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산업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핵심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국산 캐릭터산업은 지난 2012년 매출액 기준 7조5176억39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캐릭터산업의 매출액이 5조987억13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4년만에 2조50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이다.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등 글로벌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산 캐릭터와의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국내 캐릭터산업의 수출액은 4164억5400만원. 연평균 16.2%씩 증가하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캐릭터산업의 시작과 변화과정을 짚어봤다.

아기공룡 둘리
아기공룡 둘리

◆ 대한민국 최초 캐릭터는 '부부보이'

공식적인 우리나라 최초 캐릭터는 1986년 바른손의 팬시가든에서 개발한 '부부보이'(Boo-Boo Boy)라는 이름의 얼룩소다. 국내에서 '캐릭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1991년 캐릭터 전문개발회사인 '툰다운'이, 1994년에는 '그린나라'가 설립됐다.

김수정 작가의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부터 연재되기 시작, 그 캐릭터 가치를 인정받아 1985년 롯데제과의 '빼빼로' 광고에 출연했지만 공식적으로 라이선싱 관리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둘리나라'를 설립하면서다.

'둘리'는 이후에도 폭넓은 인지도와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광고에 출연했다. 한국 만화 캐릭터로는 처음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았으며,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둘리를 상징으로 내세운 '둘리의 거리'가 만들어지는 등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에도 캐릭터산업 부흥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눈에 띄는 캐릭터는 없었다.

◆ '엽기토끼', 캐릭터산업을 일으키다

국내 캐릭터산업에 본격 시동이 걸린 것은 지난 2000년으로 풀이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은 2000년부터 국내 캐릭터를 총 1~3세대로 분류했다. 1세대는 2000∼2003년, 2세대는 2004∼2007년, 3세대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마시마로>, <뿌까>, <딸기> 등이 국내 1세대 캐릭터다. 이 가운데 <마시마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범 아시아권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마시마로>의 성공스토리는 한편의 드라마다. 원작자 김재인씨는 기업의 의뢰를 받아 캐릭터를 만들었으나 해당사와의 견해차이로 기획이 중단되는 아픔을 맛봤다.

일설에 따르면 당시 '눈이 작다'는 이유로 폐기됐던 캐릭터를 버리기 아까웠던 김재인씨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이후 '마시마로'는 당시의 '엽기' 코드와 인터넷 인프라의 급격한 확대 등과 맞물려 '엽기토끼'라는 별명을 얻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마시마로> 이후 수많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등장했고, 이는 국내산 캐릭터가 쏟아지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아치와 씨팍>, <졸라맨>, <우비소년>, <달묘전설>, <뿌까>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여흥으로 올린 플래시 애니메이션 하나가 수많은 캐릭터 상품을 쏟아내며 대한민국 캐릭터산업의 '개척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때 쏟아진 1세대 캐릭터 가운데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뿌까>가 그중 돋보인다.

<뿌까>의 경우 2000년 6월 처음으로 선보인 캐릭터다. <뿌까>는 당시 대부분의 캐릭터회사들이 대형마트나 팬시점 등 국내시장 다변화에 공을 들인 것과 달리 해외 마케팅에 주력했다. 덕분에 지난 2010년에는 워너브라더스와 계약에 성공, 북미를 비롯해 유럽, 남미,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등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뽀로로
뽀로로

◆ 선거도 없이 뽑힌 아이들의 '뽀통령'

1세대가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신을 알렸다면 2세대부터는 3D애니메이션 제작의 활성화에 기반하고 있다. '아이들의 대통령', '모든 부모들의 희망'으로 불리는 <뽀롱뽀롱 뽀로로>를 비롯해 <선물공룡 디보>, <치로와 친구들>이 이에 해당한다.

단순한 디자인과 엽기 등의 코드를 공유하던 1세대와는 달리 2세대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점이 특징이다. 한콘진은 "뽀로로의 성공비결은 기본적인 캐릭터에 충실하면서도 스토리 구성에 역량을 집중한 데 있다"고 설명한다.

선거도 없이 뽑힌 아이들의 대통령인 '뽀통령' <뽀롱뽀롱 뽀로로>는 지난 2003년 11월 EBS에서 처음 전파를 탔다. 당시 시청률 5%로 단숨에 국내 애니메이션 시청률 1위에 올라섰다. 이후 <뽀로로>는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업고 출판·완구·DVD 시장 등에서 연이어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뽀로로>의 인기는 국내외를 막론한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한류를 이끄는 하나의 축이라고까지 평가한다. <뽀로로>는 프랑스·영국 등 유럽은 물론 멕시코·칠레 등 남미, 그리고 인도·중국·대만 등 아시아권까지 전 세계 약 120여개국으로 수출됐다.

한콘진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최대 지상파 채널인 TF1에서 <뽀로로>가 평균 시청률 47%(동 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고무적인 기록을 세우는 등 한류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로보카 폴리
로보카 폴리

◆ '이제는 변신이다' 폴리부터 또봇까지

2008년 이후에 등장한 3세대 캐릭터의 특징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노하우의 총집합이다.

3세대 캐릭터는 ▲모험과 교육적 내용을 구체화하는 스토리 전개 ▲사물을 형상화한 캐릭터 중심 ▲변신·변형·업그레이드 되는 캐릭터 묘사 ▲캐릭터 세계관의 구체적인 묘사 ▲다양한 서브 캐릭터의 등장과 그 역할 확대 ▲전략적 상품화를 고려하며 캐릭터 외 주변 아이템의 상품화 가능성 모색 등이 특징이라고 분석한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어린이에 맞는 수준으로 리뉴얼하면서 그 안에 교훈적인 내용을 담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개발된 <로보카 폴리>나 5~8세의 어린이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수준의 변신 매커니즘을 구현한 <변신자동차 또봇>, 동물·자동차 튜닝이라는 모티브를 집약해 개발된 <부릉! 부릉! 부르미즈> 등이 이에 해당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