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향토음식을 전문 프랜차이즈로 키우고 있는 박종철(32) ‘산너머남촌’ 대표. 이 30대 사업가의 '당돌한 시도'가 최근 외식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맛이 강하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강원도 음식을 특화시키고 있어서다.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산너머남촌 본점을 찾아갔다. 첫인상은 언뜻 음식점보단 갤러리에 가까웠다. 최초 사업전략이 도심보다는 한가로운 외곽에 위치한 휴식공간과 같은 한정식점을 만들고자 한 까닭이다. 박 대표는 왜 강원도 음식에 승부를 걸었을까.

◆재료 고유의 맛에 충실한 강원도 음식의 힘


알고 보니 산너머남촌의 전신은 92년부터 박 대표의 부친이 운영하던 ‘강영월감자옹심이’였다. 이를 좀 더 전문화한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에 산너머남촌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부자는 메뉴구성 단계부터 식자재 수급까지 하나하나를 공동으로 기획했다.


 


강원도 음식을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한 것은 박 대표의 모친 고향이 ‘영월’인 데서 시작됐다. 이들 부자는 강영월감자옹심이부터 지금의 산너머남촌에 이르기 까지 강원도 음식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아버지께서 혼자 운영하시다 2007년 즈음 합류했습니다. 이때 기획한 것이 산너머남촌입니다. 92년 당시에는 건강이나 웰빙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친께선 앞으로 분명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라며 콘셉트를 바꾸지 않았죠.”


산너머남촌의 대표 코스메뉴 또한 강원도 지명을 딴 ‘영월정식’과 ‘동강정식’으로 이름을 붙였다. 올 10월에 출시될 메뉴의 이름 역시 강원도 지명을 따온 ‘평창정식’이라고 박 대표는 귀띔했다.

"강원도 음식은 여타 지역에 비해 젓갈이나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맛이 강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죠. 하지만 오히려 이같은 점이 강원도 음식을 세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 집 메뉴는 식자재 본연의 맛을 충분히 살렸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있는 그대로의 재료를 눈으로 보면서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음식을 봤을 때 누가 봐도 그 안의 재료를 충분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녹두닭’은 녹두와 닭고기만을 이용한 음식이고 ‘부추보쌈’은 부추와 보쌈만 나온다.



◆농민-점주-고객 상생 모델로…100개 지점 목표

산너머남촌에 쓰이는 대부분의 식재료를 강원도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것도 이 집만의 특징이다. 현재 강원도와 영월군, 평창군 등과 협력해 농가와의 직계약을 통해 제공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앞으로도 각 도청, 군청, 농협, 농민 등과 상생협력을 통해  미래 식자재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게 박 대표의 의지다.

“안정적인 거래처를 늘리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몇 달 전 업무상 강원도를 방문했을 때 감자가 밭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가격이 너무 떨어져 팔 수가 없다고 합니다. 농민들과의 직거래를 늘리면 농가도 살고, 결국엔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박 대표도 처음부터 강원도 식재료를 모두 사용한 것은 아니다. 하나 둘씩 바꿔나가면서 식재료 대다수를 직거래로 쓰게 됐다. 이렇게 공수해온 식재료는 일반적인 한정식에 비해 식자재 가격의 변동리스크가 적다. 때문에 가맹점주는 원가를 절감하고 고객은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산너머남촌의 또다른 특징은 식재료 대부분이 자체식품공장(CK: Central Kitchen)에서 가공·처리된다는 점이다. 이를 각 지점에서 간단히 조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한정식이지만 일관된 맛을 손님에게 보여줄 수 있다.

“자체식품공장을 통해 70% 이상 전처리된 식재를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고, 자체적인 물류시스템을 통해 비용을 절약하고 있어요. 생산부터 물류 시스템을 갖춰놓는데 투자를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사실 현재보단 미래를 위한 투자죠.”

이같은 투자를 통해 아직 가맹점 8개에 불과한 산너머남촌을 2018년까지 수도권에 50개, 전국에는 100개 지점까지 늘리겠다는 게 박 대표의 향후 목표다.

“강원도 음식에는 비전이 있습니다. 메뉴 개발이 한정적이긴 하지만 웰빙열풍이 상당하고 평창동계올림픽 등 호재도 있잖아요. 신선한 식자재와 충직한 음식으로 승부하면 그 맛을 찾는 고객은 분명 넘쳐날 겁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