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마트는 캐나다의 고가 아웃도어 재킷인 캐나다구스를 백화점가격 대비 20~30% 할인해서 팔았다. 백화점가 100만원대로, 할인해서 팔아도 80만원을 호가하는 이 제품은 고가 논란을 비웃듯 이틀만에 판매 물량의 절반인 400매가 팔려나갔다.

프랑스의 명품 패딩인 몽클레르도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도 없어서 못파는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아웃도어 업계도 비싼 가격은 매한가지다. 추워진 날씨 속에 보온, 방풍, 방수 등 기능성을 더하고 소재 역시 최고급 구스를 사용하거나 고어텍스 재질을 사용하다보니 가격인상을 부추기게 된 것이다. 100만원대를 넘는 전문가급은 물론 주력 다운재킷 제품들도 40만~70만원대로 높게 형성돼 있다.

비싸서 잘 팔리는 '新등골브레이커'?
캐나다 구스

기능성 과열 현상이 생기다보니 '대장급' 아웃도어라는 우스갯소리도 생겼다. 고기능성을 갖춘 고가의 제품에 히말라야 원정대장을 뜻하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한 아웃도어업체 관계자는 "매장에서도 굳이 100만원이 넘는 고기능성 의류를 추천하지는 않지만 '대장급' 의류를 구매하는 분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솟는 아웃도어 의류의 고가 전쟁에 대해 살펴봤다.

◆ 다운재킷, 극과 극 가격 '눈길'


아웃도어 브랜드의 주력제품은 모두 60만~70만원의 고가 제품이다. 노스페이스의 '툰드라파카'가 75만원, 히말라야 파카가 85만원이다. K2의 코볼드는 79만원, 코볼드2가 69만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아웃도어 의류는 저렴한 제품도 3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이러한 고가의 분위기는 브랜드의 차이보다는 제품의 스펙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방풍력과 발수력이 뛰어난 신소재를 사용하는가 하면 충전재도 헝가리산 최고급 구스를 사용하는 등 가격인상을 가져왔다는 것. 



이를 두고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겨울철은 봄·여름철에 비해 의류가격이 높게 책정되다보니 모든 의류업계가 대목으로 꼽는다"며 "그중에서도 아웃도어 의류는 각종 기능성을 더하며 가격 인상을 부추기기 가장 쉽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명품 브랜드를 수입해 고가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블랙야크는 스위스의 명품 스키웨어 브랜드인 '마운틴 포스'의 국내 판매권을 따내며 고가 아웃도어 전쟁에 뛰어들었다. 마운틴포스의 스키재킷은 200만~300만원대, 팬츠는 50만원~150만원대의 높은 가격군을 형성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브랜드의 우수성을 아는 사람만 사는 브랜드로 대중적인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품격을 원하는 스키어들의 구미를 만족시킬 만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최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초고가의 제품도 출시됐다. 코오롱스포츠의 '라이프텍'은 아웃도어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매년 코오롱스포츠가 '생명 존중'을 콘셉트로 선보이는 제품으로 최악의 상황 속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외부상황을 극복하고 최적의 신체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고기능성 재킷이다. 가격은 무려 2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일반 의류업계에서는 저렴한 다운재킷도 팔리고 있다. 기능성을 낮춘 대신 가격과 디자인으로 승부하며 고가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하며 극과 극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 발수기능을 갖춘 유니클로의 다운재킷은 12만원대에, 신영통상의 SPA브랜드 탑텐(TOP10) 다운점퍼는 5만원대부터 판매되고 있다. 



이와 같은 가격차이가 기능성과 제품력이라고 하지만 업계 내에서도 과도한 기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단적인 예가 필파워다. 아웃도어업계 관계자는 "필파워는 보온성과 큰 상관이 없다"며 "국내에서는 650~700필파워만 돼도 겨울을 나는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비싸서 잘 팔리는 '新등골브레이커'?
노스페이스 카라코트(왼쪽), 2013FW 몽클레르 감므 루즈(오른쪽)

 

비싸서 잘 팔리는 '新등골브레이커'?
마운틴포스(왼쪽), K2코볼드(오른쪽)


◆ 新등골브레이커, '캐몽'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는 국내 아웃도어업계의 고가 논란을 비웃듯 초고가 다운재킷으로 승부하고 있다. 몇년 전, 노스페이스의 다운재킷이 '등골브레이커'였다면 올해는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가 '신 등골브레이커'로 등극한 것. 각각의 앞글자를 줄여 '캐몽'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등골브레이커가 30만~60만원대였다면 캐몽의 다운재킷은 이의 배를 넘는다. 100만원을 넘게 줘야 점퍼 하나를 살수 있는 수준이다.

우선 지난해 국내에 정식 론칭한 캐나다구스의 '엑스페디션 파카'는 125만원에 팔리고 있다. 엑스페디션 파카만큼이나 인기를 끌고 있는 '칠리왁 봄버'는 99만원이다. 소매가 없는 타입인 '프리스타일 베스트'는 49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국내에서는 거위털(구스다운)을 최상품으로 치는 반면 캐나다구스는 이름과는 달리 오리털이 주요 소재인 경우도 있다. 캐나다구스 관계자는 "충전재에 오리냐 거위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캐나다구스의 충전재는 오리와 거위가 어릴 때 죽이지 않고 충분히 자란 후 도살된 동물의 다운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구스 관계자는 "언론에서 비쳐지는 것만큼 모든 제품이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작년에 비해 눈에 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엑스페디션 파카'처럼 일부 한국 고객층이 선호하는 제품이 주로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몽클레르는 겨울 시즌 백화점의 효자 브랜드로 불릴 정도다. 없어서 못팔 만큼 모든 제품이 고른 인기를 끌고 있다. 전년 대비 판매도 20~30% 늘었다.

몽클레르의 인기 요인은 단연 디자인. 패딩은 예쁘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슬림하고 여성미가 돋보이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중 긴 기장의 패딩제품이 가장 인기를 모은다.

하지만 역시 고가 논란에서 비켜가기는 어렵다. 프랑스 현지보다 가격이 무려 30~35% 비싸기 때문이다. 일례로 몽클레르의 긴 패딩제품인 '제네브리어'는 백화점 판매 가격이 257만원인 반면, 공식홈페이지 온라인숍에서는 1561달러(약 165만원)로 92만원 차이가 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몽클레르의 국내판매가가 비싼 것은 로열티, 부가세, 관세, 물류비, 백화점 수수료를 포함한 매장운영비 등의 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며 "최근 환율의 변동도 가격 인상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부는 캐몽의 인기에 대해서 아웃도어 업계는 편치 않다. 아웃도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캐나다구스가 인기를 끈 이유는 고가의 제품이라는 점과 연예인이 입었다는 점 때문"이라며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게 되면 결국 식상해 질 수 있어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계속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