지 않는다. 카지노회사들이 줄어드는 카드를 보충해 자동으로 섞어주는 기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도박, 못해서 잃는다?…
강원랜드 카지노

◆ 카지노에 유리하게 설계된 게임들

각 게임별로 고객의 1회당 기대율은 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체로 ▲슬롯머신 48~35% ▲바카라 중 뱅커 48.94%, 플레이어 48.76% ▲블랙잭 49.72% ▲빅휠(행운의 휠) 38.89~25.93% ▲룰렛(미국식) 47.37%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고객이 돈을 따갈 확률이 절반도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식 빅휠의 경우 총 36개의 숫자가 있다. 숫자의 절반은 붉은색이고 나머지는 검은색이다. 여기에 0이 2개 있기 때문에 실제로 충분히 반복해서 베팅한다면 특정 번호가 나올 가능성은 38대 1이지만 숫자가 적중한 경우의 배당률은 35대 1이다.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는 번호의 색에도 베팅이 가능한데, 초록색인 0이 2개나 있기 때문에 카지노 측의 승률은 더욱 올라간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지노가 돈을 벌 확률이 낮아 보인다면 착각”이라면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수십, 수백번 시도하면 할수록 카지노가 돈을 벌 확률만 올라가는 구조이며, 이것이 바로 도박이 투자가 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