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이는 유통공룡의 '갑질'
롯데 '신격호 최측근' 신헌 사장까지 납품비리 연루의혹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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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 롯데의 윤리경영이 삐걱대고 있다. 연초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롯데카드가 대표기업으로 부각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더니 롯데쇼핑은 세금탈루 혐의로 6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매무새’를 가다듬을 틈도 없이 이번에는 핵심 유통계열사인 롯데홈쇼핑에서 일이 터졌다. 임직원들의 횡령·납품비리 사건이 뒤늦게 발각된 것. 롯데를 향한 민심이 요즘 들어 흉흉한 이유다.
특히 검찰이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 사건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신헌(60) 롯데백화점 사장까지 관여됐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허점을 드러낸 롯데의 윤리경영도 자연스레 도마 위에 올랐다.
◆‘신격호 측근’ 신헌, 비리연루 혐의로 ‘출금’
신헌 사장은 현재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조만간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해야 하며 만약의 경우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 검찰이 롯데홈쇼핑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횡령한 20억원 가량의 횡령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돈의 일부가 신 사장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인테리어 공사대금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수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롯데홈쇼핑 임원인 김모(50) 고객지원부문장과 이모(50) 방송본부장을 지난 1일 구속했다. 이들은 2008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인테리어 공사업체 1곳에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고 웃돈을 얹어 공사비를 지급한 뒤 이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6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사건과 별도로 검찰은 2008년 1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홈쇼핑 방송시간과 프로그램 편성에 유리하게 해주는 대가로 납품업체 5곳에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롯데홈쇼핑의 이모(47) 전 생활부문장을 지난 3월27일 구속했다. 정모(44) 전 구매담당자(MD)도 지난 3년간 납품업체로부터 현금과 고급승용차 등 2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같은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의 칼날이 신 사장을 겨냥하고 있는 데에는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원들이 빼돌린 돈의 일부가 업무추진비나 판공비 명목으로 그에게 전달됐다는 정황 때문이다. 신 사장은 임원들의 횡령·리베이트가 이뤄진 2008년부터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2012년 롯데쇼핑(롯데백화점) 사장으로 옮겼다. 1979년 롯데쇼핑에 공채 1기로 입사해 롯데미도파 대표와 롯데홈쇼핑 대표 등을 지낸 그는 30년 넘게 한 분야에 몸담아온 만큼 롯데그룹의 유통부문 리더로 통한다.
따라서 재계에선 유통업계 대표 전문경영인인 신 사장이 비리혐의에 연루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홈쇼핑 비리의 경우 MD팀과 편성팀을 상대로 한 금품비리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비리 사건에선 임원 등 고위층들이 대거 연루된 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신 대표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수사범위가 그룹의 비자금 조성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롯데그룹으로서도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한편 신 사장은 당초 예정돼 있던 인도네시아 출장을 취소하고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으며, 관련 혐의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 역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편의점주·백화점 직원 자살… '비윤리' 도화선
이번 롯데홈쇼핑 발 악재는 단순한 비리사건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롯데그룹의 비윤리적인 경영사례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시할 만하다.
지난해 롯데는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갑의 횡포’ 논란 당시 한 축을 담당했다. 그해 6월 대기업집단을 겨냥해 처음으로 ‘롯데재벌피해자모임’이 출범된 게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맹점주협의회, 롯데월드임차상인비상대책위원회, 롯데재벌납품피해자모임 등이 한데 뭉쳐 결성된 이 단체는 지난해 수차례 집회를 열고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커튼·침구류를 생산하는 ㈜미페의 경우, 1998년부터 롯데마트에 납품했지만 이 회사의 매출이 매년 늘자 롯데마트가 일방적으로 매출이 높은 매장을 골라 철수하도록 지시했다. 2007년 철수한 목포점·서울역점만 해도 월 평균 매출이 1200만원에 이르는 매장이었지만 '매출 부진' 명목으로 강제 철수됐고, 이후에도 롯데마트는 2007년 4개, 2008년에는 4개, 2009년 19개, 2010년 10개 등 미페 매장을 지속적으로 없앴다.
롯데의 ‘갑’ 행태 논란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주 2명과 청량리 롯데백화점 직원의 투신자살 사건에서도 부각됐다. 지난해 3월 세븐일레븐 점주가 롯데측의 영업압박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후 3개월 뒤에 또 한 명의 청년점주가 자신의 가게에서 돌연사했다. 이를 놓고 롯데재벌피해자모임측은 “계약서상 24시간 영업을 강제하고 매출이 적어 폐점을 신청하면 과도한 폐점 위약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같은해 4월에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7층에서 입점업체 매니저 김모(47)씨가 매출압박의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채 투신자살해 직장인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경찰이 단순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롯데백화점 측의 혹독한 매출 압박과 가매출 관행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어 롯데를 한동안 괴롭혔다.
올 들어선 지난 2월 롯데쇼핑이 세금탈루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600원대의 추징금을 떠안았다. 지금까지 롯데그룹에 부과된 추징금 중 가장 큰 규모다. 롯데쇼핑이 계열사인 롯데시네마의 직영 매점사업권을 친인척들(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차녀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소유한 회사에 나눠주면서 법인세를 탈루했다는 게 국세청의 추징요지.
롯데그룹의 캐치프레이즈는 '2018 아시아 톱10'이다.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10' 기업 안에 들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매출액을 높이는 목표 못지않게 재계 5위 롯데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투명한 윤리경영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특히 검찰이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 사건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신헌(60) 롯데백화점 사장까지 관여됐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허점을 드러낸 롯데의 윤리경영도 자연스레 도마 위에 올랐다.
◆‘신격호 측근’ 신헌, 비리연루 혐의로 ‘출금’
신헌 사장은 현재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조만간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해야 하며 만약의 경우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 검찰이 롯데홈쇼핑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횡령한 20억원 가량의 횡령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돈의 일부가 신 사장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인테리어 공사대금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수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롯데홈쇼핑 임원인 김모(50) 고객지원부문장과 이모(50) 방송본부장을 지난 1일 구속했다. 이들은 2008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인테리어 공사업체 1곳에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고 웃돈을 얹어 공사비를 지급한 뒤 이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6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사건과 별도로 검찰은 2008년 1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홈쇼핑 방송시간과 프로그램 편성에 유리하게 해주는 대가로 납품업체 5곳에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롯데홈쇼핑의 이모(47) 전 생활부문장을 지난 3월27일 구속했다. 정모(44) 전 구매담당자(MD)도 지난 3년간 납품업체로부터 현금과 고급승용차 등 2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같은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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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
검찰의 칼날이 신 사장을 겨냥하고 있는 데에는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원들이 빼돌린 돈의 일부가 업무추진비나 판공비 명목으로 그에게 전달됐다는 정황 때문이다. 신 사장은 임원들의 횡령·리베이트가 이뤄진 2008년부터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2012년 롯데쇼핑(롯데백화점) 사장으로 옮겼다. 1979년 롯데쇼핑에 공채 1기로 입사해 롯데미도파 대표와 롯데홈쇼핑 대표 등을 지낸 그는 30년 넘게 한 분야에 몸담아온 만큼 롯데그룹의 유통부문 리더로 통한다.
따라서 재계에선 유통업계 대표 전문경영인인 신 사장이 비리혐의에 연루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홈쇼핑 비리의 경우 MD팀과 편성팀을 상대로 한 금품비리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비리 사건에선 임원 등 고위층들이 대거 연루된 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신 대표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수사범위가 그룹의 비자금 조성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롯데그룹으로서도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한편 신 사장은 당초 예정돼 있던 인도네시아 출장을 취소하고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으며, 관련 혐의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 역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편의점주·백화점 직원 자살… '비윤리' 도화선
이번 롯데홈쇼핑 발 악재는 단순한 비리사건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롯데그룹의 비윤리적인 경영사례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시할 만하다.
지난해 롯데는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갑의 횡포’ 논란 당시 한 축을 담당했다. 그해 6월 대기업집단을 겨냥해 처음으로 ‘롯데재벌피해자모임’이 출범된 게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맹점주협의회, 롯데월드임차상인비상대책위원회, 롯데재벌납품피해자모임 등이 한데 뭉쳐 결성된 이 단체는 지난해 수차례 집회를 열고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커튼·침구류를 생산하는 ㈜미페의 경우, 1998년부터 롯데마트에 납품했지만 이 회사의 매출이 매년 늘자 롯데마트가 일방적으로 매출이 높은 매장을 골라 철수하도록 지시했다. 2007년 철수한 목포점·서울역점만 해도 월 평균 매출이 1200만원에 이르는 매장이었지만 '매출 부진' 명목으로 강제 철수됐고, 이후에도 롯데마트는 2007년 4개, 2008년에는 4개, 2009년 19개, 2010년 10개 등 미페 매장을 지속적으로 없앴다.
롯데의 ‘갑’ 행태 논란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주 2명과 청량리 롯데백화점 직원의 투신자살 사건에서도 부각됐다. 지난해 3월 세븐일레븐 점주가 롯데측의 영업압박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후 3개월 뒤에 또 한 명의 청년점주가 자신의 가게에서 돌연사했다. 이를 놓고 롯데재벌피해자모임측은 “계약서상 24시간 영업을 강제하고 매출이 적어 폐점을 신청하면 과도한 폐점 위약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같은해 4월에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7층에서 입점업체 매니저 김모(47)씨가 매출압박의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채 투신자살해 직장인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경찰이 단순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롯데백화점 측의 혹독한 매출 압박과 가매출 관행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어 롯데를 한동안 괴롭혔다.
올 들어선 지난 2월 롯데쇼핑이 세금탈루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600원대의 추징금을 떠안았다. 지금까지 롯데그룹에 부과된 추징금 중 가장 큰 규모다. 롯데쇼핑이 계열사인 롯데시네마의 직영 매점사업권을 친인척들(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차녀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소유한 회사에 나눠주면서 법인세를 탈루했다는 게 국세청의 추징요지.
롯데그룹의 캐치프레이즈는 '2018 아시아 톱10'이다.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10' 기업 안에 들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매출액을 높이는 목표 못지않게 재계 5위 롯데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투명한 윤리경영이 아닐까.
롯데홈쇼핑 '윤리규범' 제6항 보니…
금품수수 않겠다던 '우리의 약속'은 거짓?
'우리는 협력사로부터 금품수수, 선물수수, 향응접대 등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부도덕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03년 9월 윤리경영의 일환으로 자체 윤리규범인 ‘우리의 약속’ 7대 항목을 발표, 전 임직원이 서약했다. 현재도 홈페이지 게재는 물론 롯데홈쇼핑의 각 사무실이나 회의실, 상담실 등에 액자로 부착해 실천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임직원의 횡령·납품비리 사건으로 롯데홈쇼핑의 '우리의 약속'은 '우리의 거짓'이 되고 말았다. 특히 7대 항목 중 제 6항인 위의 내용은 소비자들에게 '공수표'를 날린 격이 됐다.
금품수수 않겠다던 '우리의 약속'은 거짓?
'우리는 협력사로부터 금품수수, 선물수수, 향응접대 등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부도덕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03년 9월 윤리경영의 일환으로 자체 윤리규범인 ‘우리의 약속’ 7대 항목을 발표, 전 임직원이 서약했다. 현재도 홈페이지 게재는 물론 롯데홈쇼핑의 각 사무실이나 회의실, 상담실 등에 액자로 부착해 실천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임직원의 횡령·납품비리 사건으로 롯데홈쇼핑의 '우리의 약속'은 '우리의 거짓'이 되고 말았다. 특히 7대 항목 중 제 6항인 위의 내용은 소비자들에게 '공수표'를 날린 격이 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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