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초가집한식당'은 관광지인 보문단지 내에 있는 중형 규모의 한식당이다. 상호는 ‘초가집한식당’이지만 실제로는 한옥 기왓집으로 한식 전문점을 구현해 전반적인 이미지상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지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업소의 주력 메뉴가 갈비찜이었지만 전골식 불고기인 ‘옛날한우불고기’로 메뉴를 변경했다.

갈비찜에서 전골식 불고기로 바꾸게 된 결정적 이유는 수입산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갈비찜에 대한 고객 반응은 좋았지만 수입산이라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미국산을 사용하면 가격이나 품질 부분에서는 무리가 없지만 아직도 소비자의 인식에는 미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갈비찜을 한우로 바꿀까도 고민했지만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선과 찜용 갈비로 한우는 적합하지 않았다. 

'초가집한식당' 정명화 대표가 판단하기로는 1인당 1만원대 중반이 가족외식에 적합한 가격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전골식 불고기(일명 서울식 불고기)다. 숯불 직화 방법을 사용하면 좋겠지만 기존 시설과 인테리어를 감안, 전골식 불고기를 주력 메뉴로 선택했다고.
수입산 갈비찜에서 전골식 한우 불고기로 바꿔 ‘성공’
▲ 사진제공=김현수 외식컨셉트 기획자

필자는 '초가집한식당'을 방문하기 바로 전날 고깃집 업주를 대상으로 한 무료강좌에서 이 전골식 불고기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렸다. 물론 인천 송도 '경복궁불고기'나 '한일관' 같은 내력 있는 업소는 예외지만 말이다. 

'경복궁불고기'는 자금력과 지속적인 영업력이 강한 외식기업이고 70여년 내력의 '한일관'은 브랜드가 강력하지만 현재 '한일관'의 주력 메뉴는 전골식 불고기뿐만이 아니다.

1960~1970년대 한국을 상징하는 육류 음식이 전골식 불고기였지만 이제는 등심 등 생고기와 직화구이 등에 밀려 점심특선 메뉴와 단체회식 메뉴로 전락했다. 서울 마포의 한 한우 식당도 ‘한우불고기 무한리필’이라는 키워드로 단기간 매출이 급증했지만 지속적인 구매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즉 홍보를 하면 단기간 매출은 늘릴 수 있지만 고객의 재방문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것은 전골식 불고기가 원천적으로 ‘중독성’과 ‘흡인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는 서울 대치동의 부진한 샤브샤브 전문점에서 스키야키를 주력 메뉴로 내세운 적이 있다. 전략적인 홍보 마케팅을 한 결과, 일시적으로는 매출이 급신장했지만 장기적으로 스키야키는 한계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스키야키와 전골식 불고기는 유사 메뉴의 성격이 짙다. 전골식 불고기와 스키야키는 모두 대박을 내기 어려운 메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자 경험이었다.

서울 주교동 불고기 전문점 '보건옥'도 불고기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지만 실제로는 손님이 이 업소에서 불고기 외에 삼겹살과 차돌박이, 등심과 김치찌개 등을 골고루 구매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건옥'은 유명하지만 대박 식당까지는 아니다.


현 시점에서 전골식 불고기는 주력 메뉴로 한계가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었다. 그런 관점을 염두에 두고 '초가집한식당'에서 한우불고기를 시식했다.

◇ 관광지 경주에서 전골식 불고기는 차별화 아이템
가격은 1인분(150g)에 1만5000원으로 비교적 부담 없는 편이다. 한우와 이 지역이 관광지인 것을 감안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좋은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중등급 한우 채끝을 사용한 불고기는 생각 외로 상품력이 좋았다. 

채끝이라서 육질이 양호했고 양념도 단맛이 절제되어서 먹기 편안했다. 주로 목심을 사용한 전골식 불고기를 먹다가 이 채끝 불고기를 먹으니 새삼 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목심을 사용한 전골식 불고기의 경우 결국은 고기를 얇게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기 육질 맛보다는 양념 맛으로 먹는 것이다. 이것이 전골식 불고기의 한계다.
‘뚝배기 불고기’라는 어설픈 메뉴가 전골식 불고기 이미지를 저하시키는 데 매우 일조했는데 결국은 원육이 문제였다. 그러나 인천 '화동갈비' 논현점이나 '태백산' 검단점처럼 숯불직화구이를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욱이 이 두 곳은 숯불불고기 재료로 목심을 사용하지만 1++등급을 제공한다. '화동갈비'는 숯불불고기가 점심의 시그니처 메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서 고깃집의 취약한 점심매출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한다.


'화동갈비'와 '태백산'의 불고기는 기본 밑간만 해 고기를 구운 후 별도의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으로 단맛과 불맛 그리고 원육 맛을 골고루 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경기도 부천시 '삼도갈비'의 점심 특선 전골 불고기 정식은 중등급 한우 등심을 사용해서 부진한 점심 매출을 수개월 만에 여러 배로 끌어올렸다. 이 역시 원육이 상당히 중요한 구실을 했다.

'초가집한식당' 불고기는 원육이나 양념 모두 준수한 수준 이상이었다. 필자와 일행이 시식하는 도중 마당에서 한국인과 외국인이 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전골식 불고기가 외국인에게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소고기 마블링 선호도가 그다지 심하지 않다. 필자의 한 지인은 프랑스 여자와 결혼했다. 비선호 부위를 사용하는 불고기가 프랑스 사람에게는 아주 괜찮은 음식이라는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다.


관광지인 경주는 외국인 방문이 빈번한 지역이다. 더욱이 불고기 전골은 평일이나 주말에 가족 고객과 젊은 연인을 타깃으로 하면 적절하게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가집한식당' 불고기는 그런 고객층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상품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주는 한우로 유명한 지역이다. 거의 대부분 고깃집에서 한우를 양념 없이 구이로 판매한다. 이런 식당은 경주에 부지기수다. 그리고 한우 선호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족 외식으로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초가집한식당' 전골식 불고기는 경주시에서 아이템이나 가격적으로 차별화 요소가 강하다. 시식을 하면서 젊은 연령층의 커플 손님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이런 젊은 고객층을 견인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한옥집에서 먹는 불고기의 운치와 달리 불고기 전골판은 불고기를 제공하는 용기로는 좀 아쉬웠다. 

설렁탕이나 곰탕을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으면 안 어울리듯 불고기는 가급적 황동 불고기판에 제공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관리가 어렵더라도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식당에서는 맛도 신경 써야 하지만 음식을 담는 그릇의 뉘앙스(Nuance)도 중요하다. 불고기 대박 식당인 '경복궁불고기'는 규모가 크지만 황동 불판에 불고기를 담아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다.

◇ 사이드 찬류는 선택과 집중이 꼭 필요
'초가집한식당'은 전골 불고기와 함께 10여 가지 찬류를 제공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찬류는 깔끔하지만 임팩트가 약하다. 인천 '경성한우불고기'처럼 큰 용기에 개성 있는 찬류를 제공하는 것을 추천한다. 선택과 집중이다. '경성한우불고기' 사이드 찬류는 여성 고객에게 상당히 어필하고 있다. 다소 세미한정식 콘셉트지만 원재료비는 상당히 양호하다.

올해 오픈한 충남 홍성의 한우식당도 '경성한우불고기'를 벤치마킹해 나름 선전하고 있다. 바로 '일미옥불고기'로 시래기밥을 메뉴에 추가, 불고기와 시래기밥 모두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부분은 필자가 약간 조언해줬다. 양질의 블로그 콘텐츠 노출로 ‘홍성 맛집’으로 검색하면 '일미옥불고기'가 블로그 상단에 올라가 있다. 홍보 마케팅적으로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초가집한식당'의 또 하나 강점은 불고기 주문 시 같이 제공하는 된장찌개다. 매장에서 직접 담근 재래된장을 사용해 구수한 맛이 배가된다. 불고기에 제대로 된 재래된장을 사용한 된장찌개의 구성은 고객 만족도를 충분히 높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알리는 스토리텔링적 장치가 미약하다는 것은 지적하고 싶다. ‘우리 집 된장찌개는 직접 집에서 담근 시골된장을 사용합니다’라는 문구를 메뉴판 혹은 벽면에 붙이면 기본적으로 고객에게 인지시킬 수 있다.

또한 '초가집한식당'의 두 번째 주력메뉴는 더덕구이다. 우선 더덕구이는 좋은 구성이다. 소비자의 더덕구이 선호도가 높고 웰빙 음식점으로 콘셉트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에 더덕구이로 유명한 식당이 없다는 것도 '초가집한식당'에게 좋은 틈새시장이다. 

그러나 더덕구이 메뉴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강원도산 양질의 더덕을 사용하지만 구이로 제공했을 때는 더덕 특유의 향취가 사라진다. 이것은 더덕을 굽는 방법이나 덧입히는 양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타지의 더덕구이 전문점을 벤치마킹하거나 요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초가집한식당'은 가능성이 있는 외식업소였다. 주력 메뉴를 선택할 때 ‘전략’이 있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또 한정된 공간에서 나름대로 지속적인 상품 개발을 하고 있고 이에 대한 의지도 있다

필자가 꼭 조언하고 싶은 것은 부부가 같이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 한 사람씩이라도 서울이나 외지 등에 심층적인 벤치마킹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라는 것이다. 경주 같은 소도시 식당 업주들은 특히 안목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