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뜬금없는 질문 하나 하겠다. 'XYZ'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일단 X축 Y축으로 시작되는 좌표를 연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소녀시대의 팬이라면 'XYZ'라는 노래를, 영어를 잘하는 이들이라면 '(바지)지퍼가 열렸다'는 경고의 말임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5세 미만의 아동, 그중에서도 남자아이를 둔 아빠에게 물어본다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거 또봇이잖아!"


'또봇'은 영실업에서 개발한 순수 국산 로봇 완구다. 이 장난감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애니메이션 <변신자동차 또봇> 또한 아이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현재 13기까지 제작된 상황. XYZ는 각각 또봇X, 또봇Y, 또봇Z로 불리는 로봇이며 이들이 변신해 3단 합체를 하면 '또봇 트라이탄'이 돼 어마어마한 파워를 자랑하게 된다.

애들만 아는 'XYZ'…레고 이긴 또봇의 힘은 '협업'

여기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또봇W와 최근 등장한 또봇C·D·R이 변신 합체하면 '또봇 쿼트란'이 되니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변신로봇의 대표선수 '게타로보' '볼트론' '파워레인저'를 잇는 차세대 변신로봇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들에게 또봇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해 연말 쇼핑시즌 최고의 히트상품도 또봇이었다. 온·오프라인 모두 글로벌 유명 완구브랜드인 '레고'를 압도했는데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달간 또봇 시리즈가 레고의 '키마' 시리즈보다 50% 이상 더 팔렸다. 롯데마트 역시 12월 전체 액션피규어 완구매출의 46%를 또봇이 차지했으며, 홈플러스에서도 남아완구 매출 순위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또봇이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출시한 4단 합체로봇 '또봇 쿼트란'의 인기가 치솟아 대형마트는 물론 인터넷 오픈마켓에서도 품절사태가 이어졌다. 완구와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니다. 또봇의 인기는 뮤지컬로도 확산됐는데 오는 1월1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또봇-아빠의 노래>는 인터파크 등 사전예매사이트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또봇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변신로봇 자체가 어린이에게는 무한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아이템이지만 특이한 점은 또봇을 사주는 어른, 특히 아빠들이 또봇을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실 또봇을 변신시키려면 아빠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지고 노는 것은 어린이지만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신시키려면 어느 정도의 공간변형능력과 상당한 물리적 힘이 필요한데 4~5세의 아이에게는 벅찬 일이다. 따라서 아빠와 아이 사이에는 또봇의 변신을 둘러싼 둘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진다.

여기에 자동차가 외국의 유명 브랜드가 아닌 아빠가 직접 타고 다니는 국산차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봇은 기아차의 소울·스포티지·포르테쿱 등을 모델로 한다. 따라서 자신의 아빠가 타고 다니는 차가 또봇이 된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신날 수밖에 없다.


현실과 환상을 적절하게 버무린 마케팅 전략이 그대로 적중하면서 아이도 좋고 아빠도 좋고 완구를 생산하는 영실업은 물론 어마어마한 광고효과를 누리고 있는 기아차도 좋은 흐뭇한 현상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또봇의 성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으니 바로 이종산업간 협업의 승리라는 점이다. 애니메이션과 완구판매를 책임진 영실업은 국내 완구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5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역시 각각 2배, 3배 가까이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이처럼 영실업이 괄목할 만한 실적 증대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또봇의 흥행과 이에 따른 완구판매 호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기아차가 거둔 이미지 제고는 값어치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다. 어린 꼬마들은 기아차를 '또봇'이라고 부르면서 모델 이름을 줄줄이 꿴다. 그들이 점차 나이가 들어 자동차 구매고객이 됐을 때의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이처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두 기업이 만나 한곳은 실제로 매출을 일으키면서 사업영역 확대와 해외진출 성과를 내고 있고, 또 다른 기업은 당장의 매출은 아닐지라도 엄청난 기업이미지 제고와 장래의 고객층을 확보하는 '윈윈'전략에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현대차는 또 다른 완구업체와 손을 잡고 '카봇'을 대항마로 키우고 있다. 또 제주항공은 이미 애니메이션 '두리둥실 뭉게공항' 캐릭터를 자사 로고로 활용하면서 어린이가 선호하는 인기 항공사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물론 실제 비즈니스 세상에서는 이종산업 또는 기업간 협업관계가 늘 윈윈의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즘 같은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협업이 또 하나의 창조경제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트리플플러스 대쇼 이승원의 매매기법
이종산업 간 컨버전스가 기대되는 기업은?

컨버전스(융합)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산업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가 많이 필요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일 것이다. 특히 소속 연예인들의 활동 여부에 따라 혹은 인기부침 여부에 따라 매출의 등락이 커지다보니 연예인의 비활동기에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매출처를 찾는 것은 필요조건이 아닌 생존조건이 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최근 YG엔터테인먼트는 제일모직과 함께 조인트벤처인 '내추럴나인'을 설립해 의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 화장품기업인 환야그룹, 코스온 등과 합작해 화장품사업에도 뛰어들었다. SM은 기존의 MD사업을 강화했고 JYP엔터테인먼트는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와 함께 게임산업에 진출해 문화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한 기업의 주가가 한단계 레벨업 되듯이 컨버전스를 통한 매출 확대가 가시화되면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도 분명 크게 반응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상장사 중 코스온과 협력을 맺고 있는 '코스맥스'와 비상장시장에서 제2의 넥슨으로 불리는 '스마일게이트'의 향후 행보에 주목이 간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또봇' 빅데이터 분석
대박 터뜨린 '쿼트란' 압도적

 
동부증권의 빅데이터 분석툴인 DOMA를 활용해 또봇을 확인해봤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레고를 누르고, 대박을 터뜨린 쿼트란이 단연 압도적이다. 기아차와 함께 제작사인 영실업도 함께 보인다. 두 회사가 모두 협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윈윈전략도 검색된다. 1월부터 시작되는 또봇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것도 알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