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외식산업에 종사할 대학생 블로거 3명과 ‘실비식당 발굴기’라는 콘텐츠를 실험 삼아 준비했다. 대학생 신분에 걸맞게 저렴하면서 음식 상품의 질은 비교적 양호한 식당을 발굴하는 것이다. 

콘텐츠는 매스미디어 인터넷 기사와 블로그 포스팅, 그리고 페이스북 등으로 노출한다. 실비식당 발굴기를 진행하면서 부산 동광동 소재 <석기시대>를 방문했다. 

<석기시대>는 만두와 오향장육, 오향족발 전문점이다. 부산 중부경찰서 뒤편에 위치했다. 낙후된 지역이고 언덕배기에 있어 입지가 불리하지만 영업은 어느 정도 된다. 그 이유는 먼저 인터넷 블로그의 힘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요인은 가격이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지금은 실비식당 발굴기 진행 중
<석기시대>는 블로그에 자연 발생적으로 많이 소개되었다. 오향장육과 오향족발을 각각 1만원에 판매한다. 요즘 물가를 반영하면 1만원의 요리는 매우 저렴하게 느껴진다. 일행 4명이 방문했을 때는 20시가 넘었지만 좌석이 대부분 찼다. 

‘석기시대’ 상호는 나름 개성이 있다. 우선 기억하기 좋다. 석기시대石器時代면 신석기시대, 구석기시대 등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시대를 의미하지만 그래도 ○○마을, ○○집 같은 상호보다 한결 낫다. 귀에 쏙 잘 들어오면서 차별성이 있다.

우선 오향장육을 주문했다. 2분만에 나왔다. 정말 신속하다. 오퍼레이션이 대단히 빠르다. 이 식당이 효율성이 좋다는 것을 감지했다. 오향장육은 돼지고기 부위 중 사태 부위를 사용한다. 필자는 사태를 매력적인 부위라고 생각한다. 사태는 지방 함량이 적고 삼겹살, 목살보다는 많이 저렴하다.


강원도 양구의 개념 있는 막국숫집 <광치막국수>는 수육을 사태로 제공한다. 경기도 용인 <장원막국수>와 서울 내발산동 <똑순이네 막국수>의 수육과 보쌈에 필자는 사태를 추천했다. <장원막국수>는 수육에 사태를 사용하고, <똑순이네 막국수>는 보쌈에 삼겹살과 사태를 섞어 사용한다. 

이번 실비식당 투어 때 방문한 부산 <송정집> 스지국수도 돼지고기 사태와 김치 등을 넣어서 조리한 김치찌개로 국수면을 말아냈다. 기름진 맛이 적고 쫀득쫀득한 사태는 매력적이다.

◇ 실비식당 콘셉트의 부산 <석기시대>
<석기시대> 오향장육에는 마늘이 듬뿍 얹혀있다. 돼지고기와 마늘은 최적의 궁합이다.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알싸한 마늘이 잡아준다. 좀 과할 정도로 마늘을 많이 사용했지만 육류의 기름진 맛을 중화한다. 여기에다 오이를 넉넉히 깔아 오향장육 양이 많아 보이게 했다. 

러나 1만원짜리 장육치고는 양이 빈약하지는 않다. 탁월한 맛은 아니지만 먹을 만한 수준이다. 부산의 명물 냉채족발과 약간 비슷한 맛이 있다. 다른 손님 테이블을 보니 모두 소주와 맥주 등을 마시고 있다.


<석기시대>는 저녁때 손님 대부분이 술을 마신다. 우리도 ‘소맥’에 오향장육을 곁들여서 마셨다. 이렇게 부담 없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있는 것 같다.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최고의 외식(회식)이지만 오향장육 같이 삶은 고기에 소주를 마시는 것도 손님이 선호할 것 같다.

수육나 보쌈, 족발과 달리 이런 콘셉트는 오향장육, 족발 외에 만두(4000원)를 먹을 수 있다. 중식 아이템의 강점이다. 더욱이 4000원은 추가로 주문하기 편한 가격이다.


우리 일행은 추가로 오향족발을 먹는 것이 적당하지만 정석대로 만두를 주문했다. <석기시대>는 만두를 직접 만든다. 우선 찐만두를 주문했다. 중식 찐만두 스타일이다. 4000원이라는 가격은 적당하다. 그렇지만 만두는 장육보다 상품력이 떨어졌다. 

피는 보들보들해서 괜찮지만 만두소 맛이 부족했다. 육류가 적게 들어갔다. 중식만두 특유의 풍부한 맛이 아니다. 식재료비를 좀 줄인 것 같다. 그래도 술안주로 먹게 된다. 인터넷 블로그에는 만두에 대한 평도 좋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부러 찾아온 곳이라 평가가 후하다.

◇ 소자본 외식창업에 적합하다
젊은 대학생들이 군만두를 먹고 싶어 한다. 경험이 미천한 어린 친구보다 외식 경험이 다양하고 풍부한 필자는 한국에서 중식 군만두를 제대로 하는 곳이 거의 없는 것을 안다. 따라서 군만두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없다. 

그래도 먹고 싶다고 하니 군만두(4000원)를 주문했다. 군만두는 기대(?)대로 별로였다. 만두피와 소는 찐만두와 같고 다만 튀겼을 뿐인데 찐만두가 좀 더 낫다. 만두소 맛이 너무 밋밋하다. 그러나 젊은 소비자의 군만두에 대한 기호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대학생들은 외식에 대한 꿈이 있다. 어리지만 일반 동년배에 비해 음식과 외식을 많이 안다. 그래서 또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상품력 있는 군만두가 매력 있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야키교자(군만두)에 생맥주를 곁들여서 먹는 곳이 상당히 많다. 바삭바삭한 만두인 군만두는 맥주랑 잘 맞는다. 그리고 군만두라는 메뉴명답게 구워서 제공한다. 한국의 군만두는 거의 대부분 튀김만두다. 맛없는 군만두지만 소맥를 곁들여서 열심히 먹었다.

마지막으로 물만두도 주문했다. 물만두도 딱히 평가할 정도가 못 된다. <석기시대>는 만두보다는 오향장육과 족발에 분명 강점이 있다.

그래도 <석기시대>는 손님들이 열심히 술을 마시고 있다. 맛보다는 가격과 콘셉트 때문에 오는 것 같다. 접근성이 별로 안 좋지만 손님은 저렴하다고 인지하면 일부러 찾아온다. 이곳은 전언한 바와 같이 위치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

필자는 여러 번 이 <석기시대>를 방문했다. 단순히 맛때문이 아니다. 외식 전문지를 발행하는 직업병 탓이다. 이 <석기시대> 같은 콘셉트가 점심에 잡채밥, 마파밥, 덮밥 등과 묶어서 만들면 소자본 외식창업에 적합한 아이템이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석기시대>는 매우 적은 투자를 한 식당이지만 요즘도 영업이 나쁘지 않다. 맛도 뛰어나지 못하다. 부담 없이 체감되는 가격과 콘셉트 때문에 그런 불리한 점을 극복했다. 우리 일행 4명은 가볍게 먹었지만 1인당 1만2000원 정도 나왔다. 생각보다 그렇게 싼 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