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 하면 신문 지상에 오르는 기사가 우리나라 까페의 커피 가격이다. 대부분이 밥값보다 비싼 커피에 대한 비판일색이다. 언론은 한 잔의 아메리카노에 사용되는 원두 가격을 커피 원가로 계산해 까페가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사정없이 서슬 퍼런 칼을 휘두른다. 

그럴 때면 커피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적잖이 가슴이 쓰리다. 알고 보면 커피 가격에 주 재료인 원두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임대료, 인건비, 우유 등과 에스프레소 머신, 제빙기 등 커피관련 기계의 감가상각 등이 커피 한 잔의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직·간접적으로 커피 때문에 50여 개 나라를 여행했다. 특히 커피문화가 발달한 나라, 예를 들면 유럽이나 중남미 등지는 대개 에스프레소 한 잔의 가격이 1,500~2,000원을 넘지 않았다. 

▲ 사진제공 = 구대회 커피테이너
▲ 사진제공 = 구대회 커피테이너

유럽의 경우, 1유로나 1파운드 정도다. 그러고 보니 그들이 사용하는 작은 화폐 단위와 에스프레소 한 잔의 가격이 같았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싼 곳은 2,000원도 있으나, 3~4천원을 넘는 곳도 허다하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원두커피가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 것이다. 

여기서 커피마니아는 제외하도록 하자. 우리나라의 경우 인스턴트 커피, RTD(Ready To Drink의 약자, 캔 커피 등) 커피 등 값싸고 편리하며 맛까지 좋은 훌륭한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에스프레소 등 원두 커피 가격을 1,500원으로 내린다고 원두커피 소비가 늘어날까?

재작년 상반기에 두 달 간 의미 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투고(to go)하는 고객에 한해 아메리카노는 1,500원, 까페라떼는 2,000원에 제공했다. 평소 커피 가격에 절반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나는 예상하기를 평소에 이틀에 한 번 오는 직장인은 거의 매일 올 것이고, 가격이 비싸 망설였던 사람들도 이곳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홍보를 위해 주변의 회사사람들에게 연락도 하고 나름 가격인하 정책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두 달간 평소보다 20~30%의 고객의 증가만 있었을 뿐 더 나아지지 않았다. 종이컵과 원두 등 원가를 감안하면 약 2.3배의 매출 증가가 뒷받침되어야 가격인하 전과 매출이 같은데, 손해만 본 것이다. 그리고 가격을 정상으로 되돌려 놨을 때 기존 고객의 가격 저항도 적지 않았다.


사람들이 까페에 가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까페라는 공간을 소비하기 위해, 커피 자체를 즐기기 위해, 마지막으로 이 둘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우다. 공간을 소비하는 경우라면 커피 가격이 비싼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힘이 들다. 

그러나 커피 자체를 마시기 위함, 즉 투고(to go)하는 경우에는 자리 값까지 포함된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라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투고(to go) 할인인데, 이 금액이 기껏해야 500원 정도다. 공간을 소비하는 가격에 비해 20%정도 할인된 금액이다. 

어떤 곳은 아예 투고(to go) 할인이 없는 곳도 있다. 개인적으로 투고(to go) 할인은 고객이나 궁극적으로 카페의 매출 향상을 위해서도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 전 보다는 커피 인구가 증가한 지금 까페의 커피 가격 인하가 커피 소비 인구를 늘릴 수 있을까? 여전히 커피 소비량은 조금 늘 수 있으나,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 진입장벽(커피가격)이 낮아졌다고 커피 소비 인구로 편입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에 고객들이 천 원짜리 한 두 장으로 경제적 부담 없이 맛있는 원두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도록 나는 커피를 투고(to go)하는 고객에 한해 커피가격을 절반으로 내릴 용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