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경기도민' 기자의 광역버스 입석금지 유감
성승제 기자
3,464
공유하기
![]() |
/자료사진=머니투데이 DB |
“또 지각이야?”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매몰찬 선배의 한 마디.
용인~서울(종로1가)까지 출퇴근하는 기자는 지난 7월2일 오전 평소보다 30분이나 늦게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전 통보도 없이 광역버스 ‘입석금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오전 7시 버스를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억울한 마음에 선배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꾹 참았다. 핑계를 댄다며 더 큰 꾸지람이 돌아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광역버스는 각 지역마다 버스노선 배차시간이 다르다. 기자가 사는 지역의 버스는 평균 2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버스도 5007번 한대 뿐이다. 한번 놓치면 최소 20~30분은 기다려야 다음 버스를 탈 수 있다.
때문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출근시간대 버스노선 시간을 정확히 꿰차고 있어야 한다.
기자가 타는 광역버스는 수원 광교~흥덕지구~서울역행 노선이다. 기자가 사는 곳은 용인 흥덕지구인데 버스 종점과는 거리가 꽤 된다. 때문에 출근길에는 거의 1시간20분가량을 버스칸에서 ‘벌을 서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갑작스런 광역버스 입석금지 정책으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입석으로 타는 것도 서러운데, 안전을 위해 이제는 입석 광역버스마저 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날 아침 출근길 황당한 일을 겪은 직장인들은 저마다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주민들은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지만, 그건 지금처럼 광역버스 입석금지 정책이 어느 정도 알려졌을 때 이야기다.
경기권에 살고 광역버스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입석금지 정책은 지난 6월 말 주민(혹은 시민)들도 모른 채 버스회사에서 갑자기 시행했다. 이후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버스회사 차원에서 허용과 금지를 반복하다 7월16일 전국적으로 입석금지 정책이 도입된 것이다.
피해자는 누구일까. 가장 먼저 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다. 다음으로는 버스 운전기사다. 시민들은 때 아닌 지각대란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운전기사들은 시민들의 불만을 듣느라 안전운전마저 위협받았다. 안전을 위해 도입한 입석금지 정책이 운전기사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게 해 오히려 안전을 위협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정부는 뒤늦게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놨다. 우선 입석대란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지역에 광역버스를 증차시켜 평균 배차시간을 줄였다. 또 인천광역시에서는 지난주 9개 노선에 23대의 버스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사는 많은 도민들은 여전히 입석금지 대란에 적잖은 스트레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아침 출근길의 풍경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입석금지 정책 시행 후 아침 출근길 버스정류장 풍경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오전 6시30분부터 긴 줄을 섰던 정류소가 이제는 30분 앞당겨진 오전 6시부터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광역 급행버스, 일명 'M버스' 요금이 기존보다 500원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자는 최근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기들 입맛대로 정책을 바꿔 출퇴근조차 마음 편히 못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대출을 더 받더라도 서울에 집을 얻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출근도 가급적 광역버스보다는 승용차를 이용한다. 용인에서 서울까지 한달 기름값이 만만치 않지만 30분이라도 더 자려면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기자뿐일까.
그나저나 혹시 정부의 광역버스 정책 도입의 진짜 속내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것은 아닐까. 때 아닌 유류비로 기자의 카드값이 벌써 한도초과에 다다른 것을 보니…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