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김해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곳엔 ‘가야’가 있었다. 믿기 힘든 신화가 있는 반면 발달한 철기문화에 놀라게 되는 곳, 불교의 원류, 김해 김씨의 시조, 최초의 국제결혼…. 가야가 지금 우리 생활의 미치는 영향은 실로 놀랍다. 그렇구나, 역사는 흐르고 있었다.


◆ 2000년 전, 왕을 맞이하다

거북아 거북아(龜何龜何)/머리를 내어라(首其現也)/내놓지 않으면(若不現也)/구워서 먹으리(燔烵而喫也)

노래와 춤은 끝없이 반복됐고, 열기는 뜨거웠다. 삼백여명의 사람과 고을을 다스리는 구간(九干)이 이곳 구지봉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왕을 염원했다. 하늘이 열린 이래 사람들이 모여 살며 수효가 일백호, 7만5000명의 백성이 무리를 이뤘지만 나라 이름도 왕도 없었다.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을까.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길 이곳에 모여 노래하고 춤추라 했다. 하늘이 이른 대로 정성을 모아 빌고 또 빌었다. 마침내 보랏빛 줄이 위로부터 내려왔고 붉은 보자기에 금합이 탄강했다. 그 속에 6개의 황금알이 있었고, 이로부터 6명의 왕이 나왔다. 이들은 여섯 가야의 왕이 되었는데, 가장 먼저 태어난 이가 바로 수로왕. 가락국의 왕이 됐다. 구야국이라고도 불렸던 가락국은 4세기 이전 낙동강의 맹주국이 됐고 일본의 시조가 되기도 한다.

바로 이곳이 신화의 장소이다. 김해 구산동에 있는 구지봉은 주변에 아파트도 있고, 시장도 있다. 현대인의 생활권이다. 서양의 많은 고대왕국이 땅 속에 묻혀서 발굴가와 탐험가를 부르고 있는 반면 구지봉은 흔한 동네에 있으니 놀라운 사실이다. 마을이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사람이 살아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더 대단한 건 구지봉에 있는 고인돌이다. 이는 기원전 4~5세기경 청동기시대 무덤이다. 가락국 수로왕의 재위 년도가 기원후 42년, 철기시대이니 이 무덤은 그 조상의 것이겠다. 이미 수로왕 탄생으로부터 수백년전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 이 모든 기적과 난리를 지켜봤을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남방식 고인돌로 그 시대 마을 추장의 무덤쯤으로 짐작된다. 조선시대에도 그 가치를 알았는지 고인돌에 새겨진 구지봉석(龜旨峯石)이라는 글씨는 명필 한석봉이 쓴 것이라고 전한다.

 

수로왕비릉
수로왕비릉
신화가 서린 곳… 가락국을 아십니까
◆ ‘최초’와 ‘시작’을 가진 사람

수로왕은 가야의 초대 왕이다. 여섯 개의 황금알 중 가장 먼저 태어났고, 김해 김씨의 시조가 됐다. 최초로 외국인과 결혼했는데, 게다가 9살 연상의 여인이었다. 왕비 허황옥은 인도에서 왔는데, 그녀의 오빠인 허보옥(장유화상)이 불교를 전래했다고 한다. 하긴 2000년전의 일이니 뭐든 하면 ‘최초’가 되는 시절이었겠다. 너무 오래돼서 전설인지 역사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증명하는 흥미로운 유적들이 있고, 400만의 김해 김씨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니 진위 여부를 떠나 재미있고 신비한 이야기이다.

수로왕과 수로왕비는 하늘이 중매를 섰다. 아유타국(인도)의 공주였던 허황옥의 부모가 꿈을 꿨는데 가락국 수로왕의 배필이 되게 하라는 계시를 받았다. 그녀는 부모님 말씀대로 16세에 배를 타고 가야국에 당도했고, 수로왕은 그녀에게 청혼해 부부가 됐다. 그들은 각각 157세, 158세까지 장수했으니 그야말로 부부의 ‘백년’ 가약을 지키고 간 셈이다.


수로왕비릉에 있는 파사석탑은 이때 왕비와 함께 온 것이다. 처음 항해를 시작했을 때 풍랑이 심해 바다를 건널 수가 없었고, 본국으로 돌아가 탑을 싣고 나서야 가락국에 당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탑이 파신(파도의 신)의 노여움을 잠재우는 역할을 한 것이다.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은 ‘네모나게 4면이요 5층인데, 조각한 모양새가 매우 기이하다. 돌에는 엷게 붉은색 반점이 있고, 바탕이 아주 부드럽다. 이 지역에서 나는 종류가 아니다’라고 전한다. 이 탑은 영험하여 닭볏의 피를 표면에 찍어보면 엉겨 붙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것이 신앙이 됐는지 어부들이 항해를 나갈 때마다 이 탑을 깨서 조각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상태는 많이 훼손된 모습이다.

수로왕릉 납릉정문의 쌍어(물고기) 문양도 의미가 있다. 이 기원은 바빌로니아시대까지 간다. 그들은 물고기를 인간을 보호하는 존재로 여겼고, 이것이 인도에 전파되고 힌두교의 여러 신상 중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쌍어문은 가락국의 국장이자 신앙의 상징이었고,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선비들이 사용하던 먹과 여인네의 노리개에도 등장한다. 물고기 이외에도 코끼리나 태양 문양 같은 것들이 국제교류가 활발했던 가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지봉 고인돌
구지봉 고인돌
파사석탑
파사석탑
◆ 그날의 영광을 다시 한번

4월의 가야 거리는 유등과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힌다. 올해 38회를 맞이하는 가야문화축제 때문이다. 1962년 시작돼, 70년대에 중단되기도 했지만 82년에 재개돼 매년 꾸준히 열리고 있다.

올해에도 4월11일부터 5일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구지봉의 혼불 채화를 시작으로 수로왕 행차, 전통 음악공연, 장유화상추모제, 국제자매도시 일본팀 공연과 평양예술단 공연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김해 석전놀이나 미스코리아들이 선보이는 가야복식 패션쇼 등은 가야문화를 보다 친근하게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체험 행사는 가야복식, 순장체험, 가야유물발굴, 김해오광대, 허왕후 뱃길, 가야바다놀이 등이 김해 곳곳에서 열린다. 아이들과 가볍게 참여해 볼 것도 많고, 백일장이나 사진공모전, 시조경창대회처럼 입상을 노려 볼 만한 대회도 있다.

가끔 해외여행을 하면서 미지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넓은 세상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그런데 국내 여행을 하면서 그 이상의 충격을 받는다. 우리 역사에 대한 무지함에 반성하게 되고, 그만큼 자부심과 긍지를 충전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계절마다 먹을 것, 볼 것도 많지만 알면 알수록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가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김해 수로왕릉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남해고속도로 - 서김해IC에서 ‘내외동’ 방면으로 좌회전 - 금관대로 - 외동사거리에서 ‘시청, 여객터미널, 수로왕릉’ 방면으로 우회전 - 외동사거리에서 우회전 - 분성로 - 가락로 93번길

[대중교통]
김해공항 - 부산 김해 경전철 (가야대 방향) 탑승 - 수로왕릉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수로왕릉: 검색어 ‘수로왕릉’ / 경상남도 김해시 서상동 312
수로왕비릉(구지봉): 검색어 ‘수로왕비릉’ / 경상남도 김해시 구산동

● 여행 주요정보


수로왕릉
문의전화: 055-332-1094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요금: 무료

수로왕비릉(구지봉과 나란히 위치)
문의전화: 055-330-3948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요금: 무료

제38회 가야문화축제
기간: 2014. 4.11(금) ~ 2014. 4.15(화)
장소: 김해시 일원(대성동고분군, 수릉원, 가야의 거리)

제 21회 김해전국민속소싸움대회
가야문화축제와 함께 둘러본 만한 전통 민속축제로 김해 장유지역에서 열린다.
기간: 2014. 4.10(목) ~ 2014. 4.14(월)
장소: 김해시 장유 롯데아울렛 특설경기장

김해문화관광
http://tour.gimhae.go.kr / 1577-9400
김해에는 9경, 9미, 9품, 9도라 하여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걷는 길이 있다. 이 외에 국내 최대규모의 워터피아와 장유아울렛이 주변 지역으로부터 여행자를 꾸준히 끌어들이고 있다.


< 음식 >
동상시장 칼국수: 김해의 9미(味) 중 하나로 맛집이자 명물 거리이기도 하다. 김해시에서 상권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칼국수 포장마차를 한데 모아 ‘칼국수촌’을 만들었는데 그러면서 이름 없이 1호에서 9호까지의 호수만 남았다. 모두 40~50년 전통의 집들로 빠른 속도로 밀고 삶아 내오는 손칼국수와 당면을 반씩 섞어 진한 멸치국물에 말아먹는 별미이다. 고명으로 시금치, 김, 깨, 고춧가루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함께 나오는 손맛 특별한 깍두기도 일품이다. 칼국수 이외에 비빔당면, 수제비, 잔치국수 등 집집마다 메뉴가 조금씩 다르다.
칼국수 3000원
경남 김해시 동상동 / 055-336-7982

< 숙소 >
파인그로브: 자연주의를 표방한 김해의 새로운 명소로 객실 창문으로 보이는 소나무 분재가 멋스럽다. 고급감을 끌어올린 침구, 가구, 유럽에서 공수해온 대리석 벽 등 오픈과 동시에 화재가 되고 있는 곳이다.
예약문의: 055-310-1100
객실가격: 8만~35만원
www.pinegrove.co.kr /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 대청동 56-14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