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 창업 시장에 갈림길이 생겼다. 일단 대세는 소자본·소규모 스몰비어다. 올 봄 개최된 창업박람회에서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탓에 브랜드가 너무 많아졌다.

 

스몰비어로 특별한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수제비어 인지도가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다. 마니아층을 위주로 대중적으로 서서히 번지고 있는 추세다.

 

유지와 관리가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아 미투 브랜드에 대한 우려도 적다. 하지만 본사의 전문 노하우가 없다면 리스크는 감안해야 한다.

 

아직 프랜차이즈 업체가 많이 뛰어들지 않고 있는 시장이다. 그외에도 파스타, 브런치 전문 등 여성을 주로 공략하는 브랜드에서 생맥주를 도입하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생맥주가 소비자와 많이 가까워졌다는 점. 접근성이 좋아졌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생맥주 시장을 짚어본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소자본, 소규모 시장 열려
생맥주 창업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소자본·소규모 창업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스몰비어’ 형태의 맥주 브랜드들이 창업시장에 대거 진입했다. 작년부터 붐을 일으키고 있는 스몰비어 형태는 33.06~49.59㎡(10~15평)부터 창업이 가능하다.

 

임대료는 물론 전체적인 창업비용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창업비용은 브랜드 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임대료를 제외하고 보통 5000만~7000만원대다.


기존 생맥주 매장은 보통 231.40~264.46㎡(70~80평), 330.58㎡(100평)에 가까운 크기가 대부분이었다. 단체손님 유치와 낮은 회전율을 고려한 크기였다. 하지만 예비창업자들은 임대료를 비롯한 높은 창업비용과 리스크가 큰 부담이었다.

 

소자본·소규모 맥주 집 창업에 대한 니즈가 잠재돼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맥주 창업시장 속 수요와 공급의 적절한 매치가 스몰비어의 활성화를 이끌었다고 진단한다. 거기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주방 오퍼레이션이 한 몫 더했다.


◇ 맥주 맛과 품질에 주목해
최근 맥주 기본인 ‘맛’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서울 이태원과 홍대 근처에 양질의 생맥주를 내는 곳이 늘고 있다. 세계 생맥주를 수입하는 것은 물론 국내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한 수제 맥주(크래프트비어)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대중적인 라거 맥주보다 짙은 맛과 풍부한 향의 에일 맥주 위주가 대부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지도가 서서히 오르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수제 맥주를 구성한 곳은 주로 독립점포나 직영시스템 매장이다. 프랜차이즈업체는 거의 없다.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낮고 아이템 자체가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높은 원가와 지속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편이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하면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을수 있다.


(주)인토외식산업은 올 초 <와바>를 ‘리얼비어&크래프트’라는 콘셉트의 <탭하우스 와바>로 리브랜딩 했다. 인토외식산업 이효복 대표는 “다양한 맛의 맥주를 확보했다는 것은 치열한 시장 속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며 “리브랜딩 후 손님이 늘어나면서 방문 시간이 1시간 정도 당겨지고 매출이 30%가량 오르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 맥주도 스트레스 받는다
생맥주는 맛 자체의 변화를 주기 힘든 아이템이다. 병맥주는 세계 각국의 종류로 다양한 맛을 제공할 수 있지만 생맥주는 한계가 있다. 높은 원가와 유통의 어려움 등 때문이다. 물론 지난 4월부터 주세법 개정안이 시행돼 하우스 맥주의 외부유통이 허용됐다.

 

또 중소기업과 소규모 맥주제조사의 주세 부담이 낮아져 ‘수제맥주’의 시장성에 청신호가 커졌다.


생맥주로 차별화하는 것은 더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에는 녹차 맥주 등 첨가물을 넣은 맥주를 내는 곳도 있었다. 그 외에 다양한 잔, 냉각시스템 등을 접목해 경쟁력을 구축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주)가르텐의 <가르텐호프&레스트>다. 맥주가 가장 맛있다는 4℃를 유지하고자 냉각테이블, 아이스잔 등을 개발했다. (주)다산에프앤지 <플젠>은 얼음을 이용해 100% 자연방식으로 맥주를 차갑게 만들어 0.5℃의 맥주를 내기도 했다.

 

(주)태창파로스 <쪼끼쪼기>는 비용이 많이 드는 냉장고 설치 대신 냉각기와 맥주 관 청소를 꼼꼼하게 실시했다.


이타창업연구소 김갑용 소장은 “결국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며 “맥주 차별화 첫 번째 요소는 맛이고 그를 위해서는 맥주에 대한 정보 습득과 냉각기 세척 등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맥주는 제조방식과 원료에 따라 브랜드 별 자신의 맛과 향을 갖추고 있어 마니아층을 형성해나가고 있지만 국내에서 대규모로 생산하고 있는 맥주는 향을 강조하지 않을뿐더러 맛이 한정적”이라며 “소규모 생산라인을 가동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