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순풍탈까
특수목적회사 설립 후 신속한 기업 정상화 기대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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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 조기 차단 및 신속한 신뢰 회복을 위해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 특수목적회사(SPC)에 자산을 매각해 현금은 빠르게 회수하고 부채는 최대한 낮춰 ‘현대그룹 위기설’을 잠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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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3조3000억원 이상의 자산 매각을 단행한다.(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3조3000억원 자산 매각 단행
현대그룹은 그동안 정부 당국과 시장으로부터 유동성 우려를 강하게 지적받아왔다. 현대그룹은 현재 부채비율이 1214%에 달하며 현금성 자산은 650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내년에도 급격한 해운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업 유지를 위해 3조3000억원 이상의 자산 매각 자구안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우선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을 전부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매각 규모는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보통주 25.9%·우선주 13.57%)과 자사주(보통주 9.83%)로 시가 4000억원이다. 현대증권의 100%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은 장부상가치는 각각 255억원, 2669억원이다.
또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 부문 사업구조를 조정해 약 1조5000억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의 외자유치 추진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 등을 통해 3200억원 자금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꾸준히 매각설이 나왔던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도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를 통해 모두 3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금융계열사 매각은 특수목적회사 설립 뒤 매각자산을 이전시키고 세부적인 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채 상환 후 2조원 유동성 확보
현대그룹의 이같은 고강도 자구안은 동부그룹과 한진그룹에 이어 동양사태 이후 재계에 선제적 구조조정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동양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된 데는 뜸 들였던 구조조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헐값에라도 서둘러 자산을 처분했어야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반대로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몰렸지만 신속한 사재 출연 및 주요 계열사 매각을 통해 시장을 진정시키며 신뢰를 다시 쌓는 흐름으로 바꿔놓은 바 있다.
현대그룹은 특수목적회사만 설립되면 자산을 넘기는 즉시 자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관리보다 자율적이고 신속한 기업 정상화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채권은 대부분 산업은행 소속이기 때문에 자산 매각 속도가 다른 기업에 비해 빠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특수목적회사의 현대그룹 자산 매각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계획대로라면 현대그룹은 자구안에 따라 1조3000억원가량의 부채를 상환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의 부채비율(3분기 말 493%)을 200% 후반대로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3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조달되니 2조원 정도의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중심이 되는 해운, 현대로지스틱스의 물류, 현대엘리베이터의 산업기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등 4개 사업부문으로 재편된다”며 “산업은행의 특수목적법인 설립 후 매각작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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