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 난 왕언니들의 '6070 걸그룹'
I♥100세…웰에이징/ 롤모델을 찾아서 ②65세 소녀시대 '왕언니클럽'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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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의 명물로 통하는 ‘왕언니클럽’ 회원들(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
동대문의 명물로 통하는 이 여인들은 평균 연령 65세의 '왕언니클럽'. "실버는 칙칙하다"며 '왕언니'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붙인 이들은 어디를 가나 박수부대를 몰고 다닌다. 이른바 '65세 소녀시대'다. 현재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어르신 14명이 활약하고 있다.
◆ 1년 30~40회 공연 "가는 곳마다 박수부대 몰려"
전국 순회공연에 TV 출연, 해외 초대공연까지…. 1년이면 30~40회의 빡빡한 스케줄을 자랑하는 왕언니클럽은 벌써 결성 8년째를 맞았다. 지난 2007년 동대문구와 동대문문화원이 지원하는 어르신문화교실을 통해 처음 결성된 뒤 이듬해 평생학습축제에서 인기상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강임원 동대문문화원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무료한 노년을 보내는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위해 문화교실을 구상한 것이었는데 어르신들이 예상 밖의 열의를 보였다"고 창단 당시를 떠올렸다. 그저 할머니들이 모여 즐겁게 춤추고 노래를 부르자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공연으로 주변사람들의 마음까지 밝히는 재능기부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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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
주로 양로원이나 노인복지관, 다문화가정 행사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쳐온 왕언니클럽은 결성 후 지금까지 250여회나 공연을 했다. 복지관 어르신 위문공연에서부터 학교초청공연, TV프로그램 출연까지 활동 반경도 폭넓다.
지난해에는 마약퇴치 걷기대회 기념 축하공연을 했고, 국제 과일대전과 장애인 재활증진대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올 연말 즈음에는 중국 초청공연이 예정돼 있다.
강 국장은 "실버공연단이라고 하면 전통적인 노래만 떠올리기 쉬운데 왕언니클럽은 신세대의 최신곡부터 올드팝송, 민요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 보는 이들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인기 오디션프로그램인 Mnet <슈퍼스타K-시즌3>(이하 슈스케3)에는 서울지역 최고령 참가자로 출연, 본선까지 진출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가수 싸이와 이승철을 열광케 하며 많은 팬을 확보했다.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아브라카다브라', '보핍보핍', '노바디', '샤이 보이' 등 걸그룹의 히트곡부터 '사랑의 밧데리', '상하이트위스트' 등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두루 소화한다. 양로원에서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나 민요를, 신세대를 위한 지역축제 등에서는 랩과 댄스 실력을 선보인다. 남녀노소가 좋아할 수 있는 팀의 요소를 갖춘 셈. 노래와 춤 모두 100% 라이브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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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동대문문화원 |
◆ "칭찬 듣고 용기 얻는 65세 소녀시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니 힘이 나요." 관중들로부터 환호를 끌어내기 위해 왕언니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시간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4~6시. 어르신들에게는 2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연습이 벅찰 법도 하건만, 출석률은 90%가 넘는다.
왕언니클럽 창단 멤버인 송종임(69)씨는 "몸이 아프다가도 연습시간이 되면 희한하게 아프지 않다"며 "왕언니클럽 활동이 삶의 활력소"라고 강조했다.
프로 정신도 빛난다. 왕언니클럽의 '군기반장'이자 안무 보조로도 활약 중인 강계월(70)씨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를 받으니 혼연일체가 돼 열심히 하게 된다"며 "한번은 방송 출연으로 밤 11시에 모이게 됐는데 14명 전원이 100% 출석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자랑했다.
'동안 미모'는 물론 신세대 랩과 댄스까지 소화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면 과거 '한가락' 했을 법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조신하게 아이 키우고 살림해온 전업주부들이 대부분. 이날 연습 전에도 반찬해놓고, 손자손녀 돌보다가 잠시 짬을 내 나온 이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안방마님의 뒤늦은 춤바람을 걱정하던 영감님들도 지금은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
이제 2년차라는 김석순(67)씨는 "살도 빠지고 몸매도 좋아져 영감도 좋다고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박화금(68)씨도 "손주 키우고 살림만 하다가 늦은 나이에 새로운 일을 찾게 돼 행복감과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왕언니클럽의 회장인 이정자(70)씨는 "신나게 취미활동을 하는 것은 노후를 즐겁게 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마음이 편해지니 집에 가서도 환하게 웃게 되고, 예전에는 외출만 하면 '몇시에 오냐'고 묻던 남편도 지금은 당연히 클럽 활동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준다"고 말했다.
공연을 통해 재능기부를 하다 보니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도 늘고 포용할 줄도 알게 됐다. 막내이자 '이쁜이'라는 별칭을 가진 조순희(63)씨는 "60대에 노래와 춤으로 주변에 희망을 주는 것은 왕언니클럽만의 특권일 것 같다"며 "매번 연습해야지, 가사 외워야지 자신 없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보람되고 즐거운 삶을 원한다면 일단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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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동대문문화원 |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315·3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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