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 전구의 따뜻한 조명, 대화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엄마 품에 안긴 듯 금방이라도 잠이 올 것 같은 안락한 소파, 그리고 구수하고 향기로운 뜨끈한 커피 한 잔.


까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까페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그렇다. 까페는 휴식의 공간이며, 사람들과 만나는 장소이며, 커피 한 잔만으로 충분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까페로 향한다.

▲ 제공=구대회 커피테이너(커피꼬모 대표)
▲ 제공=구대회 커피테이너(커피꼬모 대표)

2012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약 1만 5,000여 개의 까페가 성업 중이다. 물론 하루에도 수십~수백 개의 까페가 새로 생겨나고 문을 닫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만큼 원두 커피를 판매하는 까페가 급속하게 빨리 확산된 경우도 없다. 유럽의 경우 커피의 역사가 약 400년 가까이 되고, 중남미만 해도 200년이 넘는 커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고종황제 때부터 라고 해도 기껏해야 100년쯤 되는데,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원두커피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은 1988년 올림픽 이후로 원두수입이 허용되면서다.


그리고 1997년 IMF금융위기 이후 공식적으로 커피 생두 수입이 가능해졌다. 즉 90년 대 말부터 우리는 국내에서 볶은 신선한 양질의 원두커피를 즐실 수 있게 된 것이다.


불과 20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 국내 원두커피 시장이 형성되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1만 5,000여 개의 까페가 영업 중인 것이다.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의 힘이 여기서도 나온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까페로 가는 것일까? 첫째, 까페는 만남의 장소다. 사실 약속 장소로 까페 만한 곳이 없다. 두 사람이 만원 정도면 각자 커피 한 잔을 주문한 후 한 두 시간 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비용 지불 없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까페인 것이다.


둘째, 개인만의 휴식처다. 까페에 혼자 간다고 해서 누구 눈치를 볼 일은 없다. 혼자 헤드 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잡지나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잠시 소파에 기대에 졸 수도 있다. 그냥 약속 시간이 남아 누군가를 기다리기에도 이 보다 좋은 장소가 없다.


셋째, 커피라는 음료를 마시는 곳이다. 출근 전 무딘 신경을 각성시키기 위해 회사 근처의 까페에 들러 진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오는 모습은 이제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점심 식사 후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친구나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은 보기에도 정겹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커피 한 잔을 들고 공원이나 거리를 산책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커피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건 아주 극소소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인데, 커피에 꽂혀 맛있는 까페를 찾아 발 품을 파는 경우다. 심지어 이들은 원하는 까페에 들러 여러 종류의 커피를 주문해 맛을 음미하며 행복해한다.


나 또한 오래 동안 마음에 둔 까페에 갔을 때는 맛있는 커피에 굶주린 사람처럼 산지가 다른 두 세 잔의 핸드 드립 커피를 즐긴다.


이런 때 나에게 까페의 위치, 인테리어, 공간의 안락함, 규모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직 맛있는 커피를 내올 수 있는 곳이냐 그렇지 않느냐 만 생각할 뿐이다. 비록 공간이 협소해 한 귀퉁이에 서서 커피 잔을 들고 마신다 할지라도 맛만 좋다면 이건 불편함에 속하지도 않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공간을 소비하는 경우고,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맛의 차별은 있지만 커피를 소비하는 것이다. 커피를 업으로 삼는 분들 가운데 일부는 까페는 어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까페에 가는 이유’ 가운데 네 번째를 강조한다. 나도 한때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사람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지금은 달리 생각한다. 커피가 신선하고 평균적인 맛을 낸다면 어떤 형태의 까페든 간에 고객들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면 그만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까페로 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